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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만든 윤대통령의 대일협상
국민에게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만든 윤대통령의 대일협상
  • 이동석 재일교포
  • 승인 2023.03.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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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의 눈으로 본 대통령의 대일협상]
‘제3자 배상’은 일본이 한국을 더 멸시하고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증폭시킬 뿐이다
이동석 재일동포
이동석 재일동포

[이코노미21] [이동석] 윤석열 대통령이 징용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3자 배상방법을 들고 일본에 갔다 왔다. 아첨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징용공 당사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지금은 돌아가신 징용공 두분의 얼굴이 떠 올랐다. 여운택씨(1923년생)와 신천수씨(1926년생)이다. 1997년 두분은 일본 오사카에서 징용공으로서 처음으로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셨다. 내가 두분의 통역을 맡았고 지원자의 집회나 변호사하고 면담을 하는 자리나 법정통역도 했다. 6년동안 계속된 재판은 1965년의 한일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이유로 패소했다. 그후 2005년에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13년동안 계속된 소송은 승소했으나 그때는 이미 두분은 세상을 떠나셨다. 20년이나 계속된 법정투쟁이었다. 두분은 돌아가셨지만 이 승소를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쉽지만 나도 기뻤다. 그러나 지금도 신일철이나 미쯔비시의 한국내 재산 현금화를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 일본기업이나 일본정부가 한푼도 안내고 사죄도 하지 않는 이번 제3자 배상방법이 징용공이나 한국 국민측에 서야하는 한국 정부나 대통령이 내거는 해결법이라고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해방 후 78년이나 지난 지금도 일본에서 재일동포가 차별을 받고 살아야하고 기본적 인권마저 박탈된 상태에서 살고 있는 건 책임의 많는 부분이 한국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학교(일본에 있는 민족학교. 해방 후 재일동포가 돈을 모아 운영. 조총련 산하에 있으나 한국국적인 학생이 많음)에 대한 고교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된 일에 대해 한국정부는 얼마나 항의를 했을까? 북한도 한국이고 그곳에 속하는 동포도 한국 국민이라고 주장한다면 한국 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올해로 100년이 되는 칸토대지진 대학살에 대해 일본정부는 사죄도 보상도 안하고 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역사가 인정한 사실을 부정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에서 재일동포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을 때마다 한국정부가 강력히 항의를 해야만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며 차별도 없어질 것이다.

이번 굴욕적인 해결책을 들고 일본에 간 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재일동포는 자랑스럽게 생각할까? 윤대통령은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한마디라도 했을까?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희생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 법정은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장관은 일본이 징용공을 대하는 같은 논리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 정부는 항소를 했다. 일본에 대해 징용공이나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베트남 한국군 민간인학살에 대해서 당연히 한국 정부는 그 책임을 인정하여 사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법정에는 아직 정의가 살아 있음으로 보여주고 일본에 당당히 사죄와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징용공 당사자나 유가족의 의사를 무시하고 한국 국민이 분노하는 윤대통령의 이번 ‘해결책’은 일본으로 하여금 더욱 한국을 멸시하고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증폭시킬 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한국 국민 스스로 한국인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코노미21]

이동석 재일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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