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조사 개시조차 회피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이코노미21 김창섭] 오는 24일 진실화해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베트남 하미 학살에 대한 조사개시 결정이 내려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응우옌 티 탄 등 하미학살 사건 피해자·유가족 5명은 지난해 4월 25일 진실화해위원회에 하미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진화위는 진실 규명 처리절차에 대해 통상 신청 접수일로부터 90일 이내(사전 조사 필요 시 30일 이내 연장)에 조사 개시 또는 각하 결정이 이뤄진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하미 사건의 경우 접수 후 1년이 지나도록 조사개시 여부를 내리지 않았다. 앞서 지난 10일 진화위 소위에서 4명 중 2명이 반대해 조사개시 의결을 하지 못했고 오는 24일 전원위원회에서 조사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진화위에는 최근 7명의 상임위원이 새로 임명됐으며 대통령이 지명한 김광동 위원장, 국민의힘 추천 위원 3명,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 3명이 전원위원회에 참석한다.
시민단체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내트워크’는 진화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미 사건 조사 개시를 촉구했다.
네트워크는 “지난 2월7일 사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사건의 진실과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사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인정했는데 진화위가 조사 개시조차 회피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미 사건의 피해자인 응우엔 티 탄은 화상연결을 통해 “하미 사건 진실 규명에 대한 희망을 품고 진화위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많은 시간이 지나도 답변이 없어 크게 실망하고 있다”면서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계속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베트남의 수천명에 달하는 피해자·유가족들에게 계속 빚을 지는 것으로 그것은 금전에 대한 빚이 아니라 목숨에 대한 빚이다. 이 빚을 미래 세대에까지 물려 줘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심아정 피스모모평화페미니즘연구소 활동가는 “고작 조사를 시작해 달라는 요구를 해야 하는 지금의 이 상황이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는 “진화위가 조사를 개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진화위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수가 3:3이니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이 키를 쥐고 있다며 이런 해석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언급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라”며 “표결이 각 당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억울한 죽음들을 정치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미학살은 1968년 2월24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하미마을에서 벌어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로 135명이 넘는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희생자의 대다수가 노인‧여성‧아이였으며 학살 다음날 불도저에 의한 시신 훼손까지 일어난 한국군의 인권유린 정도가 매우 심각했던 사건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