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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와처] 미국 파산신청 급증을 어떻게 봐야 하나
[연준와처] 미국 파산신청 급증을 어떻게 봐야 하나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8.16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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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글로벌 “상반기의 파산신청 2011년 이후 최고치 기록”
‘22년 7월~’23년 6월 파산신청 건 2009~2011년보다 훨씬 적어
파산신청이 증가했다고 해서 경기침체가 임박했다고 판단 못해

[이코노미21 양영빈] 최근 소셜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시장 비관론자(Doomsayers)들이 널리 인용하는 미국 기업들의 파산신청 급증 소식들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의 파산신청 관련 소식들이 지닌 뉘앙스는 임박한 미국 경제의 어려움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뉴스들은 흔히 자신들의 시장 포지션을 합리화하는 것까지 나아간다.

미국의 파산 제도

기업과 개인은 파산 제도를 통해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이 더 이상 자력으로 난관을 극복하기 어려운 기업과 개인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은 주로 Chapter 7, Chapter 11을 통해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 Chapter 7은 청산을 위한 것이고 Chapter 11은 기업구조조정과 채무조정을 통해 회생 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다. Chapter 11을 통한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Chapter 7으로 가서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따라서 보통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하면 Chapter 7과 Chapter 11을 통해 파산 신청한 전체를 일컫는다. 또한 자산 규모가 큰 기업들은 바로 청산절차로 돌입하는 Chapter 7보다는 회사를 다시 살리기 위해 Chapter 11로 채무조정을 통한 회생절차를 선호한다.

보통 Chapter 7은 청산파산(Liquidation Bankruptcy)으로 부르고 Chapter 11은 구조조정파산(Reorganization Bankruptcy)로 부른다.

S&P 글로벌의 보도

7월6일 S&P 글로벌은 올해 상반기의 파산신청이 상반기 기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 했다. 다음은 Chapter 11 파산신청 건수를 보여준다. 회색은 하반기이고 청록색은 상반기 건수이다.

출처=S&P Global(https://www.spglobal.com/marketintelligence/en/news-insights/latest-news-headlines/54-new-us-corporate-bankruptcies-take-h1-tally-to-highest-level-since-2010-76444770)
출처=S&P Global(https://www.spglobal.com/marketintelligence/en/news-insights/latest-news-headlines/54-new-us-corporate-bankruptcies-take-h1-tally-to-highest-level-since-2010-76444770)

작년 상반기에는 176개 회사가 파산신청을 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340개 회사가 파산신청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던 2020년 상반기 파산신청 횟수인 333건을 이미 웃돈 것이다.

S&P 글로벌에서 집계한 파산신청 건수는 채무 규모가 공개기업은 2백만달러 이상, 사기업은 1000만달러 이상인 기업으로 제한한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이를 전체 기업으로 확대하여 파산신청 횟수를 구하면 다음과 같다. 이후의 그림들은 모두 전년 하반기부터 해당년도 상반기까지 1년간 신청건수를 보여준다.

출처=미국법원(https://www.uscourts.gov/statistics-reports/analysis-reports/bankruptcy-filings-statistics/bankruptcy-statistics-data)
출처=미국법원(https://www.uscourts.gov/statistics-reports/analysis-reports/bankruptcy-filings-statistics/bankruptcy-statistics-data)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파산신청 건수는 3965건이었고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의 신청건수는 5577건으로 41%의 증가를 보였다. 41%의 증가를 보였지만 S&P 글로벌 보도처럼 일부만을 대상으로 본 것과는 달리 2009~2011년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음은 Chapter 7과 Chapter 11 신청건수를 모두 합한 것으로 전체적인 증가 폭은 23%로 낮아진다.  

출처=미국법원(https://www.uscourts.gov/statistics-reports/analysis-reports/bankruptcy-filings-statistics/bankruptcy-statistics-data)
출처=미국법원(https://www.uscourts.gov/statistics-reports/analysis-reports/bankruptcy-filings-statistics/bankruptcy-statistics-data)

23% 증가는 안 좋은 신호이긴 하지만 2009~2011년의 신청건수에 비하면 아직은 한참 적은 상태이다.

즉 채무규모 200만달러(공개기업), 1000만달러(사기업) 이상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 변화는 176건에서 340건으로 크게 늘었지만 전체 Chapter 7, Chapter 11 신청건수는 아주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산신청을 해도 법원이 파산 신청을 전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파산신청(Filed)과 기각(Terminated), 그리고 계류(Pending)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빨간색 막대는 기각건수, 노란색 막대는 계류 건수, 파란색 선분은 신청건수를 나타낸다.

출처=미국법원(https://www.uscourts.gov/statistics-reports/analysis-reports/bankruptcy-filings-statistics/bankruptcy-statistics-data)
출처=미국법원(https://www.uscourts.gov/statistics-reports/analysis-reports/bankruptcy-filings-statistics/bankruptcy-statistics-data)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개인과 기업을 포함한 파산 관련한 신청, 기각, 계류 건수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기각 건수가 더 많았던 것은 이전 기간에 계류된 것에서 기각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처=미국법원(https://www.uscourts.gov/statistics-reports/analysis-reports/bankruptcy-filings-statistics/bankruptcy-statistics-data)
출처=미국법원(https://www.uscourts.gov/statistics-reports/analysis-reports/bankruptcy-filings-statistics/bankruptcy-statistics-data)

신청, 기각, 계류까지 같이 보면 파산 신청 건수만으로 현 상태를 판단하면 전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산 신청건수가 늘었다고 이것이 다 받아들여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파산 관련 자료는 구체적인 채무규모 등을 알기가 어려우며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기가 매우 어렵기로 악명 높은 영역 중의 하나이다.

전체 자료 중에서 일부분만을 부각해 마치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워 진 듯한 느낌을 주는 기사는 시그널(Signal)보다는 노이즈(Noise)에 가깝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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