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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위기…모범생들의 추락
중국 부동산 위기…모범생들의 추락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8.18 16: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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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자산이 부채보다 작은 상환불능 상태
비구이위안, 자타가 인정한 모범생…유동성위기
위안양,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공기업도 못버텨
중국식 리만 사태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이코노미21 양영빈] 헝다그룹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중국 부동산 기업의 모범생으로 칭송받고 자칭 ‘우주제일부동산기업’이라고 자랑했던 비구이위안(碧桂园)은 며칠 전 달러 표시 회사채 발행에 대한 이자지급을 하지 못했다. 중국의 유명한 중롱투자신탁은 운용 상품 중 일부(부동산 신탁 상품, REITs)에 대한 원금 상환을 하지 못했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의 공통점과 차이점

헝다와 비구이위안은 둘 다 사기업이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기업을 대표하는 1, 2위 기업이었다. 헝다는 이미 2년전 디폴트(아직 파산은 아님)를 선언했으며 비구이위안은 며칠 전 이자지급을 하지 못했다.

2021년 중국 부동산 회사 100위

출처=http://www.zgyhys.org/bencandy.php?fid=75&id=4515#_bdtz_
출처=http://www.zgyhys.org/bencandy.php?fid=75&id=4515#_bdtz_

헝다는 디폴트 이전에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만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었다. 누구나 헝다는 시한폭탄으로 여겼으며 정작 디폴트가 있었을 때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디폴트 이후 어떻게 사후 정리를 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였다. 헝다는 비행청소년이 치명적 사고를 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헝다그룹의 문제점은 자산이 부채보다 작은 상환불능 상태(Insolvency)이다. 파산이 불가피하다.

반면에 비구이위안은 자타가 인정했던 모범생이었다. 비구이위안은 현재까지는 자산이 부채보다는 많은 상태다. 그동안 벌여 놓은 사업들이 부진해져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유동성위기(Liquidity Crisis)가 비구이위안의 문제점이다. 물론 사태가 진행되면서 유동성위기는 상환불능 위기로 전환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모범생이 컨닝하다가 발각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모범생의 일탈이 단발성이었는지 그동안 지속됐던 관행이었는지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시장에 주는 충격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위안양 그룹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사기업의 대표 주자라면 위안양 그룹은 배후의 대주주가 국유기업인 사실상 국유기업에 해당한다. 위안양그룹은 2021년 기준으로 업계 33위지만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축약해 놓은 기업 중에 하나이다.

1994년 분세제 개혁 이후 지방정부는 재정 조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994년 이전에는 세수의 70%가 지방정부의 몫이었는데 1994년 분세제 개혁 이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세수 비율은 5:5로 대폭 변경됐다. 다음 그림에서 파란색은 지방정부, 주황색은 중앙정부를 나타낸다.

출처=https://finance.sina.com.cn/review/jcgc/2019-10-12/doc-iicezuev1618580.shtml
출처=https://finance.sina.com.cn/review/jcgc/2019-10-12/doc-iicezuev1618580.shtml

이때부터 지방 정부는 부족해진 세수를 채우기 위해 각자 도생의 길을 걸었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보유한 토지에 대한 토지사용권을 매각하는 것이었다.

지방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체에게 토지사용권을 매각해 부족한 세수를 메꿨고 이 자금으로 지방 SOC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해 토지의 가치를 더욱 올렸다. 개발업체는 지방정부의 비호아래 분양 받은 토지 위에 아파트, 상가 등을 건설해 중국 인민에게 공급했다.

이것은 ‘지방정부+개발업체+중산층 인민’의 삼각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이 동맹의 핵심 근간은 “부동산 가격은 영원히 오른다”는 신앙이었다.

위안양그룹의 채권 디폴트는 바로 이 신앙이 불신으로 바뀌자 사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산하의 기업도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중롱신탁회사 투자금 반환 실패

중롱신탁회사는 중국의 그림자 금융의 일례를 보여준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사업 대출 등의 은행 융자 비율이 높은 사회였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 등장 이후 부동산 업체에 대한 대출을 엄격하게 심사하기 시작하자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 융통에 대한 수요가 높아 졌으며 이를 해결해 준 것이 중롱신탁회사같은 곳에서 출시한 REITs 상품이었다.  

이 상품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그 자금을 부동산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기본 모델로 삼는데 기존의 은행 대출의 빈 공간을 채워줬다.

중롱신탁회사의 투자 상품은 중국 투자업계에서는 일종의 모범생이라고 볼 수 있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최소 한도가 한화로 1억원을 넘는 등 일반인을 위한 상품이라기 보다는 돈이 남는 상장회사나 규모가 큰 건실한 회사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었다. 이 회사 상품의 특징은 ‘높은 안전성, 낮은 수익률’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고위험, 고수익’의 여타 투자 상품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안전성을 강조한 상품이었다.

이러한 중롱신탁회사의 투자 상품이 기한내에 투자금 반환에 실패했다는 것은 과거 난립했던 P2P업체의 디폴트와는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 이른바 문제아가 아닌 모범생이 사고를 친 것이다.

중국식 리만 사태

일부는 이번 사태가 중국식 리만 사태로 갈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을 보면 문제가 된 기업 중 일부는 다른 기업이 인수하거나 미국 정부가 직접 인수를 한 경험이 있다. AIG는 재무부가 지분의 92%를 인수했으며 3년후에 지원금(대출 포함 $1820억)을 전액 회수하고 $230억의 이익을 남겼다(https://home.treasury.gov/data/troubled-assets-relief-program/aig/status 참조).

미국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한 복판에서 발생한 위기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파산 또는 민간기업간 인수와 정부 인수 등을 총 동원해서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중국은 여전히 엄연한 사회주의 사회임을 생각한다면 강력한 중앙정부의 개입으로 사태를 천천히 고통스럽게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리만 사태처럼 돌발적으로 위기가 진행되기 보다는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앞날이 예상된다.

이번 부동산 문제로 촉발된 위기는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평화적인 시기에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매우 힘들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면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여전히 전세계 공장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부디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를 바랄 뿐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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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빈 2023-08-20 19:59:52
네 이번 부동산 위기는 어떻게 보면 중국이 그 동안의 경제발전 모델을 새로 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천욱 2023-08-18 23:40:43
미국이 달러의 부채화를 시작한 것처럼 중국이 위안의 부채화 없이 이번 위기를 극복한다면 중국을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