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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와처] 초과 저축 소진으로 소비가 감소된다고?
[연준와처] 초과 저축 소진으로 소비가 감소된다고?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9.27 14: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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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초과저축 ‘21년 5월 2.05조달러에서 현재 -2370억달러
누적 초과저축이 소진으로 특히 소득이 없는 사람의 소비여력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득이 오르면 소비는 증가
소비에 압도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소득(GDP)

[이코노미21 양영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정부는 소비자들에게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정지출을 단행했다. 소비자들은 정부지원으로 받은 자금을 그대로 다 소비하지는 않았으며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서 일부를 저축했는데 저축 수준이 이전의 추세보다 상당히 높았다.

기존 추세를 벗어나는 저축을 초과저축(Excess Saving)이라고 정의하는데 최근 들어서 팬데믹 이후 쌓였던 누적 ‘초과저축’이 다 소진됐다는 분석이 있다. 다음은 2016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의 저축 추세를 기준으로 한 초과저축을 나타낸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5Eb8)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5Eb8)

2016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추세를 측정하는 방법(선형, 지수함수 곡선 등)에 따라 초과저축은 달라진다. 그러나 누적 초과저축이 대부분 소진됐거나 마이너스로 돌입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여기서는 지수함수 곡선을 이용해 추세를 측정했으며 누적 초과저축은 2021년 5월 2조540억달러에 달했다가 현재는 -2370억달러로 축소된 상태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것을 두고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텅 빈 상태가 됐다고 판단한다. 미국 GDP에서 소비는 대략 7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소비의 급격한 감소가 있다면 GDP 성장은 멈추게 되고 경기침체를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저축, 투자 등의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저축, 투자의 경제학적 정의

주식 투자를 하거나, 여윳돈을 저축하는 경제 행위는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용어다. 그러나 국민경제를 다루는 경제학에서는 투자, 저축의 개념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용법과는 다르다. 이를 명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 분석이 필요하다.

대차대조표는 ‘자산(Assets)=부채(Liabilities)+순재산(Net Worth)’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산을 세분화하면 자산은 금융자산(Financial Assets, FA)과 실물자산(Real Assets, RA)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부채는 금융부채(Financial Liabilities, FL)만 존재한다. 금융자산은 항상 누군가에게는 자산이지만 그 반대편에게는 부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물자산은 그 자체로 완결된 자산이며 누군가의 부채는 아니다. 내가 황금을 소유했다고 해서 이 황금이 누군가의 부채는 아니다.

따라서 대차대조표 가장 기본적인 ‘자산(Assets)=부채(Liabilities)+순재산(Net Worth)’을 다시 풀어 쓰면 다음과 같다.

금융자산 + 실물자산 = 금융부채 + 순재산

FA + RA = FL + NW

경제활동을 함에 따라 대차대조표의 구성과 크기는 변하게 되는데 여기서 변화를 표시하는 Δ(델타)를 각 항목에 붙여서 보면 다음을 얻는다.

ΔFA + ΔRA = ΔFL + ΔNW

ΔFA - ΔFL + ΔRA = ΔNW

경제학에서는 각 항목을 ΔRA를 투자(Investment, I), ΔNW를 저축(Saving, S)로 새롭게 정의한다. 또한 ‘ΔFA – ΔFL’는 순금융자산(Net Financial Assets, NFA)의 변화이므로 ΔNFA로 쓸 수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종적으로 다음 관계를 알 수 있다.

ΔNW = ΔRA + ΔNFA

S = I + ΔNFA

경제학에서 말하는 저축(S)는 투자(I)와 순금융자산 변화의 합이다. 금융자산에는 현금, 채권, 주식 등이 있다. 투자에는 생산설비, 건물, 토지 등이 있다.

소비의 원천

누적 초과저축이 소진돼 소비여력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은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소비의 원천은 누적 초과저축이다”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러나 소득, 소비, 저축을 생각해보면 소비의 원천은 소득이다. 소득 중에서 소비와 세금을 제외한 부분을 저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자리를 잃어서 소득이 없는 사람은 기존의 저축을 깨서 소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비의 가장 큰 원천은 소득이다.

따라서 누적 초과저축이 소진으로 특히 소득이 없는 사람의 소비여력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득이 오르면 소비는 증가한다.

다음은 가계의 순재산(Net Worth) 또는 누적 저축의 추이를 GDP 대비로 본 그림이다. 그림은 2023년 2분기까지 자료이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9kuY)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9kuY)

2016년 이후 가계의 순재산(또는 누적저축)은 추세선(빨간색 직선) 근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누적 저축이 소진됐다는 분석은 그림의 녹색 상자만을 본 반쪽짜리 분석이다. 현재 가계의 순재산 규모는 GDP의 5.8배에 해당하는 154조달러이다. 녹색상자 시기만을 보면 누적 저축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이전부터 추세와 함께 보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다음은 GDP 대비로 본 소비(파란색, 왼쪽)와 저축(빨간색, 오른쪽)의 추이를 나타낸다. 빨간색 상자의 기간(1982년 4분기~2008년 1분기) 동안 소비는 63.1%에서 68%까지 올랐으며(4.9% 상승) 저축은 8%에서 2.5%까지 5.5% 포인트 하락했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9kwF)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9kwF)

이 기간 동안(25년) 저축은 꾸준히 감소했으며 누적 초과저축은 아마도 이 기간 중에 마이너스가 됐을 시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는 여전히 크게 반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녹색 상자는 2009년 3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다. 이 기간 동안 소비는 68.8%에서 67.3%로 1.5% 포인트 감소했다. 저축은 3.9%에서 6.7%로 2.8% 포인트 증가했다.

과거 사례는 저축이 소비의 원천이 아니라 소득에서 소비와 세금을 뺀 나머지가 저축이 됨을 보여준다. 즉, 소비의 원천은 소득이며 따라서 누적 초과저축이 소진돼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은 반쪽짜리 분석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00년 1월의 GDP(소득), 소비, 저축을 100으로 놓고 현재까지의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빨간색은 저축, 주황색 점은 GDP, 파란색은 소비를 나타낸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9kz3)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9kz3)

이 그림을 보면 소비와 GDP는 매우 안정적인 거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저축은 상당히 변동성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누적 저축도 소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소비에 압도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소득(GDP)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소득에서 소비와 세금을 제외하고 남은 저축으로 소비를 설명하기에는 저축의 변동성이 너무 크며 과거 자료로 봤을 때도 의미가 없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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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원 2023-10-13 10:28:59
소비가 GDP 함수라는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초과저축과 소비의 함수를 무시할 근거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부채의 증가가 초과저축으로 이어졌고 초과저축은 소비로 이어졌죠. 또 이것은 GDP 증가로 이어졌고요.
초과저축 소진에 따른 소비감소는 GDP 감소로 이어지겠죠. 예. 소비는 GDP 함수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