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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제를 지켜라”...사실상 허가제가 된 원화마켓 거래소
“신고제를 지켜라”...사실상 허가제가 된 원화마켓 거래소
  • 원성연 김창섭 기자
  • 승인 2023.10.2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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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마켓 거래소 5곳 불과...코인마켓 21곳
원화마켓 변경 신고하려면 ‘실명계좌’ 확보해야
실명계좌 확보해 신고서 제출했으나 수리 안해
금융위 “실명계정 발급은 은행과 사업자 간 사적계약”
금융당국이 실질적 영향력 행사하고 있다는 게 중론

[이코노미21 원성연 김창섭] 우리나라 원화마켓 거래소가 사실상 허가제가 됐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원화마켓 거래소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정한 일정한 기준을 갖춰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신고서를 제출했음에도 승인이 이뤄지지 않거나 아예 신고서 제출조차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상가산 거래소는 원화마켓과 코인마켓으로 나뉜다. 원화마켓은 가상자산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는 거래소다. 현재 원화마켓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빅, 고팍스 등 5곳이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하지 못해 가상자산 간 거래만 지원하는 거래소를 말한다. 현재 코인마켓 거래소는 21곳이 있다.

원화 결제를 위해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이른바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업비트 등 5곳은 바로 이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다. 나머지 21곳은 실명계좌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거나 협의 중이다.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원화 마켓 변경 신고를 할 수 없다. 특금법은 원화 마켓 거래소를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금법의 규정과 상관없이 코인마켓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실명계좌를 발행할 은행이 정해져야 한다. 현재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은 원화마켓 거래소와 계약을 맺어 실명계좌를 발행하고 있어 신규 진입하는 거래소는 다른 은행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실명계좌를 발행할 수 있는 은행을 찾는 것은 간단치 않다. 은행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부담이 되는 실명계좌 발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빗코, 실명계좌 확보해 신고서 접수했지만 넉달 째 신고서 수리 안해

더 큰 문제는 실명계좌를 발행할 은행을 찾아 신고서를 접수 했음에도 금융당국이 차일피일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는 광주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6월 금융당국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넉달 째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원화마켓 전환을 위한 현장실사까지 했음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한빗코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신고 수리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출처=한빗코 홈페이지
한빗코 홈페이지 출처

한빗코에 대한 승인이 언제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지난 13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한빗코코리아에 대해 고객확인(KYC)과 트래블룰 규제 미준수 등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사항을 발견했다면서 기관 주의 및 과태료 19억9천42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번 과태료 부과에 대해 시장에선 한빗코의 원화마켓 승인이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빗코는 원화마켓 사업자 변경신고 심사는 별개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금융당국이 한빗코의 신고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한빗코의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빗코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해 신고서를 제출했음에도 승인이 나지 않는 사례라면 프로비트는 실명계좌 확보를 위한 은행과의 업무 과정에서 진행이 지체된 사례다.

코인마켓 거래소인 프로비트는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와 실명계좌 발급을 협의해 긍정적인 대답을 받았다. 그리고 프로비트는 금융당국과도 신고서 제출을 위한 협의를 하면서 신고서 접수를 준비해 왔다. 그런데 토스뱅크는 아직까지 실명계좌 발급을 미루고 있다. 토스뱅크가 실명계좌 발급을 미루는데 금융당국의 부정적 기류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신고서 접수를 막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중론

금융위원회는 지난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실명계정 발급여부는 개별 은행과 가상자산사업자 간의 사적계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금융당국은 실명계좌와 관련한 어떠한 개입이나 간섭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원화마켓 사업자 변경 신고는 여전히 유효하며 허가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아무런 진척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입하지 않는다는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이야기다. 실제로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2021년 8월25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프로비트에서 개최한 국민의힘 가상자산 특별위원회 초청 간담회에서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의 최종 단계까지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압박에 결국 계좌를 열어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 “당국은 은행과 거래소 간 사적 계약을 존중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코인마켓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금융당국은 코인마켓 거래소가 자전거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중소형 은행들의 자금세탁방지 역량 역시 아직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원화마켓거래소와 실명계좌를 맺은 대형 시중은행의 전체 이상 거래 중 60~70%가 가상자산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중소형 지방은행들의 금융 범죄 예방 역량은 더 부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여러 검증을 거친 원화마켓 거래소가 이런 상황인데 아무런 검증도 없었던 코인마켓 거래소는 상태가 더 나쁠 것이라는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자전거래 위험과 자금세탁방지 역량 부족을 이유로 원화마켓 거래소 신고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더 나아가 은행들이 실명계좌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여러 경로로 은행에게 전달되고 있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은행들은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당국의 다양한 영향으로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워지거나 신고서를 접수해도 수리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신고제가 아닌 사실상 허가제라는 게 업계 관계들의 주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은 일정 요건을 갖춰 신고서를 접수한다면 애초 취지대로 변경 승인을 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코노미21]

업비트 홈페이지
업비트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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