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0조2000억원 만기 도래
손실률 50% 확정시 손실액 5조원
[이코노미21] 은행권이 지난 2021년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1월 만기 손실액이 3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무려 53%에 달했다. H지수가 지금처럼 5300선에 머무르면 올 상반기 원금 손실액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개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지난 26일까지 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 수준으로 원금의 절반이 사라졌다.
H지수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중 50개 종목을 모아 산출한다. H지수를 기초로 한 ELS는 일반적으로 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
H지수는 판매 당시인 2021년 초에 1만2000대를 넘었으나 미중 갈등과 중국 경기 부진 영향으로 5300대까지 폭락했다.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 밑으로 떨어져 계약 조건에 따라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원금 손실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30% 이상 올라야 한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지방정부 부채 등으로 중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H지수 상승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H지수 연계 ELS 만기는 일별로 계속 돌아오므로 손실액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79.8%인 15조4000억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1분기(1~3월) 3조9000억원, 2분기(4~6월) 6조3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절반이 넘는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손실률 50%가 확정되면 은행권 손실액은 상반기에만 5조원이 넘는다. 하반기까지 H지수가 상승하지 않으면 은행권 손실액은 7조원을 상회한다.
대규모 손실에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ELS 가입자들은 대규모 손실에 분노하며 이처럼 위험한 상품을 은행이 판매한 것에 강력 항의하고 있다. 더군다나 여러 곳에서 상품의 불완전판매가 알려지고 있어 손실 배상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ELS 불완전 판매가 입증될 경우 판매사가 손실액 일부를 배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와 2021년 라임펀드 사태 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금융사에 권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3월까지 H지수 ELS 손실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