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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IMT-2000 복수표준 날아간 세계통화
[테크놀로지] IMT-2000 복수표준 날아간 세계통화
  • 이김정(자유기고가)
  • 승인 2000.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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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기술표준 공통주파수라는 애초 목표 실종...호환장치 필수 소비자 부담 가중
정부의 IMT-2000(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방안이 마침내 뚜껑을 열었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보고와 8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12일 공식 발표될 예정인 정부안은 사업자 수를 세개로 확정하고, 현행 사업계획서 심사방식에 주파수 경매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출연금제를 선정방식으로 채택했다.
기술 표준은 업계의 자율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제 IMT-2000을 둘러싼 전쟁은 끝난 것일까.복수표준은 소비자만 골탕 먹는다 이동통신은 아날로그 1세대와 디지털 2세대를 거쳐 IMT-2000 사업자 선정으로 3세대 표준전쟁에 돌입했다.
2세대 전쟁에서 흔히 유럽식으로 불리는 시분할방식(TDMA)과 코드분할방식 가운데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의 손을 들어준 정부는, 이번엔 복수표준을 채택했다.
당시 대다수 나라에서 시분할방식을 쓰고 있었음에도 CDMA를 단일표준으로 선정함으로써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했던 정부의 선택치고는 얌전하다.
정부는 그동안 축적한 CDMA 기술이 사장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기술고립의 위험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업계의 자율선택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복수표준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CDMA 기술에 대한 과신으로 잘못된 예측을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은 셈이다.
조용한 가스흡수식 냉장고가 시끄러운 전기압축식 냉장고에 자리를 내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기술적인 효율성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고나 할까. 그러나 복수표준을 허용한 것은 IMT-2000의 목표에 비춰봤을 때 또다른 아이러니다.
국가별로 다른 무선접속 규격을 통일하는 표준을 정하고,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여 언제 어디서나 하나의 단말기로 다양한 형태의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IMT-2000의 애초 목표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다섯개나 되는 표준을 선정함으로써 모든 진영의 손을 들어준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모습과 유사하다.
IMT-2000의 표준이 복수라는 것은 단일한 기술표준과 공통주파수 사용이 전제돼야만 가능한 국제로밍 서비스가 같은 표준을 쓰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현재 구현되고 있는 제한된 형태의 로밍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스마트카드 등을 이용한 호환성 확보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불필요한 요소에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GPS 조마간 유료화 동기식에 부담 ITU가 지난해 11월 확정한 IMT-2000 지상 부문의 무선접속 표준은 비동기방식의 IMT-DS(IMT2000 CDMA Direct Spread), 동기방식의 IMT-MC(IMT2000 CDMA Multi Carrier), 시분할다중접속방식 기반의 IMT-TC(IMT2000 TDD CDMA)와 IMT-SC(IMT2000 TDMA Single-Carrier), IMT-FT(IMT2000 FDMA/TDMA) 등 다섯가지다.
코어망 부문에서 유럽의 GSM(MAP), 미국의 ANSI-41, 인터넷 기반인 IP네트워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고려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은 동기방식의 IMT-MC/ANSI-41나 비동기방식의 IMT-DS/GSM(MAP), IMT-DS/ANSI-41 등이 된다.
시스템 호환성은 2세대 단말기를 갖고도 IMT-2000 네트워크를 이용해 멀티미디어를 제외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데, 방대한 규모의 2세대 시스템 인프라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기본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결국 3세대 표준전쟁에서 사업자들의 선택은 동기식이냐 비동기식이냐로 나뉜다.
동기식은 미국의 군사용 위치추적 위성인 GPS(Global Position Satellite)로부터 신호를 받아 이동통신 시스템(정확히는 단말기와 기지국 제어기 사이)의 동기를 맞추는 방식을 가리킨다.
비동기식은 GPS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기준 시계를 이용해 동기를 맞춘다.
당연히 동기식이 기술적으로 더 간단하다.
그러나 현재 무료로 사용하는 GPS가 조만간 유료로 전환할 것이란 점에서 동기식의 매력은 줄어든다.
주로 유럽에서 제안하는 비동기식은 기술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디지털 이동통신 시장에서 80%를 점유하고 있고, 이것이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미국 퀄컴과의 불평등한 기술종속 상태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사업자들은 한결같이 비동기식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IMT-2000 사업에 관한 주된 관심은 표준선택이 업계의 자율에 맡겨진 이후, 정부의 개입 여부와 그에 따른 관련 업계의 재편 시나리오에 모아진다.
전 사업자가 비동기식을 선택할 경우 정부가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자율에 맡길 경우 사실상 비동기 표준으로 단일화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동기와 비동기 진영으로 강제로 나뉘면 같은 진영에 속하는 사업자들은 공동망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장비업체들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동기식 단일표준을 요구해온 삼성이나 비동기식을 주장해온 LG가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국내 단말기 업체들은 CDMA 표준 덕분에 선전할 수 있었다.
세계 단말기 시장에서 1, 3위를 하는 노키아와 에릭슨이 유럽방식의 단말기를 주로 생산하는 탓에 국내에 쉽게 발을 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단일표준에 의한 보호막이 사라진다.
IMT-2000이 기존 디지털 이동통신과 어떻게 다를지는, PCS가 그전 이동전화와 다른 게 무엇인지를 느낄 수 없었던 사용자들에게 여전히 의문부호다.
단말기를 들고 해외출장을 가면 화면을 통해 “아빠”하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보지만, 해외를 제집처럼 누비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즐거운 상상이 못 된다.
게다가 국제표준을 정한다는 애초 목표를 이미 이루지 못함으로써 국제로밍 서비스는 많은 장애를 안고 있다.
그럼 지금 디지털 이동전화에서 지원하는 방식의 제한된 로밍 서비스에 만족해야 하는가? 빨라진 데이터 전송에 따른 이익은 어떤 것일까? 월드컵은 IMT-2000의 첫 시험장 IMT-2000은 92년 WARC(세계무선주관청회의) 회의에서 1.8~2.2GHz 대역의 230MHz를 세계 공통주파수 대역으로 할당받았다.
주파수대역은 지상용과 위성용으로 나뉘는데, 지상용은 FDD(Frequency Division Duplex) 방식으로 상하향 60MHz씩 120MHz와 TDD(Time Division Duplex) 방식으로 50MHz를 할당했다.
위성용은 상하향 30MHz씩 60MHz를 할당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이동전화 가입자가 늘고, 인터넷이 확산됨에 따라 주파수 대역이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IMT-2000에 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분배할 예정이다.
IMT-2000은 같은 대역폭(1.25MHz)을 갖고 거의 비슷한 속도(9.6kbps, 14.4kbps)를 갖는 디지털 휴대전화나 PCS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우징 기능이 확장된 단말기와 단말기 전용 인터넷 서비스의 확대로 휴대전화가 PDA는 물론 웬만한 노트북 기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IMT-2000 기술의 발전과 안정에 따라 서서히 얻어진다고 봐야 한다.
갑자기 14.4kbps에서 2Mbps로 전송속도가 비상하는 눈부심은 초고속 통신망에서와 마찬가지로 경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 IMT-2000의 목표 시작연도인 2002년에는 월드컵이 개최된다.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사업자들의 기대와 달리 호환이 되지 않는 전화기를 들고온 선수들의 불평이 쏟아지고, 주최 쪽은 호환기를 제공하느라 바쁠지도 모른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2세대 디지털 시스템인 PDC와 PHS를 사용해온 일본이 3세대에서는 국제표준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고, 2001년부터 유럽의 비동기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리고 북한이 우리와 같은 표준을 적용한다면 2002년 월드컵은 IMT-2000의 위력과 한계를 실감하는 첫 무대가 될 것이다.
3세대 표준전쟁 소비자들도 긴장해야 3세대 표준전쟁을 치르면서 이제 유일한 승자를 가려내는 일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들의 삶은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다양한 정보에 대한 좀더 쉬운 접근은 다양한 정보에 의한 좀더 많은 침해를 가져오기도 할 것이고, 만만찮을 단말기 값과 서비스 이용료를 생각하면 정보에 의한 차별도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관련 업체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만큼 그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사용자도 승자가 될 필요가 있다.
사이버 세계에서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고, 기술이 약속한 테크노피아를 지키도록 감시하고, 테크노피아가 디스토피아로 바뀌지 않도록 보호할 장치들을 마련해나가는 게 3세대 사용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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