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돋보이는 두 의류업체 이야기
[비즈니스] 돋보이는 두 의류업체 이야기
  • 이수혜 대우증권 선임연구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원무역·한세실업, OEM 방식 탈피·해외생산시설 구축이 불황 돌파 노하우
국내 의류업계의 수출은 1960년대부터 정부의 지원과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80년대에는 수출 주력품목으로 사랑을 받으며 연평균 20%의 수출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의류수출은 89년 87.6억달러를 정점으로 97년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국내 임금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97년 의류산업은 잠깐 호황기를 맛보게 된다.
이 해 하반기의 국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기호황으로 의류수출이 늘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류수출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지역의 경기둔화가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다.
올해 5월까지 의류수출 누계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나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발국과의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장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또 주요 의류수입국들이 자국 내 제품이나 인근지역 제품에 특혜를 주는 등 세계적인 블록경제화로 의류수출 환경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11월로 예상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국내 의류수출업체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값싼 중국 의류제품과 경쟁이 심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법인, 경쟁력의 원천 이처럼 국내 의류수출업의 영업환경이 어두운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몇몇 업체들은 돋보이는 실적을 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로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을 꼽을 수 있다.
두 기업은 낮은 임금의 외국에 해외생산 체제를 구축해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고정적인 바이어와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재무구조도 탄탄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생산 체제를 계속 확대함에 따라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
74년에 설립된 영원무역은 방한복 등 스포츠웨어를 전문으로 수출하는 업체다.
스포츠웨어는 일반 의류와 달리 품질이 중요하다.
영원무역은 오랫동안 축적된 뛰어난 봉제기술을 바탕으로 나이키, 노스페이스(Northface)와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업체들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단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사업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디자인 제공과 마케팅으로 신규 바이어들을 꾸준히 불러들이고 있다.
한세실업은 82년도에 설립된 니트 OEM 수출 전문업체라고 할 수 있다.
갭, 리바이스, 시어스백화점 등 미국의 내로라는 의류 브랜드와 백화점들을 거래선으로 확보하고 있다.
의류수출 산업은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의류수출업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임금 상승과 노동력 부족 등으로 국내 생산여건이 나빠지자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저임의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인다.
영원무역과 한세실업도 해외생산 체제를 구축해 해외법인에 원부자재를 수출하고, 해외법인에서 생산된 의류를 중계무역하는 영업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해외 생산법인들이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인 셈이다.
영원무역은 일찌감치 80년대 중반부터 방글라데시에 진출해 해외 생산기반을 마련했으며, 현재 거의 100% 해외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력 생산기지인 방글라데시는 국내의 10분의 1에 불과한 싼 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영원무역의 오랜 의류생산 노하우와 접목해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영원무역은 올해 안에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과 중국 등에 생산설비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투자는 중국의 WTO 가입과 2005년 쿼터 폐지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쿼터가 폐지되면 비교적 가격경쟁력이 높고 지리적으로도 미국과 가까이 있는 중남미 지역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세실업은 88년부터 사이판에 해외생산 체제를 구축했고, 98년에는 니카라과에도 진출했다.
특히 사이판에서는 기술 숙련도가 높은 조선족을 고용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똑같은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 한세실업이 진출한 지역들은 미국에 대한 무관세·무쿼터 지역이며, 지리적으로도 미국과 가까워 납기준수가 쉽다.
미국 수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세실업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01~2002년에 니카라과와 베트남에 생산설비 증설을 계속할 계획이다.
두 회사 모두 재무구조가 매우 좋은 편이다.
따라서 의류수출의 마진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낮은 데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쟁력으로 올해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에도 두 회사 모두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영원무역은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나 증가하는 실적호전을 보였다.
환율상승을 고려하더라도 주문이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세실업도 지난해 니카라과 라인 증설과 기존 바이어의 주문 증가로 1분기 매출액이 29%나 훌쩍 뛰었다.
미국·유럽 경기 회복이 관건 두 회사 모두 수출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큰 편이다.
영원무역은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10배 이상 많아 환율이 오르면 외환수익이 외환비용보다 많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한세실업은 그 반대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말 기준으로, 영원무역은 627억원의 순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세실업은 85억원의 순외화부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2000년 4분기 환율의 갑작스러운 상승으로 영원무역은 외화환산 이익이 급증했으며, 한세실업은 거꾸로 외화환산 손실이 늘었다.
하지만 환율이 떨어질 때는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생산제품 측면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영원무역은 스포츠 의류, 한세실업은 니트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둘다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스포츠 의류는 품질 요구 수준이 니트보다 까다로워 상대적으로 기술이 필요한 품목이다.
따라서 류포츠 의류를 생산하는 영원무역의 바이어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변동에 덜 민감한 편이다.
두 회사가 비교적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영업상 위험요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수출지역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주문 증가와 채산성 향상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단순 OEM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낮은 성장성과 채산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
두 기업이 독자적 브랜드로 해외에서 승부하기 위해 풀어야 고난도 숙제인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