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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e혁명] ⑦ 코오롱그룹
[공룡들의e혁명] ⑦ 코오롱그룹
  • 박종생
  • 승인 2000.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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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없는 인터넷 사업은 없다"
코오롱그룹 www.kolon.co.kr 은 재계 순위로 10대 그룹에 들지 못하지만, 인터넷 사업 하면 상위에 드는 회사다.
다른 그룹들에 견주어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사업에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섬유산업의 산역사라 할 수 있는 코오롱이 인터넷이라는 첨단산업에 적극적인 것은 이웅렬(44) 그룹 회장이 이 부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 회장은 섬유가 중심인 코오롱그룹의 변신에 항상 고심해왔다.
자신이 그룹 부회장으로 있던 시절인 지난 94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변신 기회로 삼았으나 이것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코오롱은 지난해 말 신세기통신 지분을 SK텔레콤에 팔아야만 했다.
심기일전한 이 회장은 99년 말부터 임직원들에게 자신을 그룹 비전을 짜는 ‘CVO’(Chief Vision Officer)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룹 비전을 인터넷과 접목시키겠다는 것이 그가 내세우는 비전이다.

e코오롱을 향하여 코오롱은 신세기통신 지분을 팔아 거의 8천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중 1/3에서 1/4 가량은 3년 동안 인터넷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내부방침이다.
그룹 회장의 드라이브와 든든한 자금력이 코오롱을 새로운 인터넷 기린아로 떠오르게 하는 동력이다.
물론 코오롱이 인터넷 기린아로 떠오를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인터넷 사업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 어 섣부르게 단정짓기는 힘들다.
코오롱의 인터넷 사업은 기존 사업과 인터넷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의 평소 철학과 관련이 깊다.
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굴뚝없는 인터넷 사업은 없다”거나 “기존 산업을 온라인으로 이끌어 더욱 경쟁력있는 것으로 키워가는 것이 그룹 인터넷 비즈니스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코오롱 계열사들은 ERP(전사적자원관리), CRM(고객관리), SCM(공급망관리) 등 내부합리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오롱은 그룹 구조조정본부 안에 ‘K2e’(Kolon to eKolon)라는 태스크포스팀을 발족시켜 각 계열사의 디지털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건설, 섬유, 무역 등 기존 오프라인 사업영역들을 온라인 사업영역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기존 계열사들의 디지털화 작업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코오롱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상태에서 코오롱 인터넷 사업에서 가장 큰 중심축은 아이퍼시픽파트너스(IPP) www.ipacificpartners.com 라는 계열 창투사다.
올 5월에 설립된 IPP는 코오롱이 앞으로 중점을 두려고 하는 사업분야에 속한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그룹의 인터넷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곳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선과 B2B다.
IPP 이진용(36) 사장은 “향후 5년을 놓고 봤을 때 인터넷의 큰축은 무선과 B2B가 될 것이라는 점과 코오롱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관심 여전 코오롱은 신세기통신 지분을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했지만 지금도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회가 오면 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B2B에 중점을 두는 것은 코오롱의 기존 사업을 인터넷과 접목시키겠다는 비전과 관련이 있다.
섬유, 건설, 무역 등 코오롱의 기존 사업영역을 인터넷과 접목시키기 위해 B2B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인프라를 개발하는 외부 벤처기업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투자업체 중 무선 관련 업체로는 에이치엔티, 엔슬래시닷컴 등 모두 10개, B2B 관련 업체로는 브로드캐스트월드와이드넷, 코리아이플랫폼 등 6개에 이른다.
투자금액은 지금까지 모두 200여억원 정도다.
에이치엔티는 컴퓨팅, 음성 및 데이터 이동통신, MP3플레이어, 디지털 영상촬영 및 전송 등 복합기능을 갖춘 차세대형 PDA를 개발하는 업체로 내년 초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이동통신 광고시스템, 모바일 임베디드 리눅스,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근거리 무선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무선 업체들에 투자를 했다.
B2B 업체인 브로드캐스트월드와이드넷은 세계 각국의 영상미디어 구매자와 판매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영상미디어 B2B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코리아이플랫폼은 국내 11개 대기업 소속 17개 회사가 공동으로 세운 B2B 업체다.
그런데 IPP의 투자방식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지분의 50% 이상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균 지분 보유율은 20~30% 정도로 경영권을 넘보지 않는다.
IPP는 창투사여서 그 정도 투자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으나, 코오롱의 다른 계열사들이 투자한 벤처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은 이웅렬 회장이 ‘대기업-벤처 공존론’을 주창하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고 그룹 관계자들은 말한다.
대기업은 막강한 자금력과 네트워크가 강점인 반면, 벤처기업은 기술력과 빠른 의사결정구조 등을 갖고 있어 양자가 협력할 경우 ‘윈윈’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투자한 업체와 평생 같이간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순한 투자목적뿐만 아니라 코오롱그룹을 변신시키는 데 이들 벤처기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설명이 재벌들이 재테크 목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회 일반의 통념을 의식해 이런 비난을 일시적으로 피해보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코오롱그룹도 IPP가 무선과 B2B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룹의 다른 조직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SW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어 모든 투자가 코오롱과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고 보기는 힘든 점이 있다.
투자목적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2~3년 뒤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기존 사업 인터넷화에 열성 코오롱은 기존 계열사들이 영위해왔던 사업을 인터넷화하는 데도 나름대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주)코오롱은 섬유 B2B 회사를, 코오롱건설은 건설 B2B 회사를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만들기 위해 논의중에 있다.
코오롱상사는 이들보다 조금 앞서 있다.
코오롱상사는 99년 10월 e비즈개발팀을 사내에 만들어 인터넷 사업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 올 4월 넥스프리 www.nexfree.com 라는 레저·스포츠 포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분사시켰다.
이 회사는 코오롱상사가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레저·스포츠 사업을 온라인과 접목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코오롱상사에서 신규사업을 담당했던 넥스프리 정창수(37) 사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클릭&모르타르 모델일 것”이라고 말했다.
넥스프리는 등산, 낚시, 골프, 래프팅 등 다양한 레저·스포츠를 다루고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이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기존 코오롱의 인프라를 이용해 실제 체험을 하게 한다.
대표적인 게 코오롱상사가 운영했던 스포츠아카데미(레저 소개), 등산학교 등이다.
등산학교는 15년의 노하우가 쌓인 곳이다.
또 온라인 의류용품 판매는 29년간 시장을 닦아온 ‘코오롱스포츠’라는 브랜드가 든든한 뒷배경이 되고 있다.
정창수 사장은 “레저·스포츠 마니아층을 위해서는 외국의 최신 제품을 해외 지사망을 이용해 다른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서비스해줄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존 코오롱 제품만을 판매하는 게 아니고, 경쟁사 제품이나 외국산 제품도 판매한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 한다는 게 기존 오프라인 사업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이 회사도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업적은 쌓지 못했다.
정 사장은 “클릭까지는 하지만 물건을 사는 것은 직영점 등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매출은 연수, 체육대회, 스키 등 단체 행사를 주관하는 데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오롱스포렉스에서 분사한 월드와이드넷 www.center.co.kr 도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인터넷에 접목시키는 차원이다.
월드와이드넷은 예술·영화TV인 채널37을 운영하는 CATV 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애초 94년에 ANC코오롱이라는 사명으로 출범을 해 예술·영화TV를 운영해오다 99년 초 코오롱스포렉스에 합병됐다.
그러다 올 8월 풍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인터넷 및 위성방송과 연계시킨다는 비전 아래 월드와이드넷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분사했다.
분사 뒤인 올 10월 이 회사는 또다른 CATV 채널인 코미디TV도 개국해 두개 채널을 확보했다.
코미디TV는 앞으로 인터넷 방송이 활성화되면 인기를 모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월드와이드넷은 또 자회사로 센터코리아(인터넷 영화 및 공연상연)를 두고 있으며, 관련 분야 벤처에 투자도 하고 있다.
무비스트(인터넷 영화 포털), 인포아트(인터넷 공연예술정보 제공) 등이 그런 회사들이다.
월드와이드넷 3천여편의 콘텐츠가 무기 월드와이드넷 한강우 편성국장은 “공연예술, 다큐멘터리 등 예술·영화 프로그램 3천여편이라는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며 “하나의 콘텐츠를 CATV, 위성방송, 인터넷 등 3개 채널로 서비스하는 이른바 ‘one source, multi use’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기존 CATV 사업에서 보고 있는 적자를 이런 형태로 운영하면 충분히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위성방송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리는 만큼 짧은 기간 안에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오롱 하면 사람들은 지금까지 섬유나 스포츠를 떠올렸다.
과연 앞으로 2~3년 뒤에는 코오롱 하면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기업과 벤처 ‘윈윈’해야” 아이퍼시픽파트너스 이진용 사장 아이퍼시픽파트너스 이진용(36) 사장은 젊다. 코오롱그룹 회장부속실에서 벤처투자 담당 및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과장으로 일하다 전격적으로 사장으로 발탁됐다. 코오롱 이웅렬 회장은 아마도 벤처기업에는 젊은 사람들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코오롱상사에서 분사한 넥스프리 정창수(37)도 비슷한 케이스다. 아이퍼시픽파트너스는 코오롱그룹에서 벤처투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룹의 인터넷 사업 전략을 짜는데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이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코오롱에 입사했다. 96년에는 그룹 장학생으로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밟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자 과정을 1학기 남겨놓은 채 귀국해 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벤처투자에 원칙이 있다면. 두가지 원칙이 있다. 벤처기업을 지원, 육성한다는 것과 코오롱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대부분의 국내 벤처캐피털들과 달리 특정 테마에 장기적인 투자를 한다. 대부분 투자업체도 초기단계(early stage)의 신생벤처들이다. 또 우리는 파트너지 투자자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요즘도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출장도 함께 다니는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벤처캐피털이 아니라 ‘캐피털벤처’라고 스스로 부르고 싶다. 캐피털로 투자사업을 하는 벤처기업이라는 뜻이다. 또 코오롱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위해 무선과 B2B 부문에만 집중 투자하고 있다. >코오롱은 다른 대기업들과 B2B 관련 사업을 공동으로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나. 아시아비투비벤처스 같은 B2B 관련 회사를 여러 대기업과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해관계 조정 문제는 회사를 설립하는 단계에서 불거질 수 있는 일이다. 요즘 B2B 화두는 이해관계 조정 문제가 아니라 시장 미성숙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문제라고 본다. >이웅렬 회장은 인터넷 사업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나. 이 회장은 코오롱이 향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업무 수행을 인터넷 베이스로 해야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반의 새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기업간,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에 모두 ‘윈윈’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아주 심플(simple)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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