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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동통신 시장 개방 “꿩 먹고 알 먹자”
[중국] 이동통신 시장 개방 “꿩 먹고 알 먹자”
  • 이문기 통신원
  • 승인 2000.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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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연통 CDMA 방식 전면 도입, GSM과 표준 양립…“외국업체에 시장 안 뺏기려는 정지작업” 추측
지난 10월16일 중국 이동통신 업계의 구도를 흔들 만한 사건이 있었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중국연통(中國連通, 차이나유니콤) 상임부총재인 왕조우가 “중국연통이 기존 GSM 방식 서비스말고 CDMA 방식으로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힘으로써 두가지 표준을 동시에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 발표는 CDMA 방식의 원천기술 소유자인 미국의 퀄컴을 비롯해 중국의 기술개발 업체, 한국 삼성전자 등 CDMA 장비와 단말기를 만드는 업체들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발표 당일 나스닥의 퀄컴 주식은 10%가 뛰어올랐고, 중흥통신(中興通迅), 대당전신(大唐電信) 같은 중국 CDMA 제조업체, 그리고 삼성전자 주가까지 치솟는 현상이 벌어졌다.
중국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 10월까지 65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가운데 중국연통 가입자는 1500만명이고 나머지는 중국이동(中國移動) 가입자이다.
중국이동은 현재 GSM 단일 방식 서비스를 하고 있고, 중국연통은 두가지 방식 모두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1500만 가입자 중 CDMA 방식 가입자는 100만명에도 못 미친다.
이용료는 GSM 방식에 비해 훨씬 싼데도 가입자 수가 적은 이유는 뭘까. 서비스 지역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CDMA 서비스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톈진, 시안 등 대도시와 허베이성 지역에 불과하다.
CDMA 방식을 전면 도입하게 되면 전국에 깔려 있는 GSM 네트워크 위에다 다시 CDMA 네트워크를 이중으로 깔아야 하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따른다.
예기치 못한 시장 전략의 대전환 각국 통신업체들이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투자를 늘리는 시점에서 천문학적 자금이 드는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에 돈을 들인다는 게 의아할 수도 있다.
중국연통이 이미 전국적으로 1400만명의 GSM 가입자를 보유한 판에 CDMA도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분명히 시장 전략을 크게 수정하는 일이다.
중국연통의 CDMA 방식 전면 도입설은 이미 99년 초에 한번 터져 중국 통신업계를 강타한 적이 있다.
당시 CDMA 상용화 개발과 함께 시험 운영을 하던 장성전신(長城電信)에서 CDMA 상용화 기술과 사업 독점권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바로 2월16일까지 퀄컴과 기술사용 계약을 맺고 연말까지 1천만명 규모의 서비스 용량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이같은 중국연통의 입장 변화에 대해 중국 내외 언론들은 대부분 퀄컴의 기술 특허에 대한 로열티 지불 규모를 놓고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연통과 신식산업부(정보산업부)는 아직도 계획이 무산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중국연통이 CDMA 방식의 전면 도입을 장기 전략으로 구상했다면 99년 초부터 진행했어야 할 일이다.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통신망을 이중으로 깔아야 하는 부담도 줄이고 중국이동과 차별성도 분명히 했을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중국연통의 CDMA 전면 도입은 시장 전략의 대전환이자 신식산업부가 중국 통신산업 발전에 거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연통의 CDMA 도입은 중국 통신설비 업체의 강력한 요구와 신식산업부의 전략적 고려에 따른 것이 분명하다.
CDMA 기술 설비와 장비 제조에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하며 공을 들인 중국 업체는 중싱통신, 다탕전신, 동팡통신 등 상장회사만 7개나 된다.
이들은 유일한 CDMA 서비스 업체로 선정된 중국연통에게 전국망을 깔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 8월1일 이들 업체와 중국연통, 신식산업부, 그리고 거시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계획위원회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CDMA 방식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는 결정이 거의 확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적인 중국연통 몸집 키워주기 중국연통은 중국 통신시장의 공룡인 중국전신의 독점 구조를 깨뜨리고 경쟁 체제를 만들기 위해 94년에 전자산업부가 대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회사다.
중국연통은 중국전신에서 떨어져나간 중국이동과 함께 두장의 이동통신 서비스 티킷을 획득했다.
시장에서 중국연통의 점유율은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그동안 절대적 독점권을 행사해온 중국전신의 장자인 중국이동을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중국연통의 급속한 성장은 신식산업부의 각별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신식산업부의 화두는 명확하다.
하루빨리 중국 업체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임박한 WTO 가입과 유수한 외국 업체에게 약속한 통신시장 개방 일정이 다가올수록 신식산업부는 자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제에 더욱 집착한다.
신식산업부 과제를 해결해줄 유일한 대안이 중국연통이다.
이 회사의 독보적 영업권 획득이 이를 반증한다.
중국연통은 이동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유선전화, 인터넷 전송 등 통신 시장의 알짜 영업권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이동과 중국연통의 경쟁은 헤비급 대 플라이급의 싸움이다.
따라서 신식산업부의 중국연통 몸집 키워주기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중국연통은 경쟁 관계에 있는 GSM과 CDMA라는 두명의 배다른 아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키워낼 것인가? 제3세대 통신서비스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는 분명 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3세대 통신서비스에서까지 이처럼 불편한 구조를 이어갈 리는 없다.
그러면 중국연통의 3세대 표준 전략은 무엇일까. 제2세대 GSM 방식을 발전시킨 비동기식(W-CDMA)과 CDMA 방식을 발전시킨 동기식(cdma2000) 중 누구를 왕세자로 선택하게 될까. 업계에서는 이번의 뒤늦은 CDMA 전면 도입 선언은 동기식의 cdma2000을 차세대 주자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연통은 1천만명의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네트워크 설비 계획을 국가계획위원회에 신청해놓고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연통은 GSM 방식으로 2천만명 규모의 서비스 용량을 구축한 상태고, 금년 말까지 3천만명 수용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연통 관계자는 2.5세대로 불리는 cdma2000-1x의 상용화가 가능한 시점인 2002년까지는 CDMA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2년 동안 CDMA 전국망을 깔면서 2.5세대 서비스가 상용화하는 시점에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한다면 이번 조치가 시장성을 높이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대 시장, “내주기엔 너무 아깝다” 중국연통의 CDMA 방식 도입과 차세대에서 동기식 채택이 유력해짐에 따라 CDMA 장비업체와 단말기 제조업체의 시장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2005년까지 중국의 CDMA 통신 설비와 관련한 총 시장 규모는 약 1천억위안(약 10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장비와 단말기 시장에서 CDMA 기술 상용화 수준에서 중국 업체는 한참 뒤떨어진 현실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 모토로라, 노텔네트웍스 등 북미 업체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어떻게든 자국 업체의 경쟁력을 키워 거대한 시장을 외국 업체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게 중국 신식산업부의 의지이다.
당장은 기술력과 상용화 수준에서 앞선 외국 업체에게 시장을 내주겠지만 중국 업체의 시장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펴나갈 것은 분명하다.
CDMA 기술에서는 중국 업체도 상당한 투자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기존의 GSM 방식처럼 외국 업체에게 완전히 점령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중국 단말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7%밖에 되지 않는다.
신식산업부의 의도대로라면 경쟁중인 외국 업체가 장비와 단말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모델은 중국 업체에게 기술 이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합작 방식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중국연통의 CDMA 전환은 제3세대 통신시장에서 중국의 장비·단말기 업체에게도 시장을 개척하도록 하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올해 말까지 7천만명, 2005년까지는 2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정말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시장에서 자국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제3세대 시장의 밑그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CDMA 전면 도입은 중국이 완전한 복수표준 시대로 진입한 것이며 중국이동과 중국연통의 분담 체제를 위한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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