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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우리가 앙숙이라고요?
[이스라엘] 우리가 앙숙이라고요?
  • 성일광 통신원
  • 승인 200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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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보통신 분야 협력 싹터…인력교류, 업체 제휴도 이스라엘 하면 으레 아랍의 ‘실리콘와디’(밸리 대신 강(江)이란 의미의 아랍어를 사용)라는 닉네임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정치적 유혈 대결을 벌이고 있는 옆 동네 팔레스타인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스라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 1500달러라는 허약한 경제기반과 인터넷 사용인구 2만명이라는 수치가 이를 잘 말해준다.
빗발치는 총알과 화염병을 서로 주고받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상황을 보면 두 나라는 앙숙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교류가 완전히 끊겨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화해 분위기마저 싹트고 있다.
먼저 두 나라는 IT(정보통신) 인력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IT 인력은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이름나 있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이 커다란 자산으로 밑바탕에 깔려 있다.
팔레스타인은 아랍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교육률과 가장 낮은 문맹률을 자랑한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의 10개 대학에서 해마다 400명 이상의 IT 인력들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절대적으로 기술인력이 부족해 해외 인력 수입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넘치는 인력을 소화할 일자리가 없어 고민이다.
필요에 따라 적과 공생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통계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 인력의 이스라엘 유입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는 데 이견이 없다.
두 나라 업체들이 서로 제휴도 맺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97년 오슬로평화협정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설치된 모든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팔텔이라는 통신회사가 세워졌다.
현재 팔텔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약 95% 정도를 전화로 연결하는 공사를 마무리지었다.
최근엔 무선 네트워크 자회사인 ‘자왈’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팔텔은 이스라엘의 3개 무선전화 서비스 회사와 혈전을 각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자국 회사인 팔텔이나 자왈의 서비스보다는 이스라엘 회사들의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가격, 서비스 그리고 사용 대역 측면에서 팔텔은 이스라엘 회사들에 뒤처진다.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애국심에만 호소할 단계가 지난 것이다.
팔텔과 자왈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무선전화 서비스 업체인 오렌지와 제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아왈 서비스 가입자는 3만5천명 정도로 오렌지와 기술 제휴를 통해 가입자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물론 아직까지 모든 이스라엘 무선전화와 팔레스타인간 통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보통신 분야의 점차적 제휴를 통해 두 나라는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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