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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인터넷폰 사업 장비업체가 돈번다.
[첨단기술주] 인터넷폰 사업 장비업체가 돈번다.
  • 신동녘(IT 애널리스트)
  • 승인 2000.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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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가는 2000년도에 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이 있다.
바로 새롬기술이다.
2월 말에 최고 30만8천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지금은 8천원대까지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 반토막, 4분의1토막은 들어봤어도 32분의1토막은 생전 처음이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서 새롬기술과 관련하여 예상주가를 발표했던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비판한 기사를 보았다.
1월에 주당 적정가치를 45만원으로 발표했던 같은 증권사 같은 애널리스트가 지금은 주당 적정가치를 4천원으로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고무줄 분석이 판을 치는 동네라고는 하지만 동일한 애널리스트가 같은 회사 적정가치를 100분의1 수준으로 재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번호에서는 새롬기술의 주요 기술인 인터넷폰(VoIP)에 대해 알아보자. 전화망과 인터넷망의 차이 인터넷폰은 말 그대로 기존 전화망 대신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실시간 음성을 주고받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기존 전화망(PSTN이라고 한다)이나 요즘 인터넷망이나 똑같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게 그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존 전화망에서는 통화시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전용선로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필자가 미국으로 통화할 때는 ‘필자-국내교환대-미국교환대-미국 상대방’으로 연결된 전화선을 거치는데, 통화시간 중 필자한테 할당된 이 선로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이를 서킷교환방식이라 한다). 대통령이 움직일 때 교통경찰이 차량흐름을 막고 전용차선을 만들었던 것과 같다.
대통령은 차가 막히지 않아 좋았겠지만, 전체 교통흐름에는 비효율적이었다.
반면 인터넷망은 애초에 자료 전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용차선이 없다.
보내려는 자료를 잘게 여러 조각으로 나눈 뒤, 각각의 조각에 배달될 주소와 일련번호를 붙여 인터넷망으로 올려버린다.
이것은 친구 몇명이 여러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놀러가는 것과 같다.
처음엔 여러대가 같이 가지만 어느 차는 신호등에 걸리고, 다른 차는 지름길로 간다고 빠지고 하면 결국 목적지에서는 모두 만나더라도 도착시간과 경로는 다르게 된다(이를 패킷교환방식이라 한다). 그리고 문제는 같이 출발한 차가 한대라도 오지 않았으면 올 때까지 모두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교통흐름에는 효율적이지만, 자료를 순서대로 전달해야 할 경우에는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메일 등의 자료는 전달이 조금 늦어도 상관없지만 전화상 음성은 늦으면 통화단절이 생긴다는 점이다.
국제전화를 걸 때 재수없게 위성망에 접속되는 경우 통화지연이 발생하는 것도 답답한데, 인터넷상에서는 잘못하면 뒤에 한 말이 앞에 한 말보다 먼저 도착하거나 아니면 행방불명되어 통화단절이 발생하면 욕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인터넷망에서 음성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는데, 최근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VoIP이다.
인터넷상에서 음성과 영상은 모두 데이터 취급을 받으며, 이를 우리는 음성데이터통합방식(Voice Data Intergration)이라고 부른다.
즉 인터넷상에서는 동영상, 음성, 자료, 팩스 등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정보가 데이터로 변환되어 인터넷망을 통과한 후 원래대로 복원되는 과정을 겪는다.
인터넷폰의 파급효과 그, VoIP를 이용한 인터넷폰이 크게 활성화될 경우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기존 전화사업자는 어떻게 될까? 첫째로 인터넷폰은 통화요금이 무료에 가깝다는 사실 때문에 기존 전화망보다 경쟁적 우위를 차지한다.
인터넷폰은 서울에서 미국으로 전화를 걸든 부산으로 걸든 모두 인터넷망을 사용하므로 이용자가 지불하는 돈은 서울과 미국 또는 서울과 부산의 두 지역 시내전화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따라서 국제, 시외전화에서 기존 전화사업자는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결국 지역전화 사업자로 전락한다.
둘째로 인터넷폰은 국가간 통신협정이 필요 없고, 높은 압축률로 국가간 백본망 구축이 용이하기 때문에 후발사업자의 사업참여가 쉽다.
즉 후발사업자는 인터넷망과 전화망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라는 장비를 구축하면 전화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전화사업자 입지는 더욱 줄어든다.
따라서 기존 전화사업자들도 이러한 ‘예고된 종말’을 피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방법은 그 동안의 음성 위주 매출구조를 데이터 위주의 매출구조로 변경시키는 것이다.
예로 미국의 AT&T는 음성 대 데이터의 매출비율을 현재의 65:19에서 2004년에는 30:48로 변경시킬 계획이며, 한국통신도 얼마 전 ‘사이버월드리더’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음성 대 데이터의 매출비율을 현재의 68:12에서 2005년에는 45:36으로 변경시킬 예정이다.
그만큼 기존 전화사업자 입장은 절박하다.
인터넷폰의 시장규모는 얼마일까? 물론 현재로선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폰의 초기단계로서 서비스요금이나 장비소요량 등 구체적 그림이 아직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 IDC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폰 서비스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99년의 5억달러(6천억원)에서 올해는 100억달러(12조원)로 20배 증가된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폰에 필수적인 게이트웨이 장비시장도 99년에 비해 2배 증가된 5억7천만달러(6억8천만원)이며, 장비업체 수도 99년의 281개 업체에서 올해에는 5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터넷폰 업체인 새롬기술의 상반기 매출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총매출액 103억원 중 모뎀 등 하드웨어가 77억원이고 인터넷폰과 관련된 매출은 불과 26억원에 불과하다.
이래 가지고야 세계 시장이 언제 100억달러가 되겠는가? IDC 역시 고무줄 분석임이 분명하다.
수익은 게이트 장비업체가 챙길 것 얼마 전까지 재미로 다이얼패드를 걸어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전화의 품질과 안정성(QoS)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한다던 인터넷폰에 최근 신규사업자는 뚝 끊긴 실정이다.
결국은 충분한 인터넷 전송속도와 게이트웨이의 미흡이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송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게이트웨이 확보다.
현재의 인터넷망 수준에서도 게이트웨이만 잘 확보된다면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폰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게이트웨이가 확보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게이트웨이가 있는 지역에서 다시 전화망으로 전화를 걸어주어야 하는 이른바 ‘콜백 서비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상승된다.
이것이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가 국제전화를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음성전화에서 인터넷의 역할이 증가되는 것은 대세이다.
새롬기술이 좀 앞서가서 먼저 성공했다가 추락했지만 음성의 디지털화와 인터넷 전송은 대세이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선발주자의 시체를 넘고넘어 앞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서비스 업체보다 게이트 장비업체가 수익을 낼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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