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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쩔 수 없이 두집 살림”
4. “어쩔 수 없이 두집 살림”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1.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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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역 한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기… 정보·전문가 없는 게 가장 큰 고충
지난 5월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한 벤처기업 덱트론 www.decktron.com 오충기(41) 사장은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부른다.
지방기업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코스닥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벤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충북 청주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데도 이런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코스닥 등록이 이전처럼 회사의 미래를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벤처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것은 한번쯤 치러야 할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그가 어깨를 으쓱할 만도 하다.
청주 지역에서 코스닥에 등록된 업체는 덱트론을 포함해 아직 4개 업체에 지나지 않는다.
제조벤처로 등록된 기업은 50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보기술(IT) 분야의 벤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온갖 지역벤처 육성정책이 쏟아져나왔지만 벤처기업은 수치로만 따져도 수도권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1995년에 세운 덱트론은 다기능 리모컨과 디지털 녹음기를 주력상품으로 삼고 있다.
매출액 가운데 수출의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해외영업력을 자랑한다.
특히 모든 가전제품의 리모컨을 대신할 수 있는 다기능 리모컨은 국내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른다.
덱트론이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99년 10월께부터였다.
기술력과 상품력을 인정받고 있었던 만큼 등록 준비를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등록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부터였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코스닥에 등록하려고 보니,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정보부족이었다.
예비심사 청구에 필요한 매출액이나 회계 따위의 양적인 요건에 대한 서류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코스닥 심사위원들이 심사과정에서 요구하는 이른바 ‘질적’인 요건들에 대해선 정보가 거의 없었다.
예컨대 코스닥에 등록하기 위해선 예비심사일을 기준으로 6개월 동안 최대주주의 주식 양수나 양도가 없어야 한다.
덱트론은 지난해 5월 최대주주인 오 사장의 주식을 양도한 건이 있었다.
예비심사가 올해 3월29일에 있었던 만큼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은 증빙서류를 요구했다.
양도날짜를 조작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다행히 주식 매수자가 입금한 통장 사본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최고재무경영자(CFO)인 이명균(39) 이사는 “질적인 요건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입수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쉽게도 이런 정보를 물어볼 곳도, 가르쳐주는 곳도 거의 없었다.
그는 예비심사가 진행되는 두달 동안 심사위원들이 매번 요구하는 서류를 일일이 챙겨 서울로 올라가야 했던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한다.
지방에서 코스닥 등록을 하는 업체가 워낙 없다 보니 상법이나 회계 전문가 등 인적 인프라도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사는 “지방기업들은 1년 전부터 미리 주간 증권사를 선정해 예비심사에 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덱트론은 현재 ‘두집 살림’을 하고 있다.
본사인 청주에 공장과 리모컨을 개발하는 제1연구소가 있고, 서울에 간단한 사무실과 함께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는 제2연구소를 두고 있다.
오충기 사장은 “이것이 지방기업의 한 단면”이라고 말한다.
연초 네트워크 장비와 디지털 기기 개발을 위해 인력을 모집했지만, 이른바 고급두뇌들은 지방기업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결국 3월에는 서울에 또하나의 연구소를 둘 수밖에 없었다.
“자금이나 제도적 지원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핵심인 인력을 구할 수 없으면 지방기업은 두집 살림을 피할 수 없다.
” 청주와 서울을 번갈아 오가는 오충기 사장이 토로하는 고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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