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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비자운동도 닷컴시대!
[문화] 소비자운동도 닷컴시대!
  • 이경숙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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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에서 산 구두가 신은 지 한달 만에 구멍났다.
항의를 해도 쇼핑몰에선 들은 둥 마는 둥이다.
이렇게 괘씸할 수가. 이런 사실은 널리 알려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키워드 ‘소비자 의견’을 친다.
와르르 사이트들이 뜬다.
그런데 어라! com이나 co.kr이 붙은 사이트가 더 많다.
소비자불만을 전문적으로 접수하는 기업? 오프라인에선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소비자단체·언론 사각지대, 닷컴에 맡기세요” 온라인에 소비자불만 접수, 처리를 주업무로 하는 사이트들이 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월1일 발족한 사이버소비자협의회(회장 이필상·함께하는 시민행동 대표) www.consumer.go.kr/new/ccc.html에 가입한 단체 47개 가운데 42개가 민간, 즉 기업이나 개인 사이트들이었다.
이 사이트들은 단지 어떤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안티사이트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직접 해당기업에 항의하고 시정을 이끌어낸다.
소비자단체 출신 상담원이나 법률·기술전문가를 둔 곳도 있다.
어떤 사이트는 실시간으로 이메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떤 사이트는 불만내용을 몇가지 척도로 점수화해 다른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기존 소비자단체나 언론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일 불만공화국 www.bullman.co.kr은 공문 한장을 공개했다.
한국통신 인터넷쇼핑몰 바이엔조이 www.buynjoy.com에서 판매한 구찌 허리띠가 가짜임을 증명하는 내용이었다.
구찌 이탈리아 본사 명의의 이 공문에서 법무담당자는 “(조사를 의뢰한) 허리띠는 진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찌가 한번도 쓴 적이 없는 가죽으로 만들었고, 제품 제작기술 역시 구찌의 기술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이유였다.
공문에는 생산담당자의 사인도 들어 있었다.
바이엔조이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염용섭 사업부장은 “현재 바이엔조이 직원들이 이탈리아 현지에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구찌 제품의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에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염 부장은 “제보자와 불만공화국처럼 납품업체인 패션하우스도 우리의 고객”이라며 “누구도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섣불리 결론을 내려선 안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불만공화국은 불만을 터뜨린다.
기자 출신인 서광원 대표는 “바이엔조이가 구찌 본사의 공식문서가 오면 승복하겠다고 하더니 또 말을 바꿔 늑장을 부린다”며 “구찌코리아의 위조품 확인서를 보였을 때도 그랬다”고 꼬집었다.
서 대표는 “바이엔조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했는데 지금까지 고객에 대한 사과가 없다”며 “일본 도시바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초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의견을 무시했다가 네티즌의 불매운동에 부딪혀 곤욕을 치르고 6월경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잡지 발행, 콘텐츠 제공 등으로 운영자금 마련 어떤 민간 사이트는 빠르고 성의있는 대응으로 기존 소비자단체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단체 출신 상담원들이 운영하는 소비자사랑모임(소사모) www.sosamo.co.kr 게시판에는 “오늘 신세기통신으로부터 불이익에 대한 보상을 완전히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소사모의 도움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됐다.
고맙다”(merongez), “글을 올리자마자 메일을 보내주고, 집에까지 전화를 해주다니 감사하다”(nergoori)는 등 감사편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소사모 이진홍 대표는 “인터넷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소비자 사이트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들은 불만을 쏟아놓기만 하는 안티사이트들과는 달리 전문적인 상담과 검증을 통해 여론을 여과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의문은 운영경비 마련 방법. 이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 걸까. 소사모는 아예 본업을 바꾼 경우다.
이진홍 대표는 지난해 신문사 사진기자를 그만둔 뒤 해산물 쇼핑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산 유명 외국상표 구두 한켤레가 그의 진로를 바꿨다.
14만원짜리 구두의 양쪽 코가 3개월 만에 몽땅 뜯어졌는데도 백화점에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3개월여 동안 ‘보상투쟁’을 벌이면서 ‘소비자권리 침해는 혼자 삭일 문제가 아니다’라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다.
이 대표는 염두에 두고 있었던 쇼핑몰을 접고 대신 소비자 사이트를 열었다.
그는 이 사이트에서 얻은 소비자성향 리서치 자료 등 기초정보를 기업에 제공해 운영자금을 확보할 심산이다.
이처럼 기업에 소비자 정보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콘텐츠 사업은 소비자 사이트들의 일반적 수입창구다.
개중에는 안티사이트들의 허브 사이트인 예잔티 www.yesanti.com처럼 오프라인 소비자잡지 등 부대사업으로 수입을 올리는 사이트도 있다.
더러는 다른 사업으로 돈을 벌어 경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소비자운동도 사업 불만공화국 운영자인 캔비미디어의 본업은 6대 피시통신에 직업정보를 올리는 IP사업이다.
이를 조만간 직업정보 제공 사이트 Howtojob.com로 확대개장할 예정이다.
서광원 대표는 “본래 상업적 목적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네티즌들의 호응이 높아 의외”라면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인터넷미디어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욕을 살짝 내비쳤다.
인터넷이라는 마이더스의 손은 소비자운동도 산업의 영역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일까.
소비자 사이트별 특징
가이드클럽 www.guideclub.com 최악의 상품 코너, 유아교육, 화장품 비교항목이 발달. 좋은 상품비평에 대해 500~2천원의 원고료 지급 공정거래위 사이버소비자협의회 www.consumer.go.kr/new/ccc.html 소비자불만접수단체 47개가 가입해 있는 연합 사이트. 공정거래위 소비자보호국이 운영 노피니언즈닷컴 www.nopinions.com 사용자 설정에 따라 해당업체, 시민단체, 정부기구에 항의 전달. 제품의견점수 누적 3천점당 3만원을 은행에 적립 불만공화국 www.bullman.co.kr 상품, 정부정책, 기업 비판 등 갖가지 불만 접수. 제보에 따라 기자 출신 운영자들이 직접 취재. 문제 해결되면 제보자에게 문화상품권 증정 소비넷 sobinet.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운영 소비자피해구제 시스템. 피해보상규정, 분쟁조정사례 등 가이드 정보 제공 소비자사랑모임 www.sosamo.co.kr 소비자단체 출신 상담원이 상시 상담. 사이버로펌 ‘YesLaw’와 제휴, 법률자문 엔토크 www.entalk.co.kr 소비자 의견을 보기 쉽게 정리. 품목별 상품정보를 비교. 소비자 평균점수와 만족도 표시 예잔티 www.yesanti.com 안티사이트의 허브 사이트. 변호사, 교수 등 전문가의 법률·기술자문. 소비자운동 웹진 운영 CS넷 www.csnet.co.kr 경영컨설팅업체인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만든 고객만족(CS) 포털 사이트. 소비자 패널 여론조사와 경영정보 서비스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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