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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담배전쟁 연기 모락모락
[비지니스] 담배전쟁 연기 모락모락
  • 장근영 기자
  • 승인 2001.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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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민영화 앞두고 시장 격변 예고… 외국계 회사들도 득실 저울질 ‘한창’
담배시장에 곧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그동안 수차례 얘기돼왔던 한국담배인삼공사(이하 공사)의 민영화가 조만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때문이다.
공사의 민영화 문제는 IMF 구제금융 이후 공기업 민영화 정책과 맞물려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해외 주식예탁증서(DR)의 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정부와 국책은행 등이 갖고 있는 공사 지분은 53%에 이른다.
인삼공사는 이 가운데 조만간 최대 35%까지 해외에 팔 계획이다.
지난 18일 공사는 대전 본사에서 앞으로의 전략과 관련한 비전 선포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에서는 DR 발행을 앞두고 이 행사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이 행사는 앞으로 공사의 판매전략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이달 초 개정된 담배사업법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공사가 갖고 있던 독점제조권이 폐지된 것이다.
앞으로 외국계 담배회사들도 자본금 500억원과 연간 생산규모 50억개비라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국내에 공장을 세울 수 있다.
대신 독점제조권 폐지와 함께 그동안 무관세로 국내에서 영업을 해왔던 외국계 회사들은 올해 7월부터 관세를 물게 됐다.
7월부터 1년간은 10%, 그 이후에는 매년 10%포인트씩 올라 2004년 7월부터는 40%의 관세 부담을 안아야 한다.
공사, 고급화와 수출에 무게중심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정부가 굴복한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사실 담배의 관세율은 세계적으로 높기로 유명하다.
멕시코와 유럽연합은 수입담배에 67%와 57.6%라는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정부가 앞으로 관세율을 40%까지 올리기로 한 조처는 과도하다며 문제삼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IMF 사태 이후 다시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미국산 담배에 대한 정치적 지원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는 고급화 전략과 해외수출쪽에 점차 무게를 싣고 있다.
공사는 지난 6월 초 ‘시마’라는 고급 담배를 서울 강남 일대에서 테스트 마케팅 형태로 선보였다.
공사쪽 관계자는 “반응이 의외로 좋아 2~3개월 동안으로 예정했던 테스트 마케팅을 일찍 그만두고 이달 26일부터 전국에 시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시마는 외국산 고급담배와 경쟁하기 위해 공사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담배라는 제품의 특성상 기본 원재료비는 비싼 담배와 싼 담배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또 판매가격의 10%를 차지하는 부가세 외에 담배소비세 460원, 교육세 255원 등 세금이 많이 붙기 때문에 비싼 담배를 최대한 파는 게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스페인어로 ‘정상’이라는 뜻인 시마가 외국산 고급담배와 선전을 펼칠 수 있을 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공사는 최근 들어 수출쪽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62억개비(20개비 한갑 기준으로 3억1천만갑)를 수출한 데 이어, 현재 추세로 볼 때 올해는 목표인 110억개비 수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900억개비 정도를 국내 시장에서 판 것과 비교해볼 때 아직 10%에도 못미치는 물량이지만, 앞으로 수출 비중을 점차 높여간다는 복안이다.
또한 앞으로 수출 비중을 전체 판매물량의 30%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주요 수출국은 중동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공사가 수출 루트를 개척한 데는 사실 틈새(니치) 마케팅이 주효했다.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쪽은 반미 성향이 강해 미국산 담배들이 쉽게 침투하지 못한다.
현재 이 지역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압도적이다.
중동지역의 이란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과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연방국가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등이 주요 판매 무대다.
하지만 최근 공사는 이런 시장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등장할 중국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각 성별로 판매협상을 벌이고 있고, 현재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공사쪽은 기대한다.
하반기에는 중국의 중산층이 한국산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활보할 날도 머지 않았다는 눈치다.
여하튼 공기업의 성격을 벗고 매출과 수익 위주로 사업을 한다는 기본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담배사업법 개정은 공사뿐만 아니라 외국계 회사와 국내 담배 생산 농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우선 농가들로서는 전량수매만 바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물론 당장 변화의 파고에 휩싸이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8년 동안 잎담배 생산량을 전량 수매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당분간 문제는 없어 보인다.
2010년 즈음이 되면 외국계 회사와 공사 등에서 입찰을 할 날이 올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외국계 담배 회사들 관세 부담 오히려 당장 급하게 된 쪽은 외국계 담배회사다.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수량기준)은 97년 11.2%를 기록한 이래 이듬해에는 4.9%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는 9.4%로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 4월에는 15%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하지만 관세에 대한 부담이 새로 생겨 외국계 회사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공장을 국내에 세운다면 외국산이라는 부담을 떨쳐내고 좀더 활발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장을 세우는 일이 하루아침에 뚝딱 해치울 수 일도 아니어서 내부적으로 지금 새로운 전략을 짜느라고 부산한 모습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말보로’로 유명한 미국의 필립모리스, ‘던힐’로 대표되는 영국계 BAT, ‘마일브세븐’의 일본계 JTI가 외산담배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올해 7월부터 실시되는 관세 부과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표정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정부가 제조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다가 민영화와 함께 제조독점을 풀어주는 대가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이들에겐 새로운 부담이 하나 더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한국 정부의 필요로 갑자기 관세를 내야 하니 여간 황당하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때문에 이들은 현재 국내 사업전략을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
관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공장을 짓는 문제도 장기전략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공장을 짓는 데 가장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BAT의 한 관계자는 “사실 6개월 전부터 다른 회사들도 모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장이 최소한 3년 이상 걸리고 수익성 검토 등을 외국의 본사와 협의를 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외국계 담배회사의 공장이 단시일 내에 국내에 들어설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외국회사들은 장기적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국내 소매점 유통망을 공사가 장악하고 있는데다 담배 광고가 규제되고 있는 등 마케팅에 제약이 많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애국심이 많이 흐트러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인들의 애국심 또한 넘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한 외국계 담배회사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다른 제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애국심을 발휘하지 않다가 유독 담배에 대해서는 애국심을 발휘하는 소비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며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외국산 담배에 대한 호응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선 패션과 맛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다.
또한 앞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질 좋은’ 제품이 국적에 관계없이 각광받을 게 뻔하다.
물론 외국계 회사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유통망이다.
전국 16만개가 넘는 소매점을 공사가 장악하고 있어 이를 뚫고 들어가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이들은 호소한다.
때문에 외국계 회사들은 주로 선별적 특화를 통해 소비자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고 있다.
공사쪽의 보이지 않는 압력도 강해 제대로 진열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하는 관계자도 있다.
하지만 공사쪽은 100년이 넘는 노하우를 넘보는 것은 지나침 욕심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외국계 회사들은 공동 유통망을 활용해 외국산 담배가 시장의 25%를 장악한 일본이 부러운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외국산 담배가 20% 가까이 시장을 점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이 치고나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필립모리스코리아의 김병철 본부장은 “현실적으로 마케팅이 제한돼 있어 유통망을 통해 판매량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유통망을 확보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고 털어놓는다.
여하튼 법이 개정돼 이번달부터 담배소매점을 제외하고 다른 업소에서는 담배를 취급할 수 없게 됐다.
외국계 업체들은 점차 경쟁체제로 바뀌는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도 시장 눈독 담배산업이 경쟁체제로 흘러감에 따라 담배사업에 뛰어드는 민간 사업자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담배제조 벤처기업으로 자본금 3억원의 구강물산은 조만간 새로운 담배를 선보일 계획이다.
구강물산은 제조기술은 갖고 있지만 자본금이나 연간생산량 등 규모 제한에 걸려 국내에서는 생산할 수 없게 되자 중국에 위탁생산한 뒤 국내로 들여와 판매를 시작한다.
구강물산 관계자는 “7월26일 부산항에 입항하는 담배 ‘이프’(if)는 니코틴과 타르 등 유독성 물질이 크게 감소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기술력이다.
구강물산쪽은 “피워보면 알 것”이라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10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담배를 비교적 몸에 덜 해롭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독성뿐만 아니라 담배 냄새를 몸에 배지 않게 하고 가래가 끓지 않게 하는 효과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문제를 만만히 보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연구만 해온 작은 기업의 도전이 일종의 해프닝에 그칠지, 아니면 획기적인 선풍을 몰고올지는 두고봐야 알 것 같다.
전문가들은 당장 담배시장에 큰 변혁이 올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에선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 외국산 담배가 2~3년간 10~15%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새로운 민간업체들의 진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대신경제연구소 박재홍 연구원은 “신규업체가 손익분기점을 얼마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생산 못지않게 유통도 중요하다”며 “담배업이 소매점 등의 판매지원을 비롯해 비공식적인 지원이 필요한 업종”이라고 말한다.
고급담배, 마케팅으로 승부한다
담배는 비쌀수록 이문이 많이 남는다.
담배 한갑에 들어가는 세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담배소비세 460원, 교육세 255원, 국민건강증진기금 2원, 폐기물 부담금 4원 등 세금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다 판매가의 10%인 부가세, 소매점이 남기는 10% 정도의 마진 등을 고려하면 1천원짜리 담배로는 재미를 보기 힘들다.
비쌀수록 이익인 이유에는 원가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1천원짜리 담배와 2천원짜리 담배의 원가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비싸게 만들어 팔수록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담배회사들은 고급 담배 마케팅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2천원짜리 담배 ‘시마’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사는 타임에 이어 두번째로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별도 판촉팀을 꾸려 고급담배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한 광고기획사에서 ‘타임’의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던 넷밸류코리아 황부영 사장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심리적 욕구를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흡연자들을 마음 평정형과 자기 만족형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사람들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부류이고, 후자는 집중을 요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미래의 애연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젊은층을 설득하는 게 마케팅의 포인트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급 담배는 기호품으로서 고상한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게 중요한데, 자칫하다가는 비싼 담배로만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인다.
외국 담배 가운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것이 BAT에서 나오는 ‘던힐’이다.
던힐 관계자는 젊은이들 사이에 수입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틈을 이용해 영국 원산지의 귀족적인 이미지를 강화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던힐 라이트의 8각형 박스 디자인도 젊은이의 손길을 사로잡았다고 판단한다.
다른 전문가들 가운데엔 던힐의 톱다운(Top-down)형 전략과 ‘세대 주도형 젊은이’들의 기여 등을 꼽기도 한다.
즉 고급 유흥업소에서 이 브랜드가 많이 노출됐고, 외국 유학생들이 국내에 들어올 때 많이 피워 자연스럽게 알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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