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노하우·다양한 지원제도·커리큘럼 자랑, 대학 재학생에 강의 초점
1990년대 초부터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앞다퉈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름을 날리던 IT 사설학원들은 그 기세에 밀려 사세가 점점 기울기 시작한다.
막강한 대기업 브랜드와 자금력을 등에 업고 출발한 대기업 교육기관들을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IT 교육기관이 중앙정보처리학원이다.
중앙정보처리학원은 출발부터 대기업 교육기관과 뿌리를 달리했다.
우선 1969년부터 컴퓨터 관련 교육을 시작했으니 역사로 따지자면 대기업 교육기관에 비해 뒤질 게 없다.
게다가 대기업 교육기관이 주로 대학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IT 교육을 시키는 데 비해, 중앙정보처리학원은 대학 재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실제 중앙정보처리학원의 수강생 가운데 70~80% 정도를 대학 재학생과 일반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부설 교육기관은 종일반 형태로 운영하잖아요. 때문에 재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 최일중(45) 원장은 대학에 다니면서 IT 업체로 취업을 준비하려는 학생들에게 교육시간과 커리큘럼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방학 때를 제외하고 대개는 저녁 시간대에 강의시간을 잡아놓고 있다.
하루에 3~4시간씩 1년 정도 강의를 들으면 대기업 교육기관에서 종일반으로 3~4개월 듣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자금 형식 대출 받게 은행과 접촉 최 원장은 졸업 뒤 또다시 시간을 내어 IT 교육을 받기보다는 대학을 다니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라고 권한다.
컴퓨터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라면 일단 2학년을 마치기 전까지는 컴퓨터 기초과정을 듣는 게 좋다.
기초과정에선 사무자동화 관련 지식이나 프로그램 기본을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배치했다.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따놓으면 대체로 기초 과정을 마무리하는 셈이 된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굳이 IT 업계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쓸모있게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교사 임용고시에서 5%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엔 공무원 시험에서도 2, 3%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발빠르게 준비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아요. 자격증 시험대비반 학생의 50% 정도는 병역특례나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으려는 사람입니다.
” 초급 과정을 마친 다음에 IT 업계에 뜻이 있다면 전문가 과정을 듣는 게 좋다.
최 원장은 대체로 3학년 2학기부터는 전문가과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4학년 1학기 때까지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2학기부터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보처리학원의 또다른 장점은 매월 초 강좌를 연다는 것이다.
웬만한 대기업 교육센터들도 3~6개월 과정의 강좌를 마쳐야 다시 교육생을 모집한다.
강의실과 강사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정보리학원에선 모든 강의를 한달 주기로 돌리고 있다.
따라서 특정 강좌를 듣기 위해 굳이 몇개월 동안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대 캠퍼스만 해도 강의실이 21개나 됩니다.
종로, 영등포, 강남, 혜화, 부산역, 부산대 캠퍼스 등 7개 캠퍼스를 합치면 강의실이 118개로, 3470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습니다.
” ‘학원’이란 선입견 때문에 교육의 질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수준은 만만치 않다.
일단 전문가 과정은 프로그램 기초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선발하지 않는다.
C언어 전문가 과정이 있는 곳이 비트컴퓨터와 중앙정보처리학원 두곳뿐이라는 사실도 강의의 질을 가늠하게 해준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3곳으로부터 모두 공인 교육기관을 받은 곳도 중앙정보처리학원뿐이다.
하지만 중앙정보처리학원의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주요 ‘고객’인 대학 재학생이 실직자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정보통신부나 노동부의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15만~40만원 안팎의 수강료가 대학생들에겐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최 원장은 “학생들이 학자금 형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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