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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벤처의 최우선 IR덕목은 실적
1. 벤처의 최우선 IR덕목은 실적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1.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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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맥스·엔씨소프트, 정확한 수치 일관적 제공…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 받아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대표적인 벤처 종목 하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새롬, 한글과컴퓨터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IR 평가에서 이들 기업은 낙제점을 받았다.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거나 거론됐더라도 부정적인 평가에 그쳤다.
반면 휴맥스나 엔씨소프트, 옥션 등은 대체로 후한 점수를 받아, 벤처기업의 체면을 세우면서 일부 위력도 보여줬다.
거래소와 코스닥 전체를 통틀어 옥션은 8명의 전문가들로부터 상반기 IR 활동에 대해 6.0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12명의 전문가들로부터 5.58점, 휴맥스는 8명으로부터 5.43점을 받았다.
이는 삼성그룹의 평균점수(5.07)보다도 높은 점수이며, 30대 기업 평균점수(4.80)보다는 더 높다.
전문가들은 옥션에 대해 비교적 일관된 IR 정책을 유지했다는 점, 엔씨소프트에 대해선 실적 전망치와 실제 실적 사이의 근사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휴맥스는 월별 실적치를 신속하게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범위를 벤처기업만으로 좁혔을 때 IR을 가장 잘 한 기업으로는, 11명(18.3%)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단연 휴맥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정확하고 자세한 수치정보를 제공하고, 월별 실적을 신속하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도 신중함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고, 실적에 입각한 기업가치를 추구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8명(13.3%)의 전문가가 가장 IR을 잘 한 벤처기업으로 선정했는데, 주된 이유는 “기간별 수익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고, 매월 ‘리니지’와 관련된 수치를 제공했으며, 기타 이벤트 발생시 수시로 자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휴맥스나 엔씨소프트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무엇보다 실적 위주의 평가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새로운 영역이고 영업의 역사도 짧아서 트렌드가 없는 것이 한계다.
오랜 역사를 거쳐 자산이나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회사의 경우는 주가 등락폭이 작지만 아무래도 리스크가 많은 벤처기업은 주가등락의 폭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의 안정성을 평가할 만한 유일한 근거가 ‘실적’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 매출 1425억원을 돌파하고 올해 23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휴맥스나 지난해 584억원에서 올해 1천억대 매출이 예상되는 엔씨소프트의 놀라운 영업실적은 IR에 충분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러니 실적이 좋은 업체는 IR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실적이 나쁜 업체는 IR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벤처기업에서 가장 대표적인 업체로 거론되는 다음의 경우 “회사의 장기 비전에 대한 자세가 불투명”하거나 “IR 활동을 거의 안 한다”는 이유를 들어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시장의 이런 반응은 벤처기업의 거품을 꿰뚫어보는 다소 냉정한 반응이랄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IR 담당자인 허홍 이사의 생각도 비슷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회사의 퍼포먼스가 좋다는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IR을 잘 했다고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첫째도, 둘째도 회사의 경영실적이 최고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IR과 관련해서는 “사실 그대로 말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결과가 좋고 나쁜 것이 중요하다기보다 그 결과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투자자들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옥션의 IR 담당자 최숙아 부장은 “아무래도 이베이의 미국식 IR로부터 영향을 받은 만큼 실적을 사전에 절대 누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나름대로의 IR 기준을 제시했다.
대신 공시와 동시에 모든 투자자와 언론, 애널리스트들에게 정보가 공평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옥션은 평소 일주일에 1~2회 애널리스트들에게 정기적으로 e메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거래대금 증가추이, 월별 데이터 등 기업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공시는 철저하게 지킨다는 전략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벤처기업들의 경우 대체로 경영자들이 IR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의 경우 IR의 중요성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직접 경영자들이 나서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는 기본적으로 주주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들과 달리 벤처기업의 경우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직접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이다.
기업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기업의 정보들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런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LG증권의 이왕상 선임연구원은 벤처기업의 이런 경향은 “서구의 IR 관행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IR에서는 투자자들을 리스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이 선임연구원은 “나쁠 땐 나쁘다, 좋을 땐 좋다고 분명히 말하는 것은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라고 말한다.
현재 이런 정도의 IR을 하고 있어 모델로 삼을 만한 벤처기업은 많지 않다.
이번 평가에서 주목받은 기업들이 앞으로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한단계 높이는 IR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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