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포커스] 닷컴의 변신은 무죄?
[포커스] 닷컴의 변신은 무죄?
  • 임채훈
  • 승인 2000.08.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익모델 창출하자"비즈니스 모델 변경 붐...성급한 변화인가 자연스런 진화인가
인터넷 비즈니스를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많은 닷컴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만큼이나 변신의 형태도 가지가지다.
이참에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꾸기도 하고, 방만하게 운영해온 사업부를 축소하고 될성부른 사업에만 힘을 쏟기도 한다.
뜻밖의 사업에 눈을 돌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에 따른 필연적인 과정인가. 오프라인 진출, B2B로 전환 등 다양한 형태로 전환 국내 최초의 민간 인큐베이팅 업체인 미래랩의 변신이 최근 화젯거리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와와 www.waawaa.com, 역경매 사이트 프라이스키스 www.pricekiss.com, 증권정보 사이트 스톡노트 www.stocknote.com 등을 인큐베이팅한 미래랩은 최근 오프라인 문구업체 바른손을 전격 인수했다.
이제 막 출생신고를 한 인큐베이팅 업체가 30년 이상된 오프라인 기업을 끌어안은 셈이다.
미래랩은 이제 단순 인큐베이팅에서 벗어나 기업 인수합병에도 나서고, 전자상거래에도 발을 들이밀고 있다.
미래랩은 홍콩계 헤지펀드인 로터스로부터 1천만달러를 유치하는 등 자금사정이 넉넉한 편이었지만, 인큐베이팅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인수한 바른손에 보유하고 있던 와와의 지분을 넘겨 인큐베이팅했던 업체를 떨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래랩은 의욕적으로 출발한 인큐베이팅 비즈니스를 접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나선 것일까. 미래랩은 그런 시각을 못마땅해 한다.
최선희 홍보과장은 “미래랩이 온라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에 진출하려는 의도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닷컴 위기설과는 전혀 무관하다.
장기적인 사업계획에 따라 인수를 진행한 것이다”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기업의 오프라인 진출은 그다지 화제도 아니고 오히려 바람직한 전환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온라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진출인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혀 경험이 없는 오프라인 사업에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인츠닷컴 www.intz.com 이진성 사장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사를 차리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츠닷컴은 예스프라이스, 보물섬, 마이뮤직, 인츠필름 등에 투자만 했을 뿐, 뚜렷한 이익을 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 회사가 투자한 영화 <동감> <반칙왕> 등이 흥행에 성공해 2~3배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한혜진 홍보팀장은 “영화제작을 통해 오프라인에 진출하려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영화제작은 오프라인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샵바인더 www.shopbinder.com는 최근 B2C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쇼핑몰을 평가하던 사이트가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샵바인더는 기존 사이트를 종합쇼핑몰로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공동구매, 구매대행 등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에서 물품제공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모델로 전환한 것이다.
만화, 영화, 운세 등 일부 콘텐츠는 이용자들에게서도 소액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샵바인더의 홍보를 맡고 있는 신현정씨는 “사업구조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지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꾼 것으로 보지는 말아달라”는 주문한다.
B2C에서 B2B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인터넷 쇼핑몰 메타랜드 www.metaland.com는 쇼핑몰과 음반사업부, 지불결제사업부, 마일리지사업부를 축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메타랜드가 최근 오프라인 음반 유통회사인 뮤직코리아를 인수하더니, 기존 음반사업부인 CD프리를 뮤직코리아와 합병시켜 ‘M&ALL’(가칭)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지불결제 사업부는 이미 한국사이버페이먼트에 넘겼다.
메타랜드 관계자는 “조직의 전문화와 함께 쇼핑몰도 기존의 B2C 중심에서 B2B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변신을 인정했다.
곳곳에서 B2B 모델 추가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거나 확장하는 인터넷기업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개통한 농축산물 전문 쇼핑몰 마이그로서리 www.mygrocery.co.kr는 최근 B2C에서 B2B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주요 인터넷 경매업체들도 하나둘씩 B2B 경매에 하나둘씩 명함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인큐베이팅 업체 사장은 “닷컴기업들이 사업영역을 B2C에서 수익이 많이 나는 B2B로 바꾸는 것은 수익구조가 명확해지고 닷컴기업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B2C를 포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다는 것은 그동안의 투자자금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업계 전체로 보면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커뮤니티 전문 사이트들의 쇼핑몰 진출도 활발하다.
다음 www.daum.net은 국내 최대의 쇼핑몰 업체인 롯데닷컴 www.lotte.com과 지난 6월 제휴를 맺고, 다음 쇼핑몰에 롯데의 쇼핑몰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다음은 이를 커뮤니티 사이트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프리챌 www.freechal.com도 LG쇼핑몰의 머천다이저를 영입하고, 직원들을 유통 전문 교육기관에 연수보내는 등 커뮤니티 커머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정아 과장은 “커뮤니티 사이트 외에 쇼핑몰 사업에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쇼핑몰 진출은 닷컴기업의 자연스런 진화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음과 프리챌 관계자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쇼핑몰 등의 전자상거래로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동안 충분히 준비를 해왔던 사업이다.
최근의 닷컴 위기와 관련한 비즈니스 전환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물론 사업모델 전환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기업에 따라서는 지금이 사업전환을 모색할 만한 시점일 수 있다.
기업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이 수익창출이기 때문에 수익모델 전환은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가 아니라, 단순히 수익을 좇아 이전까지의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면 어딘가 불안한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