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e리포트] 나치 부활? ‘혐오 사이트’를 막아라
[e리포트] 나치 부활? ‘혐오 사이트’를 막아라
  • 샤이안 킴(e랜서)
  • 승인 2000.12.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치주의자와 극단론자들이 활동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기고 있다.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맹목적 증오심을 직접 행동으로 표출해온 신나치당이나 KKK(Ku Klux Klan)단 등 이른바 ‘혐오그룹’들이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을 타고 온라인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들이 만든 사이트만 해도 불과 1년 사이에 두 배나 늘었다.
혐오주의자들은 이제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들의 극단 행동을 정당화하고 살인이나 폭력을 부추긴다.
혐오 사이트에 대한 논란은 프랑스가 야후의 경매 사이트에서 나치 전리품이 매매되는 것을 제지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프랑스 법원은 야후에 전리품 경매를 중단할 것을 명령했으며, 프랑스 사용자가 전리품이 거래되는 온라인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3개월 안에 만들라고 판결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일 10만프랑(미화 1만3천달러) 상당의 벌금을 물릴 작정이다.
야후는 프랑스 사용자만을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사용자들이 프랑스가 아닌 지역의 ISP를 통해 접속하면 이를 솎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익명성 악용, 목적 달성에 방법 안 가려 프랑스 법원의 판결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정 지역에 대한 선별적 차단이나 제한은 오프라인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인터넷 공간에서 접속자의 지역에 따른 선별작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혐오그룹이 인터넷에서 활개치는 이유도 어찌보면 인터넷의 이같은 장점(?)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미묘한 국가감정이 개입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부터 44년까지 프랑스는 독일로부터 온갖 핍박을 받았다.
나치 전리품의 온라인 경매를 곱게 볼 리 없다.
결국 야후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온라인 사용자의 IP 주소만으로 지역을 선별해 접속을 차단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야후가 이베이와 아마존의 선례를 따랐다면 이같은 난국은 없었을 것이다.
이베이는 프랑스어 버전의 웹브라우저를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해 나치 전리품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한 프랑스에서 온라인 경매를 사전에 막았다.
이베이 프랑스 사이트는 나치 전리품에 대한 검색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아마존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프랑스 지역의 이메일 주소를 검색해 법에 저촉되는 매매 행위를 막고 있다.
야후로서는 이베이와 아마존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프랑스 법원과 타협점을 찾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기술 문제를 완벽하게 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의 익명성에 기생하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죄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잘 알려져 있을 정도로 이제 희귀한 사건이 되지 못한다.
야후의 이번 사건도 익명성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인터넷의 한계 때문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혐오그룹들이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사실은 크게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은 정보 전달 능력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악의적 의도를 가진 집단이 자신의 주장이나 사상을 인터넷을 통해 전파한다면 그 속도와 영향력은 신문이나 TV 같은 대중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다.
더구나 인터넷은 쌍방향 채널을 갖고 있어 정보의 주체와 객체 사이를 허물어 자유로운 의사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우발적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표현의 자유’와 ‘법적 제재’라는 두 가지 과제는 양날의 칼 같아서 조화와 공존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이 세상의 중심이요 가장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먼저 생각한다면 답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