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IT교육탐방] 경실련·HiTEL 정보교육원
[IT교육탐방] 경실련·HiTEL 정보교육원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1.08.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직자 재취업률 89% 자랑

시민단체·기업 공동 운영… 스파르타식 교육 고집, 커리큘럼 현실화 비결

경실련·HiTEL 정보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며칠 밤샘을 해도 끄떡없을 만큼 든든한 체력과 ‘반드시 이 교육과정을 끝내고 말겠다’는 강한 정신력이다.
‘군대도 아닌데 체력과 정신력을 강조하다니 겁주는 거겠지’ 싶은 사람은 처음부터 포기하는 게 좋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숨돌릴 틈 없이 빡빡한 수업이 끝난 뒤에도 집에 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게 이곳 실정이다.
엄청난 양의 숙제는 물론이고, 철저한 복습 없이 내일의 수업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달달 볶아대는 담임 선생님들은 고3 시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주말반이나 새벽반이 없기 때문에, 입학과 동시에 배정받은 컴퓨터는 6~7개월에 이르는 교육기간 동안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원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바짝 붙어앉아 ‘내일의 열매’를 따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핵심과정은 일반인도 수강 가능 경실련·HiTEL 정보교육원이 “체중이 줄었다”거나 “고 3때 이후로 이렇게 공부해본 적이 없다”는 원생들의 투덜거림에도 아랑곳없이 혹독한 스파르타식 교육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곳은 1998년 IMF의 칼바람에 실직자들이 양산되던 시절에 문을 열었다.
재취업을 위한 변변한 교육기관이 없었던 터라, ‘시민단체와 기업이 힘을 모아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출발한 정보교육원의 사회적 사명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노동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직장에서 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앉지 않도록, 제2의 삶을 살도록 도와줘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죠. 한사람의 일생을 결정하는 문젠데, 대충대충 해서야 되겠습니까?” 최우영 원장은 이처럼 ‘대충대충’을 용납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정보교육원의 노력을 두가지 측면으로 설명했다.
우선 가장 현실적인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는 것. 교육을 마친 원생들을 막상 필요로 하는 곳이 없거나, 이미 관련 인력이 너무 많이 배출된 탓에 잉여인력이 된다면 6~7개월 동안의 수고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정보교육원에서는 3개월에 한번씩 IT 인력시장 현황을 조사해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과목만 골라 개설한다.
두번째는 수료한 뒤 곧장 현장에 투입되도 실무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정도로 질 높은 교육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현재 정보교육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따라가기 힘들다.
교육생을 뽑을 때 비교적 엄격한 필기 테스트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교육원은 취업을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이지, 기초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필기 테스트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1~2개월 정도 다른 학원에서 기초과목을 수강하고 오라고 말합니다.
” 개인 홈페이지를 취미 삼아 만드는 세상에서 홈페이지를 만들 줄 아는 정도의 실력으로는 취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89%에 달하는 정보교육원의 취업률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실직자 재취업 프로그램의 평균 취업률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교육과정은 노동부 지원과정과 핵심과정으로 나뉜다.
웹프로그래밍, 웹디자인, 시스템 보안과 인터넷 프로그래밍 등이 포함된 노동부 지원과정은 고용보험 사업장에서 실직한 사람이 아니면 수강할 수 없지만, 리눅스 프로그래밍이나 JAVA 전문가 과정과 같은 핵심과정에는 일반인도 지원할 수 있다.
모든 과정에는 ‘실무경험’이 포함돼 있다.
웹디자인의 경우, 수강생들은 6개월 동안의 수업을 끝내고 마지막 한달은 업체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프리젠테이션에서부터 수정·보완을 거쳐 완성된 작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학습하는 것이다.
입학을 원하는 사람은 온라인으로 접수한 뒤 설명회에 참여하고, 반드시 필기 테스트를 치러야한다.
각 과목별 필기 테스트에 대한 안내는 정보교육원 홈페이지 www.iei.or.kr에 자세히 게시돼 있다.
해당 과정의 담임 선생님을 비롯해 3~4명의 면접관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면접에서는 무엇보다 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왜 IT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지,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따져 묻는다.
각 과정마다 30명의 학생을 선발하며 평균 경쟁률은 약 1.5 대 1 정도다.
우대금리로 교육비 대출 과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정보교육원의 수강료(개인분담금)는 7개월을 기준으로 200만~240만원 선이다.
“조금 비싼 편 아니냐”는 질문에 최 원장은 “수업시간이 다른 학원들에 비해 훨씬 많다”며 “시간당 강의료를 계산해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수강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수강생들은 삼성캐피탈이나 주택은행에서 최고 500만원까지,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교육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입학이 확정된 사람은 물론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도 대출이 가능하다.
최 원장은 “사이트를 방문해 교육생 전용 게시판을 보면 경실련·HiTEL 정보교육원이 어떤 곳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과정이나 시설에 대한 불만은 찾아보기 힘들고, 학생들의 궁금증에 대한 담임 선생님들의 성실한 답변이 돋보이는 교육생 전용 게시판은 정보교육원 강사들의 은근한 자랑거리다.
꽉 짜인 수업과 한 무더기의 숙제에 허덕이면서도, 수강생들은 ‘담탱이’를 비난하는 글로 게시판을 도배하는 일이 없다.
인터뷰| 최우영 원장 “중도 포기율 5.9% 불과” 경실련·HiTEL 정보교육원의 최우영(37) 원장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민중당과 부천 경실련에서 활동하는 등 사회변혁에 꾸준히 관심을 갖다가, 외대 어학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교육사업에 몸 담게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운동권’ 이력과 ‘교육사업’ 경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원장직을 맡은 지 1년6개월째인 그는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일에 남다른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 교육과정이 상당히 힘들다던데, 탈락자는 없나. = 면접할 때 그 점을 가장 중요시한다. IT가 유행이다, 전망이 있다고 하니까 그냥 한번 와본 건지, 아니면 정말 할 맘이 있는 건지…. 한눈에 다 알아볼 수는 없지만 대충은 걸러낼 수 있다. 몸이 아프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중도포기하는 사람이 5.9% 정도 된다. 많은 숫자는 아니다. - 실직자들은 마음이 급하다. 7개월이면 상당히 긴 기간인데. - 개인적으로는 7개월로도 부족하다고 본다. 처음 교육 시작할 때 3~4개월 정도면 될 거라는 정부측과 마찰도 좀 있었다. 생각해보라. 여기서 수업을 듣고 나면 평생 이걸로 밥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거 하려고 만든 게 실직자 재취업 프로그램이다. 2~3개월 뚝딱 배워서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 경기가 안 좋은데, 높은 취업률을 유지할 수 있나. - 취업률이 95%에 달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좀 떨어졌다. 경기 탓이고,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 그래도 업계에선 여전히 ‘사람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바 하는 사람은 많은데 C 하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취업에 꼭 유리한 건 아니다. 아직도 예전 프로그램을 쓰는 곳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 무조건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꼭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방법이 생긴다. - 창업지원도 한다고 들었다. -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조흥은행, 그리고 정보교육원이 함께 하는 일이다. 조흥은행이 자금을 대출하고, 기술신보가 보증을 서고, 정보교육원에서 심사를 맡는다. 가능성이 있는 사업인지를 판단하는 게 정보교육원의 몫이다. 98년에 시작했는데, 3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지원금을 받은 업체가 34곳밖에 안 된다. 심사기준이 까다로운 탓일 거다. 학원 수료생은 물론 일반인들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