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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케이블방송국을 잡아라
[포커스] 케이블방송국을 잡아라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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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올림퍼스·캐피털그룹 등 ‘빅 브러더스’ 투자 러시…인수합병 회오리
동네 케이블방송국(SO)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곳곳에서 지주회사 형태의 사업자들이 등장해 짝짓기를 벌이면서 다수케이블방송국사업자(MSO)로 몸집을 불려가더니, 최근에는 외국자본과 대기업까지 인수합병 시장에 나타나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다.
케이블방송국에 금맥이라도 숨어 있는 것일까?


동양컨소시엄 7개 CATV 인수 막바지
동양그룹의 식욕이 가장 왕성하다.
동양그룹은 최근 외국계 자본인 캐피털그룹과 손을 잡고 대호가 갖고 있는 케이블방송국 전체를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협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인 대호는 DCCN이라는 브랜드로 서울의 서초케이블TV, 동작케이블TV, 관악케이블TV와 부산, 대구, 경북, 충북지역의 케이블방송국 등 모두 7개를 소유하고 있다.
동양의 이번 인수작전에는 현대라는 거함도 연루돼 있다고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호의 케이블방송국이 현대그룹에서 미디어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둔 위장지분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가 최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를 케이블 프로그램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동양의 온미디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거래에는 현재 9개 케이블 프로그램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동양의 미디어지주회사 온미디어와 온미디어의 2대주주인 미국 투자회사 캐피털그룹, 체이스맨해튼 등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DCCN과 비슷하게 수도권에 10개의 케이블방송국을 갖고 있는 C&M커뮤니케이션도 지난 7월 미국 투자회사 올림퍼스캐피털로부터 1억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지역 케이블방송국에까지 외국자본이 손길을 뻗친 셈이다.
온미디어도 지난 6월 캐피털그룹으로부터 5천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온미디어 관계자는 “25% 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캐피털그룹은 온미디어가 갖고 있는 프로그램채널뿐만 아니라 케이블방송국에 대한 투자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캐피털그룹은 케이블방송국에도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95년 출범한 뒤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케이블방송국이 갑자기 황금알이라도 품게 된 것일까? 케이블방송국은 케이블방송 프로그램공급업자(PP)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아 채널을 편성하고, 이를 최종가입자에게 전달하면서 이용료를 받는다.
가입자에게 방송을 전달하는 케이블망은 대부분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의 망사업자(NO)로부터 빌려쓴다.
얼핏 보면 콘텐츠와 망을 외부에서 공급받아 가입자에게 단순히 전달하는 일을 할 뿐이다.
그래서 대형 콘텐츠 업체나 외국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더욱 관심을 끈다.
케이블방송국을 둘러싼 이런 움직임 뒤에는 ‘최종가입자망을 확보하는 것이 미디어와 통신이 결합되는 미래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얘기다.
DCCN 최영집(40) 경영지원본부장은 “앞으로 통신·미디어 사업에서 승부는 결국 누가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며 “충성도 높은 최종가입자에게 다가가는 길목에 케이블방송국들이 있다”고 말한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위한 인프라로 적합 케이블방송망을 이용한 사업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케이블망 자체가 영상과 데이터와 음성을 고속으로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와 통신이 결합된 형태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잘 맞는 인프라라는 지적도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 한상혁 과장은 “공중파나 위성방송과 달리 쌍방향 정보전달이 가능한 케이블에서는 방송뿐만 아니라 음성전화, 초고속인터넷, VOD(주문형비디오), 텔레비전 전자상거래(T-커머스) 등 미래형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 가정에 하나의 케이블선만 설치해도 케이블텔레비전과 초고속인터넷, 무료전화, 주문형비디오 등을 한데 묶은 패키지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위성방송만 해도 홈쇼핑을 하려면 전화로 주문해야 하지만, 케이블이 디지털화하면 리모컨 하나로 텔레비전 화면에서 바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전국 정보를 모두 다루는 위성방송과 달리 지역 특성에 맞는 채널 편성과 물품 공급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지역마다 영세한 케이블방송국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지금 체제에서는 꿈일 뿐이다.
이들이 뭉쳐야만 현실에 가까워진다.
같은 장비와 인력으로 꽤 넓은 지역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할 수도 있고, 장비를 디지털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C&M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복수케이블방송국사업자들이다.
C&M커뮤니케이션 오광성 사장은 “인접 지역의 케이블방송국들을 묶으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힘이 달린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면 문제가 풀린다.
대기업들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콘텐츠 사업을 해온 동양그룹을 비롯해 몇몇 대기업들이 주요 지역의 케이블방송국을 장악해 종합미디어그룹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야심을 내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전화회사 AT&T가 케이블회사인 TCI를 인수합병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TCI에 지분을 출자하는 등 통신·인터넷 분야의 강자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케이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분제한규정 등 넘어야 할 과제 산적 물론 이런 장밋빛 미래가 현실로 펼쳐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우선 현재 30대 그룹과 외국인들은 33%로 지분을 제한한 규정 때문에 케이블방송국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기 힘들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각 지역에 난립한 소규모 중계유선업자들의 케이블방송국 전환을 허용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결정적으로는 케이블방송국들이 대부분 독자적 망을 갖지 못하고 있어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데 한계를 안고 있다.
이미 몸집이 커진 다수케이블방송국들은 망을 인수하거나 독자망을 까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계유선방송은 아예 인수해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전국 케이블방송 지역에 깔려 있는 한국통신의 망 77개 가운데 21개는 인수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선두업체 격인 C&M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앞으로 프로그램 채널공급자까지 인수해 본격적인 ‘수직적 통합’을 이룰 태세다.
미디어와 통신의 결합이 대세라는 데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유선통신에서 무선통신으로, 그리고 이제 무선통신에서 유무선통신으로, 쌍방향 멀티미디어로 바뀌어간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와 망에 가장 가까이 있는 케이블방송국이 멀티미디어 사업을 위한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이블방송국의 합종연횡은 멀티미디어 산업의 한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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