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25 15:51 (월)
[피플] 숫자닷컴 현준희 사장
[피플] 숫자닷컴 현준희 사장
  • 이용인
  • 승인 2000.08.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숫자도메인 894요(팔고 사요)”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었다.
” 지난 96년 감사원의 경기 남양주 효산콘도 인허가 감사 중단 압력을 폭로했던 현준희(48) 전 감사원 주사는 지난 4년을 이렇게 회고한다.


18년간 몸담아온 직장에서 쫓겨나 두달 가까이 구속됐던 것은 고통의 시작일 뿐이었다.
휴대전화 영업사원, 한국통신 ‘전화요금설계사’ 등을 전전하는 동안 전셋집을 세차례나 줄여 이제 월세집에 살 정도로 가계가 기울었다.


어느덧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가 ‘봉이 김선달’로 다시 한번 ‘재기’를 시도했다.
지난 7월22일 숫자 도메인 전문 사이트인 ‘숫자닷컴’ suzza.com을 연 것이다.
“영어 도메인은 외우기 어렵지만 숫자 도메인은 ‘한방에’ 기억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숫자 도메인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영어 도메인보다 희소가치가 높습니다.
”그는 2500개에 달하는 ‘비장’의 숫자 도메인을 등록해 갖고 있다.
오랫동안 전화설계사를 하면서 개발한 것들이다.
전화가입을 권유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특성에 맞는 연상 전화번호를 고안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우연히 네티즌들이 “영어 도메인은 너무 어려워”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그 길로 사이트 구축에 들어갔다.
그의 사정을 아는 한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 사장이 책상과 사무실 한편을 무료로 빌려줬다.
홈페이지 제작에 든 300만원은 8383.com(발상발상) 도메인과 맞바꿨다.
직원 한명 없이, 그렇게 4개월을 몸으로 때우며 ‘1인 벤처’를 해왔다.
사이트를 연 지 열흘 남짓밖에 안됐지만 벌써 문의가 빗발친다.
남성의 성기 크기를 상징하는 21cm.co.kr은 김현철씨 인사 개입을 폭로했던 박경식 원장(비뇨기과)이 낙점했다.
1974.co.kr(일꾼찍자)는 민주노동당이 공식 도메인으로 채택했다.
5692.net(어쭈구리)는 소주방 체인업체인 ‘어쭈구리’에서 구입을 검토중이다.
매혹적인 숫자의 세계가 기나긴 고통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그의 바람만은 아닐 듯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