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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해부] 야후코리아 염진섭사장
[CEO해부] 야후코리아 염진섭사장
  • 김상범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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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기업이란 건 없습니다" ‘야후 하십니까’(Do You Yahoo!) 인터넷 세상에서 야후가 차지하는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야후가 스스로 만들어낸 말이지만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기는 어렵다.
야후는 이제 인터넷 세상에서 ‘문화권력’이란 평가까지 받는다.
야후가 100% 출자한 야후코리아도 국내에서 인터넷기업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그런데 야후코리아 염사장은 “인터넷기업이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염진섭 1954년 대구 출생 1972년 경북사대부고 졸업 1977년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1976-84년 국제상사 전자수출부 1984-86년 럭키금성상사 컴퓨터수출과 1988-90년 삼보컴퓨터 해외사업부 1990-92년 삼보컴퓨터 유럽 총괄법인 1992-95년 삼보컴퓨터 자재구매본부 1995-98년 소프트뱅크 총괄 전문이사 1997-현재 야후코리아 대표이사
요즈음 제일 신경쓰고 있는 일은 어떤 겁니까. 저희는 지금을 야후코리아의 성공 3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처음 1기는 야후란 브랜드를 잘 모를 때 뿌리를 내리는 시기였고, 올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규모를 완성한 시기였다면, 이제는 진짜 큰 회사가 되기 위한 그림을 그려야지요. 큰 그림이란 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야후를 포털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한번도 포털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야후닷컴 창업 때부터 인터넷 미디어라고 했지요. 요즘은 디지털 미디어라고 합니다.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이 디지털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거죠. 그것이 미디어의 역할입니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일이지요. 야후도 이제 본격적으로 수익을 찾아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야후는 항상 수익이 났습니다.
작년까지는 광고수익이 대부분이었구요. 현재도 광고수익이 95% 정도 되지만 사실 단순히 배너광고만으로 올리는 수익은 아닙니다.
배너광고 10억원짜리를 수주했다면 그 가운데 5억원 정도는 배너광고 이외에 복합적인 마케팅 수수료입니다.
하반기부터는 진짜 배너광고는 50, 60% 수준이 될 겁니다.
인터넷 비즈니스 하면 배너광고를 생각하는데 배너광고는 야후가 초창기에 낸 아이디어의 하나죠. 하나의 실험차원이고 수익을 광고에서만 찾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인터넷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수익모델은 어떤 것일까요.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데 저는 인터넷기업이란 없다고 봅니다.
아마존이 인터넷기업이냐,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아마존은 서점이에요. 단지 서점을 온라인에 접목시켰을 뿐입니다.
인터넷만으로 하는 사업은 없습니다.
인터넷은 단지 도구일 뿐이에요. 중요한 것은 e비즈니스를 누가 먼저 완성시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 하나 만들고 인터넷에 연동시키는 것들을 e비즈니스라고 흔히 착각하는데, 단순히 인터넷에 접목시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시대에 알맞은 비즈니스로 전이해가는 것이 e비즈니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기업은 없다는 겁니다.
기존의 어떤 서비스, 어떤 기업이든 간에 디지털시대에 맞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기업, 그것이 굳이 말하자면 인터넷기업이고 디지털 기업이 될 수 있겠죠. 지금은 아직 그런 인터넷기업이 없습니다.
인터넷기업이 없다면 그건 야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겠네요. 야후는 좀 독특한 모델입니다.
야후 같은 비즈니스는 없었죠. 야후의 비즈니스 모델도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야후 스타일의 비즈니스는 전체의 0.01% 정도이고 나머지 99.9%가 아직 미개척 분야로 널려 있습니다.
야후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지 못한다면 사라져가겠죠. ‘닷컴기업은 없다’라고 한다면 다음이나 네이버, 네띠앙 같은 회사들은 어떤 회사라고 정의해야 하는 겁니까. 야후처럼 인터넷 미디어라는 속성을 알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아주 새로운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우리 경제의 메인은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포철 이런 곳이에요. 그 메인이 디지털화해야 하는 거죠. 그동안 우리 언론들이 닷컴기업을 너무 과대포장했어요. 요즘 신문 보면 아이티(IT) 섹션이 8~16페이지나 차지하는데, 우리 경제에서 닷컴기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겠어요. 그 아까운 지면에서 인터넷 사이트 소개하고 인터넷 북숍 이야기 하고 있어요. 우리 경제가 인터넷에 연동돼 어떻게 바뀔 것인가, 어떻게 정책이 바뀔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닐까요. 인터넷은 산업이 아니라 도구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닷컴기업은 없다라고 강력히 항의하는 거죠. 요즈음 닷컴 대란설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인터넷기업으로서 그런 얘기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작게 보면 맞는 이야기이고, 크게 보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의 거품을 논하기 전에 실물경제의 거품부터 걷어내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 너무 폐쇄적이고 투명하지가 못했습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끼리끼리 문화가 너무 강해요. 일본제품이 들어오면 경쟁이 안되니까 수입선 다변화로 막거나 관세를 많이 매기거나 해서 인위적인 장벽을 쌓았지만 이제는 디지털시대잖아요. 국경도 없고. 수입선 다변화 정책, 지금 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그동안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빨리빨리, 끼리끼리가 통할 수 있는 인위적인 장벽이 있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었던 겁니다.
디지털시대에는 그런 장벽을 세울 수가 없어요. 재벌이나 대기업들이 디지털 경제에서 헤매고 있는 이유입니다.
결국은 기존의 우리 경제가 디지털시대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게 안되고 있어요. 그게 거품이에요. 인터넷 경제의 거품이라는 것이 닷컴이란 아주 사소한 데 매여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 전체에 있는 거품은 말도 못하죠. 이제 야후 얘기를 좀더 해보죠. 야후의 검색기능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들을 합니다.
실제 야후에서 찾을 수 없어 다른 사이트로 간다는 말들도 하구요.
어느 업체의 광고문구 같은데요.(웃음) 원래 검색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디렉토리 검색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웹문서 검색방식입니다.
야후가 하는 디렉토리 방식은 전문 서퍼들이 직접 사이트를 방문해서 유용한 정보가 있는 사이트를 등록해 제공합니다.
웹문서 검색은 소프트웨어 로봇이 무조건 다 긁어서 문서를 찾아오는 거죠. 웹사이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문서를 찾아오는 거죠. 장단점이 있는 데 서로 보완관계입니다.
야후는 디렉토리 검색방식이지만 웹문서 검색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국 야후는 웹문서 검색ㅜ서비스인 알타비스타와 제휴했고, 이후에 잉크토미, 최근에는 구글과 한 거죠. 야후코리아도 초기에 웹문서 검색이 필요해 심마니와 제휴하려 했는데, 심마니가 우리를 경쟁관계로 인식하고 디렉토리 서비스까지 하더군요. 결국 소프트와이즈란 회사와 함께 14개월 동안 개발해서 드디어 지난달에 웹문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야후에 없는 것이 우리에게 있다고 하는 것은 디렉토리 검색과 웹문서 검색의 차이를 무시한 것이고, 야후는 100개인데 우리는 500개 나온다 하는 것도 안 맞는 비교죠.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즈음 같은 때 투자자로써 원칙이 있다면. 저는 똑같습니다.
될성부른 나무에만 투자합니다.
저한테 1억 받기 어렵습니다.
작년에도 저는 액면가로만 투자했습니다.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죠. 어느 정도 비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합니다.
야후코리아도 투자를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지난 봄에 돈이 많이 들어왔죠. 700억원이 들어왔는데 저희는 캐피털에는 관심없으니까, 야후코리아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8월 중에 몇군데 발표할 겁니다.
야후를 디지털 미디어라고 정의하셨는데, 마켓플레이스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도 있을까요. 미디어를 우리말로 하면 매체구요, 영어로 다시 푼다면 ‘링크 보디’가 되지요. 링크해주는 무언가가 바로 미디어죠. 그게 정보가 되었든, 쇼핑이 되었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공급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것을 엮어주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미디어라는 겁니다.
거대한 미디어 안에서 커머스 분야를 마켓플레이스라는 개념으로 풀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디지털 미디어라는 말이 참 무서운 말이네요. 모든 걸 다 하겠다는 말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죠. 야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 저희가 독점을 한다는 것이 아니고 오거나이저 역할만 하는 것입니다.
파트너와 같이 가는 거죠. 저희가 혼자 한다면 절대 못 합니다.
각 분야 넘버원과 같이 하는 겁니다.
상장계획을 들어볼까요. 많이들 궁금해하는데. 지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다 준비가 돼야 합니다.
현재 3년째 미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상장이라는 게 공기업이 되는 것이라 엄격하고 힘든 일인데 국내에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도 너무 많이 하고. 이제 내부적으로 IR를 할 수도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도 된 것 같아요. 코스닥이든 거래소든 저희와 여건이 맞는 쪽으로 할 겁니다.
저희는 상장을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닙니다.
돈이 필요하다면 증자하면 됩니다.
상장은 마케팅 측면에서 하는 겁니다.
공짜 마케팅이잖아요. 야후가 오늘 상한가쳤다 하면 언론에서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겠죠. 반대도 있겠지만 말이죠. 대외적인 여건을 기다리고 있고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한국처럼 야후가 토종기업들에게 심하게 추격을 당하고 있는 나라도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좋은 얘기지요. 어떤 부분에서는 추격을 당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전혀 추격당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페이지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인터넷 서비스는 속성이 다 다르거든요. 다음이나 다른 채팅 사이트는 커뮤니티 그룹이지요. 커뮤니티 사이트는 평가척도가 ‘로열 유저’가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지요. 인터넷방송같으면 페이지뷰가 문제가 아니라 ‘동시사용자’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요.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겁니다.
그런 고려없이 무조건 페이지뷰 많고 적은 것으로 논쟁을 벌이려고들 해요. 알렉사에 대해 얘기들이 많은데, 야후코리아의 경우 도메인을 두가지 씁니다.
yahoo.co.kr, kr.yahoo.com이 있죠.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부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공식으로 항의했어요. 그래서 6월부터는 합산하겠다 했는데 아직 안 나왔구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4월인가요, ABC와 계약해서 공인된 페이지뷰를 공개한다고 했을 때 저희는 웃었어요. 야후도 ABC와 계약해서 실제 자료를 공인받는 데 3년이 걸렸어요. 다음에서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 했는지도 모르겠고. 계약이 됐다 해도 기술적인 얘기들이 오가려면 최소한 몇달이 걸립니다.
저희는 이미 해봤거든요. 기본적으로 매출은 저희가 다음보다 최소한 7배는 많을 겁니다.
실례인지 모르겠지만 야후코리아는 누가 와도 경영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니까요.
무임승차했다는 말도 있지요. 그렇지만 야후가 전세계 23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다 성공적인 건 아니거든요. 굉장히 큰 무형의 자산이지요. 부담이기도 합니다.
야후코리아 CEO는 언제까지 할 계획입니까. (큰소리로 웃고 나서)뚜렷한 계획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어요. 제 나이가 마흔일곱인데 전세계 야후 사장 중에 가장 많습니다.
돈도 많이 벌지 않았습니까. 인생의 중반이 끝나가는데 인생의 후반은 돈을 멋있게 쓰는 데 보내야겠죠. 오래 할 생각없습니다.
[취재후기]
인터넷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거품
염진섭 사장과는 주로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염 사장 스스로도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과 소신을 피력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현재 국내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차갑게 대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올 연말 IMF에 버금가는 혼란이 닥칠 것 같다.
“인터넷 거품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자체가 거품”이라는 주장이나 “인터넷은 단지 도구일 뿐이며 인터넷기업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얘기는 그의 주관적인 견해로 흘려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털어놨다.
우연히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콘텐츠 등급제 얘기가 나오자 “인터넷이 이렇게 확산된 배경에는 정부가 잘 몰라서 손을 못댔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제 걱정입니다.
정통부다 산자부다 서로 하겠다고 하니까요. 정부는 오거나이저 역할만 해야죠.”라며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언론도 그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얼마 전에 한 일간지에 ‘아! 닷컴’ 하는 기사가 났어요. 화가 나더군요. ‘오! 닷컴’ 할 때는 언제고 말이죠. 왜 실체도 없는 걸 띄워놓고 이제 와서 ‘아! 닷컴’ 하느냐 이겁니다.
언론사들 다 인터넷 자회사 갖고 있잖아요. ‘아! 닷컴’이라고 하면 자기들 얘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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