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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넷 내용등급제 닻 올려
[포커스] 인터넷 내용등급제 닻 올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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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시범테스트 이후 전국 보급 계획… 기준 애매해 실효성 주목 ‘일상’ 비속어와 ‘거친’ 비속어, 그리고 ‘심한’ 비속어의 차이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얼마나 될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는 이제 이런 기준을 가지고 청소년들을 유해정보로부터 보호할 계획이다.
내용선별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윤리위가 자체 개발한 내용선별 소프트웨어를 이달부터 학교, PC방, 가정 등 약 50개 장소에 설치해 시범테스트에 들어간다.
10월부터는 일반 국민들에게 무료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본격 시작된 셈이다.
정보통신부와 윤리위는 지난 7월2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안’ 제41조 ‘내용선별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보급에 대한 정보통신부 장관의 시책’에 따라 내용선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10월부터 보급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내용선별 소프트웨어란 이용자가 보기를 원하는 인터넷 정보의 등급을 지정하면 그 등급에 맞는 정보만 볼 수 있도록 내용을 걸러주는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가 가정이나 학교의 PC에 설치되면 부모나 선생님이 정해놓은 등급의 인터넷 사이트만 접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보 등급은 인터넷 내용등급제에 따라 정보제공자가 자신의 정보에 스스로 매기도록 돼 있다.
인터넷 내용등급제는 크게 자율등급 서비스와 제3자등급 서비스의 두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자율등급 서비스는 정보제공자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표시하는 것으로, 포털사이트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윤리위의 등급기준에 따른 등급을 부여해야 한다.
제3자등급 서비스는 해외의 음란·폭력정보에 대해 제3의 기관인 윤리위에서 등급을 부여해 정보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로봇이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검색해 등급을 부여하고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놓으면, 내용선별소프트웨어가 이 정보들을 거르게 된다.
제3자등급 서비스의 등급부여 방법에 대해서는 꾸준히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윤리위 박종현 내용등급팀장은 “현재 로봇을 통해 데이터베이스화 해놓은 10만건과 일본의 제3자 등급 데이터베이스기구인 ENC(전자네트워크협회)가 일본어로 된 음란·폭력정보에 대해 데이터베이스화 해놓은 55만건을 합쳐 총 65만건의 목록을 확보해놓았다”며 국내에 알려져 있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늘려가면 해외 유해정보는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수없이 쏟아지는 해외정보에 대해 로봇이 모든 내용을 파악해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신뢰할 수도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일관된 주장이다.
자율등급 기준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윤리위가 작성한 등급기준은 노출, 성행위, 폭력, 언어, 기타 등 5가지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기타를 제외한 영역은 0등급에서 4등급까지로 분류되는데, 그 기준이 충분히 자의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어 영역의 경우 ‘일상’ 비속어와 ‘거친’ 비속어, ‘심한’ 비속어가 각각 1, 2, 3등급인데, 어떤 욕설이 어느 등급에 해당하는지 윤리위가 정하는 바에 따라 이용자가 그 정보를 볼 수 있는지가 판가름나게 된다.
기타 영역의 경우 조장을 ‘한다’와 ‘안한다’ 두가지 등급으로 나뉘는데, 어떤 정보가 마약과 음주, 흡연을 조장하는지 모두 윤리위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윤리위는 정보제공자가 등급을 자율적으로 매기는 것이고, 개인도 자신이 볼 수 있는 정보의 등급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법이 시행되었을 때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윤리위의 판단과는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등급을 부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윤리위가 등급 시정권고 등을 했을 때 이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업체는 드물기 때문이다.
자의적 해석과 평가의 여지가 충분한 애매한 등급기준에 따라 유해정보를 차단하려는 정통부와 윤리위의 노력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에는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의 반발로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급하려던 윤리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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