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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자동차보험료, 아는 만큼 덜 낸다
[포커스] 자동차보험료, 아는 만큼 덜 낸다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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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완전 자율화… 나이·성별·차종 따라 요율 천차만별
중고 스쿠프를 모는 김아무개(21)씨는 자동차보험료 납부통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험료가 무려 30% 이상이나 더 많이 나온 것이다.
‘어라, 뉴스에선 분명히 보험료가 싸질 거라고 했는데…. 뭔가 잘못됐군. 전화해서 따져야겠다.


손해보험회사한테서 김씨가 들을 답변은 이미 나와 있다.
김씨는 21살로 저연령층, 그것도 21살 이하 젊은 남자인데다 중고차, 그것도 스포츠카를 몬다.
보험사 경험통계로 보아 김씨는 사고를 낼 위험이 높은 사람이고, 따라서 보험료 할증률을 높게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8월1일 보험료 자유화로 자동차보험에 대한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서 손해보험사들이 다양한 요율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전엔 고객들이 어느 보험사에 가도 비슷한 요율을 적용받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같은 조건이라 해도 어느 보험사를 찾느냐에 따라 다른 요율을 적용받게 됐다.
예컨대 자동차보험에 처음 가입하는 중년 남자가 중형차를 구입한 경우, 회사에 따라 1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보험사의 통계로 보아 손해율이 높은 일부 고객층은 전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반면 손해율이 낮은 고객층은 전보다 적게 내도 된다.
우리나라 자동차보험도 선진국처럼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보험다운 보험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보험료를 더 내게 된 고객은 ‘뭐가 좋아졌다는 건가’ 하고 투덜댈 수 있다.
여하튼 평균적으로 보면 자동차보험료는 2~3% 정도 싸졌다.
중하위권 보험사 중엔 10~15%나 보험료를 인하한 곳도 있다.
외국계 자동차보험 전문회사인 디렉츠는 모든 연령층에 다른 보험사보다 15% 가량 인하된 보험료를 책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보험료가 싸진 건 꼭 자유화 조처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낮춘 건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진 것도 감안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정부가 안전띠 단속과 교통법규 위반신고 보상금제도를 도입한 뒤부터 손해율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79.9%에 이르던 손해율은 2월 75.2%, 3월 70.4%로 급락했고, 5월에는 70%를 기록했다.
대형업체 중심 인상 움직임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잘 거둬들인 점도 있다.
보험사들이 5월에 거둬들인 보험료는 5132억원으로 1월의 5001억원보다 131억원이나 많았다.
인터넷 등 판매채널이 다양해진 덕분에 보험모집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경영실적이 좋아지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특히 대형손해보험사들의 경영실적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호전됐다.
삼성화재는 지난 1분기 중 순이익이 712억원으로 손해보험업계에서 1위였다.
현대해상은 397억원, 동부화재는 308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적자였던 LG화재는 558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무려 663%가 증가했고 동부화재가 109.5%, 삼성화재가 51.5%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교통사고율이 감소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 줄면 경영실적이 그만큼 좋아져 보험료를 0.7% 인하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런데도 이번 보험료 인하가 쉽지만은 않았다는 후문이 들린다.
삼성, 현대, 동부, LG 등 대형사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 가격인하에 나설 필요가 없어 소극적이었고, 나머지 중소형사들은 보험손해율이 높고 요율관리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아 내심 경쟁에 나서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나마 평균 2~3% 정도 가격을 내린 것도 금융감독원이 ‘바람몰이’에 나섰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냐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앞으로 보험료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중소형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가격인하에 나서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주도권이 있는 대형사들이 출혈경쟁에 나서지 않으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더 높다.
대형사들은 고객의 나이, 차종, 사고유무에 따라 고객별로 보험료를 차등화해, 더 받을 사람에겐 더 받고 덜 받을 사람에겐 덜 받으면서 전체 보험료 수입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대형사들은 풍부하고 체계화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어 자기 회사에 적정한 규모로 요율을 산정할 만한 기반이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배정현 연구원은 결국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회사가 요금체제를 지배할 것이라면서, 중소형사가 가격인하를 주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보험료는 더 싸진다기보다 더 차별화·차등화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과다출혈을 일으키는 가격경쟁보다는 손해율에 따라 요율 산출방식을 합리화하고 다양한 상품과 보상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향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요율 산출에는 운전자의 나이, 사고전력, 성뿐 아니라 어떤 차를 모는가도 반영될 전망이다.
같은 배기량의 차량이라 해도 모델별로 손해율 차이가 40%포인트나 나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SM5와 아반테는 같은 급(1500~2000cc)이지만 손해율은 아반테가 SM5보다 15%포인트가 낮았다.
이런 전망은 자동차회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보험료가 자동차 모델별로 차등화되면 차량구입자들은 보험료가 싼 차종을 찾게 되고, 자동차회사들은 안전하고 수리비가 싸게 들도록 품질과 구조를 개선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보험업계는 이미 자동차 모델별 요율 차등화 작업에 착수했다.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는 국산 차량을 대상으로 시속 15km의 저속 충돌실험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가 얼마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며 얼마나 고치기 쉬운 구조로 되어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절차다.
보험개발원은 10월께 실험이 끝나는 대로 차량 모델들을 9개 등급으로 분류해 보험료 차별화의 기초자료로 보험사에 제공할 방침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보험료 차별화가 6조원 규모의 자동차보험 시장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의 품질 향상은 사고 감소로, 사고 감소는 손해율 저하로, 손해율 저하는 보험회사의 순이익 향상으로, 보험사 순익 증가는 보험료 인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의 첫 고리는 자동차 소유자, 즉 보험 가입자들이 소비자로서 현명하게 자신의 권리를 챙기는 데 있다.
자동차보험, 비교하고 가입하자
자동차 소유자들은 이래저래 따져봐야 할 것이 많아졌다.
운전자 특성은 물론이고 자동차 특성까지 파악해 어떤 보험사의 어떤 상품이 좋은지 일일이 비교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포털 사이트인 이모든의 서비스개발팀 강영민 팀장은 비교 사이트들을 활용해보기를 권한다.
이런 사이트들은 이용자가 자신과 차량의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전 보험사의 해당 상품들을 알려주는 실시간 서비스나, 보험 전문가가 조건에 맞는 상품들을 찾아 e메일로 알려주는 e메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모든www.emoden.com 을 비롯해 보험넷boheom.net , 인슈넷www.insu-net.co.kr , 보험합리주의www.insdream.com , 팍스인슈www.paxinsu.com 등이 이런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전화로 상담할 수도 있다.
강 팀장은 한국중개인협회(02-761-0714)와 손해보험대리점협회(02-774-1554)를 추천한다.
소비자들은 이곳을 통해 자신한테 맞는 보험중개인이나 대리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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