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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연구] 유진로보틱스
[투자연구] 유진로보틱스
  • 이정환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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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에서 서비스 로봇으로 발돋움…한국기술투자 31억5천만원 투자
로봇이 인간을 닮아간다.
로봇은 이제 마루를 쓸거나 잔디를 깎기도 하고 아기를 보고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서 가능했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


사람처럼 말하며 두발로 걷고, 때로 슬퍼하고 분노하기도 하는 로봇.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이동전화나 개인용 컴퓨터처럼 혹은 세탁기나 텔레비전처럼 로봇을 식구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한국기술투자는 최근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유진로보틱스 www.yujinrobot.com에 31억5천만원(주당 3만5천원, 액면가 5천원의 7배)을 투자했다.
지난 88년 회사 설립 이래 12년 동안 산업용 로봇에만 매진해왔던 유진로보틱스는 최근 ‘축구 로봇’을 출시하면서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향후 3년간 4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하고 가정용 서비스 로봇을 중점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투자심사를 맡았던 한국기술투자의 김영성 선임심사역은 “유진로보틱스가 산업용 로봇을 고집했다면 사실상 투자할 가치가 없었다”고 단언한다.
산업용 로봇은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비스 로봇의 성장성과 시장개척자의 순발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로봇 산업이 차세대 유망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그는 스스로를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패션리더’라고 자찬한다.
  • 투자포인트1 시장여건 산업용 로봇 둔화, 서비스 로봇 급부상 로봇 제조업체들에게 작년은 충격적인 한해였다.
    세계적으로도 몇 손가락 안에 들었던 일본의 고베정밀 로봇산업부의 도산이 첫번째였다.
    한때 매출액이 500억엔에 육박했던 고베정밀은 매출 감소와 수익성악화로 고전하다 지난해에는 겨우 30억엔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고베정밀은 과도한 원가부담과 연구개발비용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파산의 길을 걷게 됐다.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로봇사업부를 축소하거나 분사시켰고 미쯔비시와 파낙 등 해외 다국적기업에 종속되는 운명을 맞았다.
    삼성정공과 현대중공업 정도가 내수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고베정밀의 도산 소식에 이어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가 일대 파란을 불러왔다.
    사람을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거나 재롱을 피우는 등 간단한 감정표현까지 가능한 이 로봇은 발매 한달 만에 45억엔의 매출을 기록하고 전량 매진의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대당 25만엔에 판매됐던 이 우스꽝스러운 강아지는 한때 150만엔까지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난감 로봇은 위기에 처한 로봇 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아이보의 성공에 힘입어 장난감 로봇의 개발이 전세계적으로 붐을 이뤘다.
    세계 최고의 완구업체인 반다이가 최근 직립보행이 가능한 ‘자크’를 출시한 데 이어 혼다도 학습지능을 갖춘 휴먼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개발도 본격화했다.
    미국의 프로보틱스는 ‘씨에’라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 대당 8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일본로봇공학회는 비제조업 로봇 산업의 시장규모가 올해 2163억엔에서 2005년에는 5336억엔까지 두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투자포인트2 사업전망 ‘축구 로봇’으로 서비스 로봇 개발 가능성 인정 IMF 탓도 있었지만 유진로보틱스도 급격한 매출 감소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97년 43억원까지 육박했던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27억원에 그쳤다.
    분명히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데 이 회사에 떨어지는 ‘파이’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애초부터 생산마진이 높지 않은데다 다국적기업의 진출로 해외시장은 물론이고 내수시장까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사업다각화가 절실했고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로봇 축구’였다.
    로봇축구는 가로 170㎝, 세로 130㎝의 경기장에서 3대의 로봇이 골프공을 놓고 벌이는 경기로 정교한 플레이와 조화로운 팀워크가 필요한 고난도 게임이다.
    축구 로봇은 가로 세로 7.5㎝의 정육면체에 두개의 커다란 바퀴가 달린 형태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무선통신장비를 장착한 기술집약적인 장난감이다.
    (<보조기사 참조>) 유진로보틱스가 판매하는 축구 로봇은 교육용의 경우 450만원, 시합용의 경우 700만원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는 500대 가량의 축구 로봇이 보급돼 있고 학교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팀워크가 중요한 로봇 축구는 미로찾기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팀원과 호흡을 맞춰 패스와 드리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방향으로 공을 차넣어야 한다.
    어설픈 프로그램에서는 선수들끼리 공을 향해 달려들다가 부딪히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축구 로봇은 속도와 정확성 못지않게 발빠른 상황판단력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공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축구 로봇의 관건은 하드웨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 더욱 정확히는 팀워크와 전략 프로그램이다.
    사실 회로도를 볼 줄 알고 간단한 납땜을 하는 정도면 축구 로봇은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다.
    문제는 로봇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역할을 배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품의 성능과 구동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결정적인 승부는 대개 PC를 통한 제어프로그램의 효율성에서 비롯한다.
    축구 로봇은 최근 로봇 산업의 변화 방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사람의 명령을 받고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가정용 서비스 로봇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최선의 행동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학습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을 제조해왔던 유진로보틱스에게 축구 로봇은 지능형 로봇의 개발을 위한 일종의 학습과정이기도 하다.
    유진로보틱스는 축구 로봇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면서 소프트웨어 부분을 보강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할 계획이다.
    학계나 동종업계 선진업체들과의 폭넓은 업무제휴도 절실하다.
    유진로보틱스는 축구 로봇의 제조에서 구축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향후 가정용 서비스 로봇 개발에 사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 투자포인트3 성장가능성 아니, 설거지랑 빨래까지? 미국에서는 최근 ‘밥 먹는 로봇’이 개발돼 한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에서 개발한 ‘츄츄’라는 애칭의 이 로봇은 각설탕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앞으로는 육식까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로봇은 인간의 영역을 속속들이 침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두발로 걷는 휴머로이드 로봇의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밖에도 완구제조업체인 토미는 음성인식으로 움직이는 인간형 축구 로봇을 개발했고 반다이는 로봇의 눈을 통해 조준하고 총(비비탄)을 쏘는 전투 로봇을 발표하기도 했다.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는 학습능력을 갖춘 지능형 로봇의 개발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은 개발 단계를 지나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청소용 로봇이다.
    프로보틱스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청소용 로봇은 높이 30㎝ 크기의 바퀴 달린 로봇으로 풀어놓기만 하면 집안 곳곳을 드나들면서 ‘알아서’ 청소를 끝내준다.
    가격은 80만원선. 반다이가 상용화한 곤충형 로봇은 최첨단 기술을 내장하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실험용 로봇의 100분의 1에 불과한 5만엔 미만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다진시스템 www.dajin.com이 직립보행 로봇의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시판(1천만원)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추세에 비하면 다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유진로보틱스는 2년 후 출시를 목표로 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개발에 한창이다.
    유진로보틱스가 개발하는 로봇은 청소와 설거지 따위는 물론이고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에게 간식 위치를 알려주거나 숙제를 도와주는 등 더욱 실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가스총을 들고 경비를 설 수도 있고 PC와 연결해 화상통신을 하거나 집안의 각종 가전제품들을 제어할 수도 있다.
    회사측은 이 로봇을 250만원선에 판매할 계획이다.
    신경철(44) 사장은 “작업능력 개선과 가격하락에 힘입어 수년 안에 로봇이 각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투자포인트4 투자위험 “최고만 살아남는다” 로봇 산업은 자동차산업만큼이나 다양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로봇 산업은 기계설계와 제조는 물론이고 음성·화상 인식기술과 감지, 통신설비, SI 등 첨단기술이 총망라된 산업이다.
    가격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아직까지 대중화와 상용화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에 로봇 산업의 시장규모가 PC산업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는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 앞선 몇몇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드시 뒤따른다.
    자동차산업에 아무나 뛰어들 수 없는 것처럼 로봇 산업 또한 그 진입장벽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진로보틱스는 오랫동안 산업용 로봇을 제작해왔지만 대개 단품종 대형사업에 치중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계획이지만 신규사업인 가정용 서비스 로봇 분야는 아직까지 성공여부를 확신하기엔 이르다.
    미국의 경쟁업체에 비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앞서 있지만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기술의 절대우위를 주장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선발업체로서의 강점은 있지만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다국적기업과의 한판승부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유진로보틱스의 성공 관건은 우선 다양한 업무제휴와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있다.
    또한 대량생산을 통한 대중성과 가격경쟁력 확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 투자포인트5 매출전망 로보트 태권브이도 문제없다 신경철 사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삼성항공 정밀기계연구소와 중소기업연수원을 거쳐 지난 90년부터 유진로보틱스에 합류했다.
    “상상했던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로보트 태권브이’까지도 맘만 먹으면 만들 수 있다”고 신 사장은 자신감을 피력한다.
    유진로보틱스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 이외에도 국방부와 공동연구로 지뢰탐지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KAIST와 공동으로 원자력발전소에 투입할 원격작업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어백 가속도센서 테스트장비를 개발완료해 시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근 산업용 로봇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관련산업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면서 지속적인 매출증대가 예상된다.
    회사쪽은 사업다각화 원년인 올해는 매출 100억원에 당기순이익 11억원,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 본격적으로 시판되는 2003년에는 매출 620억원에 당기순이익 88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뒤늦게 따라가지 않는다”
    한국기술투자 김영성 심사역 로봇시장의 잠재력은 소니의 강아지 로봇으로 충분히 검증되었다.
    카메라 열감지기, 적외선 거리측정계, 촉각감지기 따위의 첨단장비를 탑재한 이 우스꽝스러운 장난감의 가격은 300만원. 이 로봇은 발매 즉시 전량매진이라는 놀라운 기록과 함께 반년 남짓한 사이에 매출이 300억원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2005년이 되면 로봇시장이 세계적으로 3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써부터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다국적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건실한 회사임에는 틀림없지만 유진로보틱스가 산업용 로봇만 만드는 회사라면 투자할 가치가 없었다.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성장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유진로보틱스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했고 한국기술투자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국기술투자는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뒤늦게 따라가기보다 시장 흐름을 앞서서 이끌기를 원한다.
    한국 로봇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도 있었고 그만큼 자신감도 충분했다.
    7배수에 31억5천만원을 투자하고 30%의 지분을 확보했다.
    당장이라도 코스닥에 갈 수 있지만 연구개발 성과가 드러나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2003년 이후로 계획하고 있다.
    축구 로봇의 구동원리 신경철 유진로보틱스 대표이사 신경철 사장이 들고 있는 가로 세로 7.5㎝의 바퀴달린 정육면체가 바로 축구 로봇이다. 축구 로봇은 크게 로봇중심 시스템과 비전중심 시스템으로 나뉘는데 이 로봇은 비전중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로봇중심 시스템은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이고 비전중심 시스템은 모든 계산과 전략 전술을 컴퓨터가 처리하고 로봇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우선 로봇중심 시스템은 조작이 간단하기는 하지만 협동 개념이 없다. 로봇들끼리 서로 공을 향해 달려가다가 부딪혀 넘어지기도 하고 공을 찾느라 멀뚱멀뚱 서 있기도 한다. 반면 비전중심 시스템은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가능한 반면 정밀한 영상처리 시스템과 연산장치, 초고속 무선통신망 등을 필요로 한다. 비전중심 시스템은 상대팀의 특성 및 경기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대한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 반복된 학습과정이 필요하고 다양한 지능제어이론이 효율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사용자는 전원을 켜고 시작과 멈춤, 재시작 명령을 내릴 뿐이고 모든 행동은 컴퓨터와 로봇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비전인식 시스템 또한 축구 로봇의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다. 카메라로 읽어들인 2차원 영상을 통해 컴퓨터는 실시간으로 공과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고 16msec 안에 전략을 산출하고 명령을 내려야 한다. 어설프게 제작한 로봇 축구 시스템은 상대편 로봇을 공으로 착각해 슛을 시도하거나 공을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한다. 로봇 축구는 단일작업을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다개체 시스템’을 활용한다. 다양한 상황에 따라 각각의 개체들이 독자적인 행동을 하면서 동시에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동작 메커니즘이 필요한 것이다. 개체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목적에 맞게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 퍼지이론, 신경회로망, 진화연산 등의 다양한 기법들이 적용된다. 로봇 축구의 시스템은 산업전반에 다양한 용도로 변형·활용될 수 있다. 간단한 장난감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축구 로봇은 로봇 산업의 핵심기술을 총망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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