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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B2B를 하려거든 MRO부터
[포커스] B2B를 하려거든 MRO부터
  • 임채훈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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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유일한 가시적 성과 돋보여, 관련업체들도 속속 가세
한빛은행 업무지원팀의 김대년 차장은 최근 회사경비절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위에서는 ‘당장 경비절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호통을 쳐대지, 마음에 들 만한 해결책은 쉽게 떠오르지 않지, 그저 ‘재생용지 사용해라, 볼펜 한자루라도 아껴라’며 괜히 직원들에게 잔소리해대는 것밖에는 달리 해볼 도리가 없었다.
“수익을 내는 전자상거래 분야” 꼽혀 처음엔 회사의 물품 구매비용을 줄여보겠다고 시장조사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금방 손을 들고 말았다.
회사에서 1년간 구입하는 품목이 무려 3천여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물품 구매비용을 줄이려다 시장조사 비용이 더 들어갈 것 같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이 복사용지, 볼펜, 비디오테이프처럼 기업소모성 자재(MRO, Maintenance, Repair, Operation)를 취급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열었다는 말을 들었다.
역경매방식을 통해 시중보다 싼 값의 물품을 살 수 있다는 제안에 솔깃했지만 가격절감 효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일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기존 거래선을 바꾼다는 것은 사실 모험이었다.
김 차장은 일단 몇가지만 시험삼아 해보기로 했다.
은행 폐쇄회로카메라에 들어가는 비디오테이프, 고객순번대기 용지, 전산용지, 복사용지, 레이저프린터의 토너 등 5개 품목을 옥션의 B2B 마켓플레이스에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고객순번용지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샀다면 5천묶음에 1300만원이 들었지만 옥션의 역경매 방식을 통해 1천만원에 샀다.
23%나 싼 값이었다.
폐쇄회로카메라용 테이프의 경우도 3200만원에 2만개를 사서 오프라인에서보다 1400만원 싼 값에 산 셈이 됐다.
30%나 아낀 것이다.
한달간의 경매가 끝나고 최종 계산서를 두드려 보니 모두 5개 품목에서 18%나 경비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이라면 1년에 1억6천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왔다.
김 차장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사는 물품 수를 차츰 늘려갈 생각이다.
이처럼 인터넷 B2B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기업소모성 자재를 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빛은행 제일은행 아시아나항공 등 민간기업들은 물론, 일부 중앙부처도 인터넷 마켓플레이스에서 기업소모성 자재를 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러 공급자들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가격인하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옥션만 보더라도 지난 6월 MRO 분야의 마켓플레이스를 연 지 한달 만에 거래액이 10억5천만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산자부 한 관계자도 조사분석이 완결되지 않았음을 전제로 “지난 11일까지 조사한 결과 국내 B2B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100여개 업체 가운데 실거래액이 있었던 곳은 25개에 지나지 않으며 그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더 적은 수”라며 “수익을 낸 곳은 MR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한 기업들은 벌써 기업소모성 자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마켓플레이스를 앞다투어 열고 있다.
MRO 관련 마켓플레이스 개설 줄이어 올해 상반기에 MRO 분야 마켓플레이스를 연 기업은 지난 3월 데이콤의 비즈클릭 www.BizClick.net을 시작으로, 한솔CSN의 B2B클럽 www.btobclub.com, 엘지마트의 기업운영자원 쇼핑몰 orm.lgmart.co.kr, 인더스트레이더의 MRO쇼핑몰 www.indusmro.com, 옥션의 B2B옥션 www.b2baucion.co.kr 등이다.
또 아직 거래를 하지 않고 있지만 곧 운영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곳만 세군데다.
지난 5월 현대 한진그룹 포항제철 한국통신이 공동으로 MRO 전자상거래 합작회사를 세우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7월엔 산업기자재 분야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파텍21 www.partec21.co.kr이 사무용품 판매업체인 아이피스 www.iffice.co.kr와 함께 MRO 전문 마켓플레이스를 열기로 합의했다.
또 전자상거래 구축회사인 파이언소프트 www.pionsoft.com도 디지틀조선 등과 함께 MRO 마켓플레이스인 비즈조선넷 www.bizchosun.net을 개설하겠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최근 갑자기 MRO 분야 마켓플레이스가 뜨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그 이유를 크게 세가지로 꼽고 있다.
첫째는 강한 구매력이다.
파이언소프트 직원 한인숙씨는 “MRO 분야의 상품 가격은 사실 오프라인의 복잡한 거래망과 업체간 이해관계가 얽혀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져 있다”며 “반면 온라인에서 경매 방식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면 거래 과정이 투명해져 가격절감 효과가 그 어떤 상품보다 크다”고 말한다.
이는 지금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MRO 상품 가격을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옥션의 이홍찬 이사는 “현재 옥션에서 역경매 방식을 통해 MRO 제품을 구입하는 한빛은행의 경우 약 22%의 원가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가격인하 효과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인력 등의 개선을 통한 구매과정 혁신 효과도 있다.
비즈클릭 직원 정유선씨는 “산동회계법인의 조사에 따르면 약 54.3%의 업무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둘째는 MRO의 시장 규모다.
현대 한진 포철 한통의 경우 “4개 업체에서 쓰는 MRO 제품 가운데 약 50%만 온라인에서 거래해도 1년에 1조 이상 액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국통신의 임근찬 인터넷사업단 기업거래사업부장은 설명한다.
기업에서 흔히 쓰는 볼펜, 복사용지, 프린터 토너 등은 사실 그 수요가 엄청나 제대로 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다.
일부에선 국내 MRO 시장이 연간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현재 MRO 마켓플레이스에서는 거래액에 따라 약 2~4%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 경우 1년 동안 발생하는 수수료만 최고 2조원 가량 되는 규모다.
"오프라인 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셋째는 B2B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단계다.
파텍21의 홍보담당 김남철씨는 “사실 MRO 분야는 제품이 규격화돼 있어 다른 어떤 물품보다 B2B에 가장 적합하다”며 “하지만 이 분야가 지금 뜨는 이유는 장기적으로는 B2B 시장에 적응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업체를 입점시켜 더 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옥션의 이 이사도 “MRO 분야를 먼저 시작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실 철강을 비롯한 다른 분야는 그 규모나 거래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MRO 분야의 경험을 살려 장기적으로는 다른 분야의 B2B 마켓플레이스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MRO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수익이 적어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자재공급 시장의 유통구조가 워낙 복잡해 B2B로 거래할 때 가격인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이도 있다.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가격이 떨어지면 오프라인에서도 가격이 뒤따라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온라인 거래가 지금처럼 큰 인기를 끌 이유는 없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MRO 열풍은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보여온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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