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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개인정보 관리 진작 했어야지
[포커스] 개인정보 관리 진작 했어야지
  • 김상범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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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을 막는 뜻밖의 암초, 정보보호 마인드와 애매한 법규정 새로운 유망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DB마케팅 전문회사들이 남 몰래 애를 태우고 있다.
DB마케팅은 다른 회사의 고객정보를 받아다 이를 분석해 유용한 마케팅 정보로 재가공해주는 서비스. 이른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 서비스인 셈이다.
CRM이야 온라인 오프라인 기업을 막론하고 올 한해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만큼 DB마케팅 비즈니스가 유망사업으로 비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사업시작과 함께 이들은 고민에 빠져야 했다.
아! 개인정보 보호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 DB마케팅 사업자들의 속앓이는 바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에서 비롯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고객정보를 가져다 분석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용자의 동의를 구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법률의 제16조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제공받는 자, 제공 목적 및 제공할 정보의 내용’을 명시해 이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DB마케팅 회사를 명시해 회원등록을 받은 기업이 몇이나 되겠는가. 지난 3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출범한 한글과컴퓨터의 DB마케팅 사이트 ‘예카’(YECA)가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한 데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이런 현실적 제약이 한몫했다.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 사장도 “타사의 DB를 건드릴 수 없게 돼 있는 현행 법규가 예카 사업의 걸림돌”이라고 고백한다.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예카는 현재 한글과컴퓨터 가족사인 네띠앙, 하늘사랑 등의 회원들로부터 재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그만큼 예카 사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마케팅 전문업체인 디비아이텍과 한국정보통신이 합작한 DB마케팅 전문회사 이지캐시 역시 개인정보 보호에 속을 끓이고 있다.
이 회사 이정직 팀장은 “현재 고문변호사와 함께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그리는 데 애를 쓰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모든 기업에 해당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DB마케팅 회사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자사 고객의 개인정보라도 이를 분석해 마케팅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회원등록시 명확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작업에 신경을 써왔을 리 없다.
한글과컴퓨터 예카 사업부의 유영일 이사는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금문제가 아니라 고객 DB 관리문제”라며 “예카뿐만 아니라 국내 온라인 오프라인 기업들 모두가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소홀했던 기업들이 자초한 면이 많지만 현행 법률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 사장은 “본인임이 확인되지 않는 정보에 대해서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지만 그것도 사실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지캐시 이정직 팀장도 “법 조항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유권해석의 여지가 상존한다”며 “기업들이 이에 대처하려 해도 과연 합법인지 불법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보보호가 먼저일까 정보유통이 먼저일까. 고려대 이경전 교수는 “인터넷 하면 정보보호만 주장하는데 사실 인터넷이 경제적 의미를 가지려면 정보유통이 원활해야 한다”며 “고객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고객정보를 어떻게 하면 적법하게 유통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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