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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탐방] 씨그마테크
[벤처탐방] 씨그마테크
  • 임채훈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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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마일리지 서비스 ‘엔포인트’, 화려한 신고식…올 매출 30억원 목표, 해외진출 채비도 마쳐
세상은 돌고 도는 걸까. 60, 70년대 달동네 주택의 지붕으로 쓰이던 함석판이 최첨단 사이버 세상의 상징으로 다시 등장하다니. 전자결제시스템 개발회사인 씨그마테크에 들어선 순간 은빛 함석판으로 치장된 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조명의 차가움까지 더해져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기술로 씨뿌리고 기술로 꽃피운다 “최저 비용으로 최고 효과를 내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 장철웅 사장의 말이다.
정말 벽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70년대 사용하던 함석판 그대로다.
함석판들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작은 나사로 얼기설기 엮여 있다.
조명기구도 가정집에서 흔히 쓰는 형광등이고, 벽에 붙어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보조기구는 얼굴에 쓰는 용접용 마스크와 빗물을 받을 때 사용했음직한 플라스틱 통이다.
“특이한 인테리어로 여러번 방송도 탔어요. 그런데 정작 저희가 가진 기술은 하나도 소개되지 않더군요.” 또 인테리어 얘기냐는 듯 푸념이 섞인다.
장 사장도 이력만 보면 사무실의 화려한 모양새와 닮았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남부럽지 않은 곳에서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전혀 알아주는 기색이 없었다.
회사 장래를 논의하는 자리에는 끼지도 못했다.
언제나 뒷전이었다.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자신이 꼭두각시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마침내 ‘서러운’ 서른살을 앞두고 인생을 다시 설계하기로 마음먹었다.
창업을 결심하고 남몰래 경영자로 크기 위한 준비를 했다.
경영정보학 박사과정에 등록한 것만으로는 성이 안 차 아예 회사를 때려치웠다.
대기업에 잠시 머물다 마침내 지난 98년 씨그마테크를 세웠다.
씨그마테크는 처음부터 돈되는 사업을 좇지 않았다.
기술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창업 이듬해에 충남대 소프트웨어 교수팀과 전자화폐 응용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사업에 착수했고, 산업자원부의 ‘IC카드 기반의 전자화폐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내친 김에 한국과학기술원의 첨단기술산업화센터에 연구소도 마련했다.
기술개발이 끝날 때까지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언젠가는 그 기술이 꽃을 피우리라고 믿었다.
통합마일리지 서비스로 도전장 지난해 12월 씨그마테크의 이름을 걸고 서비스 하나를 세상에 내놨다.
통합마일리지 서비스 엔포인트 www.npoint.co.kr가 탄생한 것이다.
특정 사이트에서만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다른 사이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범위를 넓혀주는 서비스다.
씨그마테크의 지난해 매출은 고작 3억5천만원. 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실망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본격적인 사업은 올해부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합마일리지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올 들어 미국의 마이포인트, 빈즈, 싱가포르의 서프골드 등 쟁쟁한 해외업체들까지 밀려들어왔다.
서비스를 개시한 시점에 만만찮은 경쟁자들이 등장해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들에 맞서 토종의 자존심을 살려야 하는 씨그마테크의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10배나 많은 30억원이다.
그동안 쌓은 기술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호기를 부리는 것만은 아니다.
올 상반기에만 국내 39개 업체와 제휴를 맺는 등 출발이 순조로운 편이다.
내친 김에 해외까지 넘보자는 욕심도 생겼다.
지난 6월 3억원을 투자해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장 사장은 “지난 5월 현재 NTT도코모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아이모드를 이용하는 일본인이 1천만명을 넘어선 것을 고려할 때 30억이라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라고 자신한다.
장 사장은 중국 시장도 공략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씨그마테크는 지난해 삼성벤처투자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았다.
현재 자본금 25억원. 이 정도면 아직까지 별 걱정은 없지만 요즘같이 냉랭한 투자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까 내심 불안하다.
”저희도 솔직히 요즘은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장기 계획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거들떠볼 생각도 안 하니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토요일 점심은 직원들과” 장 사장은 혼자 고민하지 않는다.
흔히 최고경영자(CEO)는 외롭다고들 하지만 어느새 40여명으로 불어난 직원들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토요일에는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직원들과 자유롭게 토의하고, 기업이 당면한 문제,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사장이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지 않아서 생기는 폐혜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식사시간이 때로는 토의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밥풀 튀기며 이야기하다 보면 가족보다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 이것이 씨그마테크의 가장 큰 힘이자 무기가 아닐까.
전자지갑에 사이버 화폐 챙겨두세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포인트(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곳은 많다.
하지만 포인트를 적립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만들려면 하루종일 컴퓨터에 붙어앉아 설문조사나 이벤트에 참여해야 한다.
게다가 특정 사이트에서 얻은 포인트는 그곳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얻은 포인트를 저기서도 사용할 수 없을까.’ 엔포인트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여성화장품 전문 사이트인 코스메틱랜드와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 영화전문 사이트 마구리, 도서전문 사이트 북토피아 등 39개 업체가 씨그마테크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 사이트의 이용자들은 이제 어느 곳에서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또 사용할 수도 있다.
사이트 입장에서는 다른 사이트의 회원들도 자신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셈이다.
씨그마테크는 이러한 포인트 공유 서비스를 거쳐 장기적으로는 전자결제, 전자화폐 분야로까지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금도 엔포인트에서는 회원들에게 전자지갑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엔포인트 회원들은 각 사이트에서 얻은 포인트를 전자지갑 ‘엔월렛’(nWallet)에 저장해두고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 인증, 포인트 관리, 신용카드 결제는 물론 개인정보 유출에 대비한 보안 기능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씨그마테크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포인트에 실제 현금가치를 부여해 사이버상의 화폐로 유통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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