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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내 사전에 2위는 없다
[포커스] 내 사전에 2위는 없다
  • 최종연(아더앤더슨코리아 )
  • 승인 2000.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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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한국통신, IMT-2000 사업자 낙점…통신시장 2강체제 압축될 듯
흙먼지를 날리며 진검승부를 벌여온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이 12월15일 마무리됐다.
비동기식으로 사업권을 신청한 3개 업체 가운데 LG텔레콤이 낙마하고,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최종 승자가 됐다.
유일하게 동기식으로 지원한 하나로통신은 기본점수에 미치지 못해 탈락했다.
정부는 내년 1월 자리가 비어 있는 동기식 방식의 사업권 신청을 다시 받겠다고 하지만 큰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IMT-2000 사업자 선정이 휴대전화 시장과 통신산업 전체에 어떤 파장을 그릴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IMT-2000 사업자 선정은 국내 통신시장의 세력뿐 아니라 재계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정보통신부는 IMT-2000 사업자 수를 3개로 제한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 시장의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게다가 표준선택에서 ‘2비1동’(1개 사업자 동기식 의무화)으로 사업자 수를 제한함에 따라 앞으로 재계 판도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로 지금까지 통신 서비스 시장은 정부의 2차 구조조정 방향에 따라 서비스별로 3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구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IMT-2000 사업자 선정에 따라 이러한 경쟁구도가 깨어질 가능성이 높다.
IMT-2000은 사업성격상 유선, 무선, 인터넷 분야의 역량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경쟁에서는 한 사업자가 3개 사업영역에서 얼마나 균형있는 역량, 즉 범위의 경제를 잘 갖출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잣대로 등장할 것이다.
IMT-2000 사업의 특성상 제일 먼저 예상되는 상황은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직접 경쟁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유선·무선 인프라를 모두 갖고 있는 유일한 사업자인 한국통신의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파워콤을 인수하기 위한 SK텔레콤의 강한 의지에서 잘 나타난다.
IMT-2000 사업은 유선·무선 서비스 사이에 기본 호환이 가능할 정도의 데이터 전송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유무선 분야의 균형있는 발전이 전제돼야 한다.
파워콤은 한국통신을 빼고 일반가입자 선로를 모두 갖춘 유일한 전국망이다.
SK텔레콤에게는 가장 매력 있는 인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LG텔레콤도 LG그룹 차원에서 데이콤을 통해 시외전화, 국제전화, 온라인, 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유선사업자의 핵심 능력인 가입자망을 보유하지 못한 까닭에 파워콤 인수를 핵심 전략과제로 삼았다.
이른바 번들링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유선 인프라를 갖춘 회사가 똑같은 인프라를 통해 충분히 가능한 시내, 시외, 국제, 인터넷 서비스 등의 제공을 미룰 이유가 없다.
SK텔레콤이 성공적으로 파워콤을 인수할 경우 번들링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SK텔레콤은 유선 가입자 유치를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셀룰러 가입자 기반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한국통신도 이에 질세라 유선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선과 유선 서비스를 강하게 연계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이 IMT-2000 사업권 신청을 한통프리텔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고, 한국통신 본사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이러한 대결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번들링 서비스 가능성 높다 번들링 문제는 공정경쟁 차원에서 유럽 등에서도 논란이 많지만 제한적 서비스는 이미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회사가 여러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개인별로 요금을 부과하는 번들링 서비스가 확산될 여지가 있다.
우선 소비자 관점에서 이익이다.
통신비 할인프로그램(예를 들면 한국통신 PCS 서비스와 초고속망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10% 할인요금을 적용하는 방식), 패키지 서비스의 구매를 통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루슨트테크놀로지는 장기적으로 번들링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데이터가 중요해지면서 무선,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자간 경쟁이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텔레콤은 이번 비동기식 사업자 선정에서 자금과 가입자 우위의 SK텔레콤, 유선 강자인 한국통신에 고배를 마셨다.
LG는 동기식 사업권 획득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럴 경우 동기식 추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기존 휴대전화 시장에서 입지가 더 좁아질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대주주인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이 과도한 3세대 주파수 경매비용 등으로 해외투자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LG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은 서비스 업체는 물론 관련 산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통신장비 사업자의 사업구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대세로 이끌고, 이에 따른 국내 수요를 노린 삼성전자는 LG텔레콤의 동기식 진출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LG텔레콤이 LG전자 장비를 우선적으로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어쩔 수 없이 비동기식 IMT-2000 시스템에 상당히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단말기업체 큰 기대 IMT-2000 사업은 무선콘텐츠 업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IMT-2000 표준방식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유선, 무선, 인터넷간의 콘텐츠 호환성이다.
이 때문에 IMT-2000 서비스 도입에 따라 콘텐츠 확보 능력 등이 서비스 사업자에게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이는 무선인터넷 분야의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더욱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커다란 변화가 예측되는 분야는 단말기 시장이다.
IMT-2000을 통한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포스트 PC시대가 급속히 진전될 수 있다.
이동 중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PDA, 대용량 무선 모뎀 등도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이처럼 IMT-2000 사업자 선정은 우리나라 통신산업, 재계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IMT-2000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역학 변화 시기에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다가선다.
새로운 변화가 주는 기회를 잡는 이들은 산업변화의 큰 그림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이다.
미래의 큰 기회를 포착하는 새로운 기업들의 부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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