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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심스밸리
[기업공개] 심스밸리
  • 이원재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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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테이프여 안녕!

디지털 음성녹음기 ‘보이스펜’ 국내 선두주자…어학용 신제품 준비중
거실에 놓여 있던 턴테이블이 콤팩트디스크(CD) 플레이어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비싸다’ ‘음질이 LP보다 운치없다’ 심지어는 ‘멋없게 생겼다’는 등 갖가지 볼멘소리를 들었던 CD는 대중화한 지 5~6년 만에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조차 레코드판(LP)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LP는 이제 전국에 몇군데 남지 않은 골동품 가게형(?) 음반점에 가야만 찾아볼 수 있는 신세가 됐다.

처음 디지털 음성녹음기(DVR)가 나왔을 때도 역시 사람들은 ‘비싸다’ ‘디지털음은 쇳소리가 난다’ ‘못생기고 무겁다’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97년 전세계적으로 22만대였던 연간 생산대수가 98년 67만대, 99년 1080만대로 폭증했고, 이제는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하는 소형 녹음기 자리까지 넘보는 위치로 올라섰다.
심스밸리는 디지털 음성녹음기 ‘보이스 펜’을 개발해 판매하면서 국내에서는 시장지배적 위치에 올라 있는 기업이다.
현재는 단순한 녹음기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만,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어학공부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기능을 덧붙인 제품을 내년 2월께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일본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음성엽서’에 들어가는 디지털 보이스 카드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자기 테이프는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디지털 음성녹음기가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이 심스밸리의 전망이다.
심용태 대표는 “디지털 음성 분야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아성을 뚫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공개포인트1-시장선점 효과 국내 시장점유율 77% 지난해 국내 디지털 음성녹음기 분야에서는 심스밸리의 제품이 77%를 차지한 것으로 현대증권은 추정했다.
    LG전자가 8%, 일본 제품 및 기타가 15%였다.
    이만큼도 독점적인 위치인데, 올해의 경우 LG쪽이 이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심스밸리의 시장점유율은 이보다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심윤태 사장(46)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디지털 보이스 레코더=보이스 펜’이라는 등식이 서 있을 정도로 브랜드 파워를 키웠다”라며 “미원이 ‘조미료=미원’이라는 인식을 심어 후발업체들이 끝까지 넘볼 수 없었던 것처럼 심스밸리도 1등 사업자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스밸리가 ‘보이스 펜’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음성녹음기를 시장에 처음 내놓은 것이 98년 11월인데, 이는 디지털 음성녹음기가 일반인에게 팔리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런 시장선점 효과로 심스밸리는 99년에 99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2.5배 이상 성장한 265억1600만원, 2001년에는 454억1100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순이익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99년 90억4천만원에서 올해 202억1천만원으로, 2001년에는 31억320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순이익의 성장속도는 매출액에 견줘 조금 떨어지는데, 회사쪽은 이를 ‘신규사업을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를 크게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공개포인트2-시장전망 어학학습인구를 노린다 심스밸리 성장성의 관건은 무엇보다 ‘새로운 시장을 얼마나 개척하느냐’이다.
    현재 심스밸리의 주력제품인 보이스 펜은 원래 음성메모, 회의기록, 인터뷰 녹음, 스케줄 관리 등 비즈니스맨을 위한 제품으로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심스밸리는 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반복어학 청취, 학습내용 녹음 등의 기능을 덧붙여 어학학습에도 이용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중이다.
    심 사장은 “어학학습에서 기존 카세트 녹음기를 밀어내려면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의 녹음이나 재생속도 조절 등 아직 없는 부가기능이 필요하다”며 “2001년 2월까지 어학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새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니치가 올해 내놓은 ‘전자기기 생산예측’ 자료를 보면, 98년 세계 디지털 음성녹음기 생산량은 모두 67만대였는데, 99년에는 108만대, 올해에는 145만대로 늘었다.
    2001년에는 168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심스밸리는 세계 시장 점유율 15%대를 계속 유지하면서, 99년 15만대이던 생산량을 올해 21만대, 2001년 32만대로 점점 늘려갈 계획이다.
  • 공개포인트3-조직 굴뚝없는 삼성전자 분사기업 심스밸리에는 굴뚝이 없다.
    생산은 완전히 아웃소싱하고, 연구개발과 마케팅만 맡는다.
    따라서 조직이 가볍다.
    이런 조직형태는 심스밸리가 지난 98년 11월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회사는 원래 삼성전자의 디지털보이스레코더 사업팀이었다.
    그런데 IMF를 맞아 매출액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형’ 제품으로 분류되면서 분사 대상이 됐다.
    이미 하청생산을 하고 있던 제품이었으므로, 분사 뒤에도 아웃소싱 체제를 이어가게 됐던 것이다.
    당시 사업팀장이었던 심용태 사장을 비롯한 팀원 8명은 우선 ‘삼성전자’ 브랜드 사용권을 사들였다.
    지금도 심스밸리 제품의 대부분은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얼핏 보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거꾸로 삼성전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고 상표를 사들여 사용하는 셈이다.
    외주비용은 수출용의 경우 제작비의 12~15%, 국내판매용은 20% 정도를 지불하고 여기에 제품제작 금형비용을 추가로 내고 있다.
  • 공개포인트4-투자위험 MP3시장 경쟁심화 심스밸리는 지난 6월 MP3 플레이어를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MP3 생산업체가 난립해 덤핑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MP3를 개발했다는 회사는 100여개, 생산을 실제로 하고 있는 회사만도 20개나 된다.
    결국 MP3 부문은 당장 매출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심 사장도 “MP3 분야에서는 당분간 기술개발에만 매진하고, 마케팅을 통한 매출경쟁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걱정거리는 세력이 축소되고 있는 ‘워크맨’의 영역을 놓고 디지털 음성녹음기와 MP3 플레이어가 벌이는 경쟁에서 결국 MP3 플레이어쪽이 승리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벌써 MP3 플레이어는 보이스펜과 같은 음성녹음기능을 장착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심스밸리쪽은 이에 “기본적으로 음악을 위한 제품이라 음질을 중요시하는 MP3와, 어학시장 등을 노리고 음성녹취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디지털 음성녹음기는 시장이 다르다”는 논리로 대응한다.
    “2~3년 만에 카세트 테이프는 사라진다”” 심윤태 대표이사의 전망 “IMF가 내겐 오히려 기회였다. 삼성전자의 조직감축 일환으로 보이스펜 사업팀이 분사되면서 팀장에서 사장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을 떠올렸다.” “보이스펜은 이미 93년부터 삼성전자 연구개발조직에서 검토했던 사업인데, 분사할 때만 해도 시장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역전됐다. 이제 2~3년 뒤면 현재의 릴형 카세트 테이프는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그 자리를 디지털 음성녹음기가 치고들어간다.” “한번 시장을 형성하면 10여년은 유지한다.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디지털 보이스 레코더 시장도 일단 카세트 테이프를 몰아낸 뒤 시장을 만들어내고 나면 최소한 6~7년은 지위를 유지하리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심스밸리는 오디오를 기본으로 하고, 비디오와 통신 등과 결합해 사업의 외연을 넓혀갈 계획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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