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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똑’소리나는 검색엔진 없나
[비즈니스] ‘똑’소리나는 검색엔진 없나
  • 박진영 라이코스코리아
  • 승인 2001.08.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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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결과에 네티즌 불만 높아… 전문 에디터의 지속적 업데이트 절실 “상위 3개 검색결과가 검색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한다.
” 미국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전문 컨설팅 업체인 팀인터페이스가 발표한 ‘유용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가운데 한 문구다.
이는 필자가 미국 라이코스의 검색엔진을 국내에 가져와 검색 디렉터리를 구축하고 라이코스코리아의 검색 서비스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담당해오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과 일치한다.
검색 서비스의 역사는 곧 인터넷의 역사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검색과 함께 인터넷에 익숙해져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세대 검색엔진으로 불리는 ‘디렉터리 서비스’가 가장 먼저 검색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이것은 사람 손으로 분류체계를 만든 뒤 그 체계에 맞게 사이트들의 주소를 정리해놓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사이트로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한 방법이었다.
검색으로 인터넷 세계의 강자로 자리잡은 야후의 검색 서비스가 디렉터리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이 서비스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웹사이트들을 모두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보처리 속도가 월등히 빠른 ‘웹스파이더’처럼 단지 웹사이트 주소가 아니라 웹에 있는 모든 페이지 내용을 수집해서 미리 저장해놓고 그 안에서 검색결과를 찾아주는 2세대 전문 검색엔진, 이른바 웹페이지 검색이 등장했다.
라이코스와 알타비스타가 바로 이런 형태였다.
오늘날 서비스하고 있는 대부분의 검색 서비스들은 1세대와 2세대 검색엔진의 장점을 모두 취해, 디렉터리 서비스와 웹페이지 검색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여전히 검색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왜 ‘친구’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내가 알고 싶은 영화 <친구>의 출연진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는 ‘친구’에 대한 사전상의 의미를 알려주는가?” 검색 서비스 업체들은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검색엔진을 개선하는 등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인터넷 이용자들로부터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는 높기만 하다.
이런 괴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들이 검색을 통해 찾고 싶은 정보가 단지 관련 단어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기계가 긁어오는 방대한 양의 웹페이지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분류해놓은 분류체계도 이용자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검색 서비스가 한번에 긁어오는 웹페이지 양이나, 해당 디렉터리에 등록된 사이트 수를 의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 초기에는 이용자들도 인터넷으로 연결된 웹상의 어딘가에 자신이 찾는 정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
하지만 이제 검색 서비스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단 한번의 클릭’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신속히 얻기를 원할 뿐이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나와 상관없는 웹페이지들을 보려 하지 않는다.
단 한번의 키워드 입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쪽집게처럼 찾아 모아오는 ‘웹콘텐츠로의 안내기능’을 바란다는 것이다.
상위 3개 검색결과가 검색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검색 서비스 이용자들은 대부분 상위 3개 정도의 검색결과만을 보는 경향이 있다.
상위 3개 안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 그 검색 서비스의 질을 판단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색 서비스의 과제는 어떤 검색결과를 상위로 올려야 하는가에 있다.
이런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이용자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검색어를 입력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불가능해 보이는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검색 서비스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검색어는 의외로 매우 제한적이다.
이용자들이 검색 서비스에서 엄청나게 다양하고 정교한 검색어를 구사하면서 정보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는 라이코스 자체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몇년간 라이코스 검색 서비스 이용자들의 행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1만개 정도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두 단어 이상이 조합된 검색어를 입력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용자들은 극히 보편적인 수준의 검색어를 사용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런 보편적인 검색어가 시대나 유행에 따라 갖게 되는 특별한 의미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최근 인기를 끈 <친구>라는 영화를 생각하면서, 그저 ‘친구’라는 매우 보편적인 검색어를 입력한다.
검색 서비스가 당연히 자신의 그런 속마음을 알아차려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검색 서비스가 ‘친구’의 사전적 의미나, 유명하지도 않은 시인이 쓴 <친구>라는 제목의 시 따위를 검색결과로 내놓으면 실망하게 된다.
그러나 검색 소프트웨어가 이용자의 속 마음을 읽어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것은 전문 웹에디터들의 끊임없는 모니터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전문 검색 서비스 회사에서는 전문 웹에디터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웹에디터들은 ‘예술&엔터테인먼트’, ‘뉴스&미디어’ 등 전문분야를 나눠 맡고, 각자 맡은 영역에서 자주 입력되는 주요 검색어와 그 순위변동의 추이, 새롭게 부상하는 검색어 등을 매일매일 분석하고, 그 검색어와 관련된 이슈들을 뽑아내는 작업을 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영역과 관련된 신문, 잡지,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웹서핑을 해 사람들이 그날그날 가장 관심을 갖는 이슈들을 검색결과에 나타나도록 지속적인 업데이트 작업을 한다.
앞으로 검색엔진이 아무리 더 발전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이들 전문 에디터의 손을 빌려야만 한다.
인터넷 인구 1500만 시대. 이제 이용자들은 내가 원하는 ‘친구’가 무엇인지 척척 알아주는 똑똑한 검색 서비스를 원한다.
다시 말해, 지금의 네티즌은 전문 웹에디터의 손으로 다듬어진 웹콘텐츠로 안내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차세대 검색 서비스 경쟁 ‘후끈’
검색 서비스의 질 향상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국내 검색 서비스들도 검색엔진을 교체하는 등 새 단장을 마쳤다.
개편된 검색 서비스들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들을 더욱 빠르게 파악하고, 그 결과를 찾아 가장 위쪽에 보여줌으로써 ‘이용자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링크된 웹사이트 수가 많은 사이트일수록 우선적인 검색결과 순위를 부여하는 미국의 검색 사이트 구글 www.google.com의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네이버 www.naver.com는 이용자로부터 검색어를 입력받으면 질문을 통해 이용자의 검색의도를 파악한 뒤 검색결과를 제공하는 ‘넥서치’를 선보이면서 검색 서비스에 변화의 불씨를 던졌다.
네이버는 이어 올해 4월 웹페이지의 인기도를 반영한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넥서치시그마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사이트들이 링크를 많이 걸어놓은 순서대로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엠파스 www.empas.com는 6월 말에 ‘엠파스XP’를 선보였다.
검색속도를 향상시키고 형태소 분석을 세밀하게 해 검색의 질을 높인 것 외에 ‘족집게 기능’을 통해 이용자가 가장 원하는 결과를 검색엔진이 판단해 결과 상단에 그것을 먼저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에 MSN www.msn.co.kr도 새로운 검색 서비스 ‘아고스’를 개시했다.
아고스도 검색어에 담긴 이용자의 요구를 분석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예측 가능한 검색어들을 미리 준비해놓았기 때문에, 영어나 유사어를 입력하거나 키보드 자판의 ‘한/영’ 변환키를 잘못 눌렀을 때에도 이용자의 의도에 맞는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글자판으로 ‘영화’를 쳐넣어야 하는데 잘못해서 영문자판 상태에서 ‘dudghk’로 잘못 입력해도 ‘영화’라고 입력한 것으로 알아듣고 영화 관련 사이트들을 검색결과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www.daum.net도 7월 말 미국의 잉크토미 검색엔진을 도입해 검색 서비스를 개편했다.
다음의 새로운 검색 서비스 ‘쿠치’는 이용자가 스스로 검색환경을 설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미지, MP3,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까지 포함해 검색을 할 것인지, 기업정보에 초점을 두어 검색을 할 것인지, 기본적인 검색대상에서만 검색을 할 것인지 등을 이용자에게 선택하도록 해, 필요없는 정보를 먼저 걸러낸다.
쿠치는 네티즌이 가장 많이 클릭한 웹페이지, 다른 사이트에 링크된 횟수가 높은 사이트, 웹페이지의 본문과 제목에서 검색어가 많이 반복돼 있는 것에 우선순위를 준다.
라이코스www.lycos.co.kr 도 사이트 개편과 함께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주요 검색어에 대해서는 웹에디터들이 선정한 콘텐츠를 별도로 제공하는 ‘웹콘텐츠’ 서비스가 특징이다.
‘god’ 라는 검색어를 입력했을때 god 팬클럽 홈페이지뿐 아니라 ‘god의 육아일기 중 재민이의 이별장면’ 등 가수 god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따로 모아준다.
야후코리아 www.yahoo.co.kr도 8월 초 검색결과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검색결과 순위 기준을 재정비했다.
검색어를 사이트 안에 얼마나 많이 포함하고 있는가에 따라 순위를 계산하던 기존의 결과 정렬방식에 사이트의 인기도를 추가로 반영했다.
이 역시 다른 사이트들이 얼마나 많이 링크돼 있는가를 감안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김윤지 기자 yzkim@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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