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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노근창
[나는프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노근창
  • 이경숙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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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진품명품 가리는 가치 감별사
마크 모비우스. 미국 템플턴펀드 신흥시장 전문가. 2000년 3월29일 그는 “인터넷 업계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주가폭락의 전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나스닥주가는 3.9%인 189포인트나 폭락했다.


메리 미커. 미국 모건스탠리의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분야 분석가. 93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던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성장성을 예견했다.
99년 그는 1500만달러, 우리돈으로 170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애널리스트로선 사상 최고의 액수다.


국회,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 방송사 등 우리나라 정치, 경제,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밀집지역인 여의도.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현대, 대우, SK, 신영 등 굵직한 증권사들이 포진해 있다.


매일 아침 그곳에는 제2의 모비우스, 미커를 꿈꾸는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모여든다.
올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하게 높은 증권사 빌딩 숲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갈까.
분석 적중 여부에 따라 엇갈리는 희비 “내가 그렇게 힘들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추천한 종목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실적 추정을 하면서 너무 공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어쨌든 나를 믿고 주식을 매수한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쉴새없이 울려대는 전화가 두렵기까지 하구나. 안일함과 과신으로 정확한 분석에 실패했다는 점이 정말 괴롭다.
” 신영증권 코스닥팀 노근창(31) 팀장의 메모장에 적힌 내용이다.
지난 5월 ‘코스닥 이동통신 단말기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텔슨전자, 세원텔레콤을 확신을 갖고 의욕적으로 추천했는데 단말기 보조금 폐지 정책이 발표됐다.
관련주들은 급락했다.
펀드매니저와 동료 애널리스트들이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을 정도로 정확한 예측력을 가진 그였지만 보조금 완전폐지는 예견하지 못한 변수였다.
그는 한동안 자신의 말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에 대해 깊은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시시때때로 울려대는 항의전화는 내면에서 아우성치는 자책의 목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쉬운 직업은 아닙니다.
특히 유명세를 치르고 나면 더욱 힘들어집니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유명해진 이후, 소리도 없이 사라집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펀드매니저에 비해 기업분석을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상대적으로 생명이 길지요. 그러나 한번 신뢰를 잃은 애널리스트는 신뢰 회복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냉정한 세계입니다.
” 그는 명확한 예측을 위해 되도록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펀드매니저나 같은 직종의 애널리스트는 물론, 객장 브로커, 은행과 종금사의 친구들, 하다못해 증시에 관심없는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한다.
또 코스닥시장의 주도주와 모멘텀 변화를 항상 주시한다.
증권거래소처럼 선물, 옵션 등 다양한 변수가 없는 코스닥은 단지 미국 나스닥시장과 거래소의 상관관계, 산업 전반의 사이클을 점검하는 것으로도 상당 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예측은 여전히 어렵다.
산업 변화의 속도와 그것의 증시 반영 속도, 그리고 그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말엔 정보통신 종목들의 거품을 경고했지만 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고 계속 투기적 양상을 보였다.
노 팀장은 답답함을 어찌할 수 없었다.
반면 기업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때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낀다.
지난해 추석연휴께 그는 인천의 비티시정보통신을 다녀와서 보고서 하나를 썼다.
회사 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보고서 발표 후 비티시정보통신의 주가는 10배 가량 뛰었다.
비티시는 덕분에 좋은 가격에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해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면서 고마워했다.
노 팀장은 가슴 가득 뿌듯한 기쁨을 느꼈다.
강자 논리보다 기술력 알아주는 산업사회를 노 팀장이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기간은 사실 1년 반이 채 못된다.
그러나 한화종합금융, 녹십자경영컨설팅에서 기업여신 심사와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했던 것이 기업분석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96년 서울대를 졸업한 경영학도다.
“애널리스트가 되려면요? 하하, 우선 증권사 입사 시험에 붙어야죠. 기자가 되려면 언론사 입사시험에 붙어야 하는 것처럼요.” 애널리스트가 되는 길을 물으니 웃음으로 에눙쳐버린다.
아직까지 그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니, 시황분석가니 하는 말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것 같지 않게 어색한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슬쩍 증권분석사나 CFA(국제재무분석가) 자격증을 따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꿈이 뭐냐고 물으니 노 팀장은 예의 그 쑥스러워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기술주를 정확히 가치평가할 도구를 만드는 거예요. 현재의 ‘DCF 밸류에이션’(현금 흐름으로 적정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은 벤처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정확한 잣대로 평가해야 산업 내에서 정확한 순위를 매길 수 있습니다.
기업이 힘센 자의 논리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크기 위해선 그런 기준이 꼭 필요하죠. 가짜와 진짜를 판별해주는 거예요. 애널리스트는 병아리 감별사 같은 사람들입니다.
” 돈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그이지만 정작 그에게선 돈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의 미래가 메리 미커의 현재보다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추천사이트 추천도서 추천도서 <가치평가론>(경문사), <기업가치평가론>(홍문사), <기업가치평가>(맥켄지보고서) 추천사이트 kosdoctor.co.kr
* 기업분석가의 하루 “일단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해 아침 회의를 합니다.
증시 제반 여건과 해당 기업들의 공시사항, 신문기사들에 대해 토론한 뒤 관심 종목들의 동시호가 상황을 체크하면서 하루를 출발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코스닥 시황에 대한 분석도 하지만 대부분 코스닥 기업 분석쪽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제출해야 할 보고서가 있을 경우엔 대부분 사무실에서 보고서 작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한 기업 탐방에도 많을 시간을 보냅니다.
주로 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의 수준을 꼼꼼히 체크하고 오죠. 장중에는 기자, 펀드매니저,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오기 때문에 전화 응대에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이렇게 저녁 6시까지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녁시간부터는 관련 보고서 작성과 전문서적이나 잡지를 읽으면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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