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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핸드폰 비화
[재미] 핸드폰 비화
  • 오철우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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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는 사랑을 싣고
“친구가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핸드폰 소리를 높이고, 9939~(보라돌이~)#6~(뚜비~)93~(나나~)1~(뽀~)9939~(텔레토비~)##6#~(텔레토비~)를 쳐보라고. 그날 점심시간에 이거 했다가 친구들한테 썰렁하다고 몰매맞을 뻔했다.
그래도 한동안 우리 학교 유행이 됐다!”(yh1120)
“애인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너에게 문자 400개 보낼게. 다 받아라.’ 그리고는 조금 있다가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렸고, 저는 이제 첫번째 메시지가 오나 보다 생각했죠. 그러나 저를 뒤집어지게 만든 그 메시지는 바로…. ‘400.zip’이었습니다.
”(jjs1977)도라지타령에 어깨춤이 절로 ‘손바닥 안의 새로운 세상’ 휴대폰 하나가 우리를 웃고 울리는 세상이다.
휴대폰은 이제 생필품이다.
어딜 가나 휴대폰을 들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학생들은 물론이고, 아저씨·아줌마들도 모였다 하면 휴대폰에 얽힌 얘깃거리 하나씩은 풀어놓는 게 요즘 풍경이다.
휴대폰에 얽힌 사연을 나우누리 유·무선 포털사이트 ‘모티즌’ www.motizen.com에서 ‘핸폰비화’라는 이름으로 현상공모하고 있다.
“나를 울리고 웃겼던 핸드폰, 그 비밀스런 사연을 공개하자”는 행사엔 벌써 100여건의 에피소드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휴대전화 수신음 때문에 당황했던 nam824님의 기억. “예전 제 핸폰의 벨소리는 도라지타령이었습니다.
한번은 1호선 전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마지막 전철엔 아시다시피 술취한 사람들이 많이 계시죠. 제 핸폰이 울렸습니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주무시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내 핸폰 소리는 무지하게 크게 울려댔습니다.
술취한 어떤 아저씨가 도라지타령을 따라 흥얼거리시더니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얼씨구 춤을 추시더군요. 제 얼굴 무지하게 달아올랐슴다.
노래가 무지하게 길더군요. 그 후론 항상 진동으로 합니다.
방댕이가 떨릴 때까지….” 이런 일화도 있다.
“음성인식 핸드폰이 한참 유행하던 때였다.
‘우리~집~’ 하면 저절로 집으로 전화가 걸리는 전화기였다.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였다.
어느 역에서 스님이 한분 타셨다.
지긋하게 나이가 많으신, 그야말로 스님의 자태가 나오는 분이었다.
이 분이 문쪽에 서계시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배낭을 열고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는 것이었다.
‘요즘엔 스님도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조심스럽게 플립을 연 스님이 하시는 말씀. ‘절!’ 음성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나보다.
‘흠흠…’ 조금 더 근엄하신 목소리로 ‘절!’ 지하철에서는 연신 나즈막하지만 근엄한 ‘절!’ ‘절!’ ‘절!’ ‘절!’ ‘절!’ 소리가 울려퍼졌다.
”(cellohun) 역시 가장 많은 에피소드는 장난메시지에 관한 얘기다.
아리아이님의 글. “기말시험 시간에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꺼뒀던 핸드폰을 켰죠. 갑자기 날아든 문자 메시지, ‘우수고객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료통화 100분의 사은품을…’. 여기까지 읽는 데 배터리가 나가버렸죠. 전 기분이 좋아서 옆 친구에게 자랑하며 점심까지 샀죠. 그런데 집에 가서 배터리를 갈아끼우고 확인해보니 ‘…사은품을 받으실 뻔! 했습니다.
’ 이러지 않겠어요. 송신자 이름엔 점심까지 사준 친구 이름이….” 우리 엄마에게 스토커가? go1017님의 또다른 글. “어느날 엄마가 집에 울면서 들어오시더군여. ‘엄마 왜 우세요’ 여쭤보니, 엄마 왈 ‘얘들아 엄마한테 스토커가….” 말끝을 흐리시면서 우시더군여. 그러면서 저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시는 거에여. 그걸 본 저와 제 동생은 배꼽 빠지도록 웃었답니다.
핸드폰에 문자가 왔더군여. ‘너 죽을 준비해...............난 밥을 준비할게.’ 그렇습니다.
저희 엄마는 문자를 해본 적도 없고 내려가면서 보는 법도 몰라 죽을 준비를 하다니….” 몸집이 어마어마했던 구형 ‘탱크 핸드폰’의 수난사, 화장실에 빠뜨렸다가 건져낸 휴대폰 생환기, 새로 산 휴대폰에 ‘면사무소’를 찾는 전화가 며칠씩 걸려와 곤욕을 치렀던 일,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휴대전화를 즐기던 아슬아슬함 등등 에피소드 행진은 끝이 없다.
모티즌 담당 이대범(27)씨는 “누구나 휴대폰에 얽힌 일화를 하나쯤 가지고 있을 정도로 휴대폰은 우리의 일상문화가 됐다”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앞으로 게시판을 상설화하고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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