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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코스닥 등록기법 ‘천태만상‘
[머니] 코스닥 등록기법 ‘천태만상‘
  • 장종회(매일경제)
  • 승인 2001.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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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본질가치 이하로 하락·등록요건 강화 등으로 직등록·뒷문상장 등 가지가지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기법으로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는 직등록과 기존 등록기업을 인수합병(M&A)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발을 내딛는 우회등록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공모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진데다 코스닥 등록요건도 점차 까다로워지면서 하루라도 빨리 등록에 따른 이득을 챙기려는 업체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공모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본질가치를 밑도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모를 하더라도 기업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예전처럼 많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제3시장이나 장외시장의 벤처기업들은 공모를 통해 충분한 자금을 모으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직접 등록해 다소간의 초과이득을 조금이라도 빨리 누려보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다.
M&A로 우회등록 추진 기업 급증 요즘 장외기업들 사이에는 백도어리스팅(back-door listing:우회등록)이 단연 화제다.
장외기업인 와이앤케이는 써니상사를 인수합병해 코스닥에 우회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와이앤케이와 써니상사의 합병건은 오는 4월6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별탈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회사쪽은 내다보고 있다.
투자자들 처지에서도 장외시장보다는 환금성이 좋은 코스닥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3시장 업체인 코리아인터넷정보통신도 코스닥 업체인 유니씨엔티와 오는 6월 합병해 코스닥에 무혈입성하게 된다.
타운뉴스 역시 코스닥 업체인 에이엠에스와 손잡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들 업체 외에도 물밑에서 우회등록을 추진하는 기업이 30∼40개에 이르는 것으로 증권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회자되고 있다.
지난 3월21일에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프리챌이 산업용 필터를 생산하는 코스닥 업체 대정크린과 지분맞교환 형식으로 인수후개발(A&D)에 뛰어들었다.
형식은 대정크린이 프리챌을 인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내용은 프리챌이 대정크린을 집어삼켜 코스닥에 올라가는 식이다.
프리챌 전제완 사장 등이 대정크린에 지분 34%(304만5451주)를 넘기고 대신 대정크린 지분 53%(592만5534주)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20일에는 한국일보 관계사인 한국미디어그룹이 피혁의류 전문업체인 코스닥법인 한길무역을 인수해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미디어그룹은 한국일보에서 계열분리를 추진중인 일간스포츠와 인터넷 업체 한국아이닷컴을 아우르는 지주회사다.
사실 일간스포츠가 코스닥행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코스닥시장 주변을 떠돌았다.
전문가들은 일간스포츠의 코스닥행은 결국 한길무역이란 코스닥 업체를 통해 간접등록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기존 등록업체를 인수합병하는 식의 우회등록 추진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기업에선 우회등록 추진과정이 주주나 피인수기업 직원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으면서 예정된 일정이나 계획을 맞출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니켐을 합병해 코스닥에 우회등록하려던 건잠머리컴퓨터는 코스닥시장이 급락하면서 아직까지도 합병비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병 일정이 한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
케이알을 합병하려던 제3시장 업체 타운뉴스는 주가등락으로 합병비율에 이견이 생겨 아예 합병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TG벤처에서 지분 일부를 넘겨받아 사람과기술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장외기업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의 계획 역시 한때 사람과기술쪽의 반발로 차질을 빚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합병비율이 불리해질 것을 염려한 주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며 “내부직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일방적 인수합병(M&A)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회등록을 등록예비심사를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뻥튀기해 자본이득만 노리는 머니게임 가능성도 없지 않아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성실 공시 피하려 직등록 활용하기도 올 들어 직등록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을 노크한 업체는 환경비젼21, 케이아이티, 한국토지신탁, 에이디티, 시큐어소프트, 에스피컴텍 등 벌써 6개사에 이른다.
지난해 직등록업체가 3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심사청구 단계이긴 하지만 벌써 지난해의 두배 수준에 이른 셈이다.
아직 코스닥등록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직등록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제3시장과 장외시장 기업만 10여개에 달한다.
물론 이들 기업이 모두 예비심사를 통과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올해엔 직등록업체가 지난해의 6∼7배 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3시장 지정업체 가운데는 이니시스가 4월 중 코스닥에 직등록하기로 하고 구체적 작업을 진행중인 것을 비롯해 소프트랜드, 아리수인터넷 등 7∼8개 업체가 직등록을 검토하고 있다.
장외기업으로는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를 비롯해 주식정보제공업계를 대표하는 팍스넷, 초고속통신망 사업자인 두루넷 등 10여개 업체가 직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등록은 제3·장외시장 업체들에게는 큰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원랜드의 경우 직등록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장외대형주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탈 정도다.
팍스넷도 한때 1만원대가 붕괴됐다가 직등록 추진의사를 밝히면서 1만원선을 회복했다.
케이블TV방송사인 YTN도 액면가(1만원)를 밑돌던 주가가 다시 액면가 위로 올라섰다.
직등록이 늘어나는 데는 공모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8일 코스닥 직등록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환경비젼21 김동우 사장은 “장이 위축되면서 공모가가 기업이 원하는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커 충분한 자금유입이 안되는 만큼 장외주식분산을 통해 직등록하려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인데도 제3시장에 진입하는 업체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주식분산에 유리하고 코스닥 등록에 앞서 큰 비용없이 공시요령 등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공모자금에 대한 사용처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규제를 강화한 것도 직등록을 추진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종전에는 공모자금의 용도를 계획했던 대로 맞추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불성실 공시라는 오점을 남길 수 있어 이를 피하는 길로 직등록을 활용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직등록은 공모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직등록 추진업체가 모두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지 못한데다 실제 직등록이 성사될지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회등록과 직등록
우회등록은 장외기업이 코스닥기업을 인수합병(M&A)해 공모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장내로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직등록은 코스닥등록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이 500명 이상의 소액주주에게 지분이 30% 이상 분산되었을 경우 일반 공모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는 것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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