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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삼성전자 주우식 상무
[페이스] 삼성전자 주우식 상무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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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도 제일주의"

삼성전자 변화 이끄는 20년 경력의 국제통 공무원

삼성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간판스타다.
워낙 비중이 크다 보니 삼성전자 주가가 국제 반도체 가격 등 외부요인에 따라 오르내리면 주가지수가 흔들린다.
다른 웬만한 기업들 주가는 덩달아 춤을 춘다.
까다로운 외국인 투자가들도 삼성전자 주식이 몇 안되는 아시아의 우량주 가운데 하나라고 공인한다.


하지만 투자자에 대한 태도까지 ‘1등’으로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의 지배 의견이었다.
“투자자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굽실거리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웬만한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조차도 IR 담당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말이 나돌았다.
투자자 홍보(IR;Investor Relations)에 그만큼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런 사연 때문에 지난 11월 삼성전자에 국내 최대 규모의 IR팀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재무팀에서 관장하던 IR업무를 15명 규모의 간부급 직원들로 따로 팀을 구성해 맡긴 것이다.
주우식(41) 상무는 삼성전자의 그런 변신을 이끄는 사령탑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주 상무의 이력서는 대부분 공직 경력으로 채워져 있다.
80년 행정고시 24회 합격, 한국은행 금융재정과를 거쳐 미국 코넬대학 유학, 경제학 박사 취득,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보좌관 근무, 국제통화기금(IMF)에 파견돼 아시아국 근무, 재정경제원 조사홍보과장과 지역경제과장 역임. 민간경력이라고는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자금팀 이사로 들어간 뒤 1년9개월 남짓이 전부다.
어쩌자고 호령만 하던 공무원 출신에게 자세를 낮춰야 하는 IR을 맡겼을까. 그런 의문을 표시하니 대뜸 ‘그건 모르시는 말씀’이라는 답변이 날아온다.
“사기업 임직원들이 한정된 숫자의 주주들을 위해 일한다면, 정부 관료들은 온 국민이 주주인 회사에서 일하는 셈이죠. 봉사해야 하는 대상의 숫자가 많고 적을 뿐 근본은 같습니다.
” 그는 IR을 “경영진 뜻을 주주들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반대로 주주들 의견을 경영진에 명확히 전달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한다.
삼성전자는 지분의 50% 이상을 외국인 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가들이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기업의 투명성’이다.
IR 담당자가 얼마나 기업내용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알려주느냐가 기업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주요 변수인 셈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런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기 위해 그는 정성을 들여 ‘IR 요리’를 만든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뒤 하루를 잡아 40여개 해외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성과를 설명하는 다자간 전화회의가 그 시작이었다.
삼성전자 최초의 이 원거리 경영설명회를 위해 홍콩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들여 장비를 설치했다.
전 사업부 임원들이 모여 바다 건너에서 날아드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외국인만 특별대우하는 것은 아니다.
소액주주 전담창구도 곧 열어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기업내용을 문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대응도 물론 이전보다 훨씬 빨라진다.
영업이 제품을 포장해 파는 일이라면 IR은 기업을 포장해 파는 일이다.
한국에서 가장 덩치가 큰 기업이 잘 포장되면 어쩌면 한국 경제 전체가 그럴듯해 보일지도 모른다.
주 상무의 요리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래서 그는 이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최근의 디램가격 하락추세는 삼성전자 가치에 일부분의 영향만 끼칠 뿐이죠. 투자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네요. 삼성전자 주가는 저평가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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