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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e혁명] ⑩ 한화그룹
[공룡들의e혁명] ⑩ 한화그룹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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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그룹' 변신시동

뼈 깎는 구조조정 후 그룹 체질 변경…인터넷 서비스·생명공학 등 첨단 분야에 주력

“마취도 하지 않고 폐부를 도려내는 심정이다.
” 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화그룹 오너 김승연 회장이 입에 달고 살았다는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유동성 위기상태까지 몰렸던 IMF 직후부터 최근까지 한화그룹의 구조조정은 뼈를 깎는 아픔으로 점철돼 있다.
그룹 심장부라고 일컬을 만한 수익성이 우수한 핵심 계열사와 우량자산을 줄줄이 매각했다.
인력과 비용도 대폭 감축했다.

97년 말 32개이던 계열사는 현재 23개로 줄었다.
97년 말부터 98년까지 한화바스프우레탄, 한화기계 베어링 부문, 한화NSK정밀, 한화자동차부품 등 기계·화학분야의 상당수 우량기업을 팔아치웠다.
한화에너지는 현대정유에 넘겼고, 경향신문사는 종업원지주회사로 바꾸면서 완전분리했다.
여기저기 사두었던 부동산은 모두 처분했다.
그룹의 몸무게를 이렇게 줄였으니 고통스러울 만도 하다.
그러나 그 대가로 몸은 훨씬 날렵해지고 경쾌해졌다.
97년 말 1200%나 됐던 부채비율은 현재 145%로 떨어졌다.
구조조정이 경제회생의 화두가 된 시대에 대기업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영광’도 안았다.
부채비율 1200%에서 145%로 감량 이렇게 몸집이 ‘가벼워진’ 한화는 슬슬 방어에서 공격으로 자세를 바꿔간다.
그동안 고통을 겪으면서 쌓은 체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약진을 꿈꾸는 것이다.
한화가 인터넷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그룹 차원의 인터넷 사업 태스크포스를 발족시키면서부터다.
이 팀은 그룹의 각 사업 부문에서 벤처기업과 같은 조직을 운영하면서 분야별로 인터넷 사업안이 나오도록 기획했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지난해 12월, 한화는 3년간 3천억원을 투자해 인터넷 사업을 주력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의 ‘사이버 한화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김승연 회장은 “2년간에 걸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새천년 도약을 준비하는 때”라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사업으로 그룹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룹을 위기로까지 몰아넣었던 ‘무거운’ 20세기형 사업은 사양한다.
도약의 발판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첨단분야들, 곧 인터넷 서비스와 생명공학 분야이다.
IT산업이라 하더라도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고 위험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장치형 사업에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토대로 인터넷 사업을 벌이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가벼우면서도 결실을 맺을 경우 ‘대박’이 가능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가 벌이고 있는 인터넷 사업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면 이런 전략이 구체적으로 구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제를 모았던 ‘귀족형 쇼핑몰’ 루이지닷컴 www.louisG.com 은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오프라인의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을 본뜬 이 인터넷 쇼핑몰은 출범 때부터 갖가지 방법으로 ‘귀족성’을 과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유통과 KTB네트워크가 함께 투자해 설립한 N-갤러리아에서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이름부터가 ‘귀족적’이다.
초호화판 생활을 즐기면서 귀족문화를 만들었다는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의 이름에다 갤러리아의 앞머리 ‘G’를 결합했다.
루이지닷컴 “갤러리아만 같아라” 물론 쇼핑몰 사이트는 많고도 많다.
하지만 루이지닷컴은 오프라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을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N-갤러리아 이종주 사장은 “오프라인 갤러리아 명품관에 들어 있는 고급 브랜드의 상점들이 거의 그대로 온라인 루이지닷컴에 입점했다고 보면 된다”며 “따라서 기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전제품보다는 의류·잡화가 중심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롯데·현대·신세계의 ‘3강 체제’ 틈바구니에서 도태된 대부분 중견 백화점들과는 달리, ‘고급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하면서 독특한 위치에서 성장가도를 달린 갤러리아백화점의 전략을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얘기다.
루이지닷컴은 단 한사람의 방문객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발버둥치는 일반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달리 가입회비를 10만원이나 받는다.
그러면서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검증된 회원’만을 받기 위해 가입희망자로부터 재산세 영수증, 원천징수 영수증 등의 서류를 제출받아 심사를 거쳐 회원자격을 준다.
그 대신 옷을 직접 가져다 맞춰준다든지, 폭스바겐 클래식 비틀을 이용해 물건을 배달한다든지 하는 이벤트를 통해 ‘최고급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지난 5월 서비스 개시 뒤 현재까지 가입회원은 5천여명. N-갤러리아는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VIP마케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주)한화와 한화국토개발이 투자한 온라인여행사 투어몰 www.tourmall.com 은 IMF 이후 그룹에서 퇴출되었던 여행사업을 온라인에서 부활시킨 기업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82년부터 여행사 한화관광을 설립해 운영했는데, 지난 98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행사업을 퇴출시켰다.
지난 97년 1월 한화그룹의 프로젝트팀 형식으로 출범한 투어몰은 인터넷 사이트만 운영해오다 올해 6월 독립법인으로 나오면서 이전에 한화관광에서 하던 역할까지 맡으려 시도하고 있다.
오프라인 여행사업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출발했던 여행사업이 퇴출되고, 그 자리에 온라인에서 출발한 여행업이 들어서게 된 셈이다.
투어몰도 루이지닷컴과 마찬가지로 한화국토개발에서 벌이고 있는 오프라인 콘도미니엄·레저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강조한다.
각 리조트 사업장과 연계된 이벤트·공연기획, 리조트들의 지역과 연계된 여행상품 및 문화상품 판매 등으로 다른 순수 온라인 여행사에 견주면 탄탄한 바닥에 서 출발한다는 얘기다.
투어몰 최원석(32) 팀장은 “온라인 쪽도 회원 수가 점점 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오프라인 쪽 매출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우주로닷컴 www.woojuro.com 과 불놀이닷컴 www.bulnori.com 은 한화의 모체인 화학 부문과 연결을 구상하고 벌인 인터넷 서비스들이다.
우주로닷컴은 우주과학 강의를 열거나, 로켓 항공기 별자리 등 우주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모아두고, 모형 로켓발사 등 각종 행사가 포함된 학생대상 캠프를 여는 등 우주과학과 관련된 사업들을 벌인다.
한화 화약 부문의 로켓추진 기술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
한화는 2001년 매출액이 30억~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 부문이 자리를 잡는대로 분사시킬 계획이다.
불놀이닷컴은 불꽃놀이 전문 사이트다.
각종 불꽃행사를 주관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한화가 생산하는 불꽃놀이용 불꽃을 사고 파는 쇼핑몰 역할도 하고 있다.
미디어 분야로 가는 교두보, 굿앳TV 지난 9월 문을 연 인터넷방송국 굿앳TV www.goodattv.com 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루이지닷컴이나 투어몰이 기존 오프라인 시장에서 강점을 온라인 시장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만든 개별사업 차원의 일이라면, 굿앳TV는 그룹 차원의 뉴미디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이다.
이율국 굿앳TV 대표(전 한화그룹 홍보팀 이사)는 “인터넷 방송국은 앞으로 미디어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이 될 뿐만 아니라, 그룹의 각 인터넷 사업을 묶는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굿앳TV의 장비와 경험이 그룹 전체를 움직일 기반이 되리라는 얘기다.
인터넷을 매개로 그룹 전체를 묶는 또하나의 프로젝트는 인터넷 구매시스템 www.hanwhabiz.com이다.
여기서는 회원기업들을 상대로 한화그룹에서 필요한 자재를 역경매, 지명구매, 공개구매 등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사들인다.
전체 구매액 가운데 인터넷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1년에는 25%, 2002년에는 50%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구조조정 모범생에서 재기 모범생으로 한화의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구조조정 성공사례’로 입에 오른 뒤에도 독일 바스프에 한화석유화학 지분 14.2%를 1억1천만달러에 팔아넘겼다.
중후장대형 사업을 최소한으로 경량화한다는 방침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특히 금융 레저 인터넷 생명공학 등 투자액이 작고 위험이 큰 대신 미래지향적이고 ‘대박’이 가능한 업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 모범생이 신산업을 발판삼아 재기의 모범생으로까지 발돋움할 수 있을지 여부는 한화그룹 혼자만이 아니라 3년 동안 ‘구조조정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전 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한화그룹 e비즈화 선두주자 될 것” 굿앳TV 이율국 대표 굿앳TV 이율국 대표는 한화그룹 홍보팀 이사를 지내다 올해 9월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그룹의 핵심에서 대변인 노릇을 하다 가장 실험적 신사업으로 말을 갈아탄 셈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 방송국은 앞으로 한화그룹의 다양한 사업을 e비즈하는 데 실험무대이자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e비즈니스화 과정에서 굿앳TV의 역할은?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으로 변환되려면 솔루션들이 적절히 도입돼야 하는데, 인터넷 방송국은 대용량 서버를 갖고 각종 솔루션들을 먼저 사용하면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기서 쌓인 경험이 그룹 e비즈화의 핵심동력이 될 것이다. >디지털 위성방송도 출범하는데, 인터넷 방송이 여전히 성장가능한 모델이라고 보는가? 앞으로 무선단말기가 활성화하면 길이가 짧은 방송 콘텐츠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기존 방송국들보다 인터넷 방송국이 경쟁력이 있다. VOD의 다양한 기능, 실시간채팅 등 쌍방향성에서도 위성방송과 인터넷 방송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새 영역에 필요한 콘텐츠 생산기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터넷 방송국으로서 굿앳TV의 강점은? 한화그룹의 오프라인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한화의 레저사업과 맞물려 여행방송을, 유통사업과 맞물려 여행방송을, 서울프라자호텔과 함께 요리방송을 하는 식이다. >분사일정은? 애초 2000년 안에 분사할 계획이었으나 시장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관망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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