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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게임개발자 ‘귀하신 몸’
[직업] 게임개발자 ‘귀하신 몸’
  • 이민희 인크루트 팀장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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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 유례없는 호황 속 인력 턱없이 부족… 프로그래머 등 품귀현상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게임 산업이 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1999년 2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지난해에는 1300억원대로 불어나, 1년새 6배 이상으로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고, 올해 말까지는 무려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IT) 업종 가운데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황금 산업’이다.


그 가운데 특히 온라임게임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여서, 앞으로도 이 시장의 성장세는 인터넷 발전속도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99년 45억달러, 2000년 65억달러, 올해 102억달러에 이어 내년에는 160억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업계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개발비용, 인력, 제작기간이 동시에 늘어나는 추세인데, 개발인력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가 최근 ‘우수게임 사전제작 지원사업’에 출품된 187개 게임을 분석한 결과, 게임 한편 개발하는 데 12명의 개발자가 달라붙어 14개월 동안 3억8200만원의 비용을 써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개발인원은 평균 9.7명에서 11.9명으로 늘어났다.
벤처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을 감안할 때 이런 상황은 이례적이다.
현재 게임 업계 상위 300개사에 근무하는 인력은 1만4660명이며 한 업체당 48명이 근무하고 있다.
게임 산업 종사자는 99년 2512명에서 2년새 583.5%가 늘어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개발자가 전체 인적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60%선이다.
인터넷 채용정보 사이트인 인크루트 www.incruit.com가 300개 게임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업계가 당장 추가로 공급되길 원하는 인력은 3810명이다.
이 가운데 게임프로그래머 1860명, 게임디자이너 1320명, 게임기획자 630명은 당장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홈페이지·인맥 통해 채용 게임 업체들 가운데 인력난을 가장 심하게 겪고 있는 분야는 개발 분야다.
전체 조사대상의 96.0%인 288개사가 게임프로그래머와 DB프로그래머 등 연구개발직 인력난을 겪고 있다.
상시 구인난에 시달리는 프로그래머의 뒤를 이어 게임디자이너(37.3%), 게임기획자(20.7%), 영업·유통(15.7%), 관리(14.0%) 등의 분야도 인력난이 심하다.
반면 마케팅, 해외무역, 생산제조, 애프터서비스 등의 분야는 인력난을 겪고 있지 않다.
300개 업체 중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회사는 모두 288개사로 96.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재 개발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게임 산업이 매년 5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신생 업체가 늘어나거나 신규 아이템을 추진하는 회사가 많아 개발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개발진의 경력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국내 전문 게임서버 개발인력이 50~60명에 불과하고 소규모 업체는 경력 2~3년차 개발자들이 중견간부 역할을 할 정도여서, 입맛에 맞는 경력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게임 업체에 입사하려면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를 부지런히 방문하는 ‘마우스 품’이 지름길이다.
업체들이 자사 홈페이지나 인맥을 이용한 채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를 이용한 채용 업체가 124개사로 41.3%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부추천이나 대학추천제를 활용해 지인이나 인맥을 통한 ‘알음 채용’도 35.3%(106개사)나 됐다.
그러나 인터넷 채용정보회사를 이용한 취업은 59개사(19.7%)에 그쳤다.
게임 업계는 이처럼 인맥을 이용한 채용을 선호하는 만큼, 구직자들은 선배나 게임업 종사자들과 접촉해 개인적 친분을 트는 시간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전산학과 출신이 게임 동아리나 인터넷게임 동호회를 통하는 것도 게임 업계에 입성하는 우회적으로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게임 학원도 덩달아 호황 게임 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하면 취업 진입장벽이 낮다.
학력과 전공보다는 아이디어와 경력만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학력과 학과보다 경력과 실력을 우선시하는 자유로운 채용형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취업 희망자들은 먼저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설문에 응답한 인사담당자의 89.7%(269개사)가 인력을 채용할 때 학력은 무관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리고 무려 92%가 고졸학력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 업계는 전공과 상관없이 인력을 채용한다고 표명하면서도, 실제로는 개발이나 디자인 관련 전공자를 선호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채용시 전공은 무관하다는 의견이 45.3%나 됐지만, 제품 상용화를 위한 실무진인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관련학과 전공자를 선호한다는 의견이 44.6%(134개사)에 달했다.
컴퓨터 관련학과 출신을 선호한다는 의견은 6.0%에 그쳤다.
유승호 게임종합지원센터 박사는 “이같은 이중적 채용관행은 게임 업계 일반직종의 경우엔 게임에 대한 마인드만 있어도 업무진행이 가능하지만 개발이나 디자인, 기획의 경우엔 게임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게임 산업 활성화로 게임 전문학원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학원은 개발자 위주의 게임 인력 생산 방식에서 분야별로 특화한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는 형태로 인력양성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게임 학원은 프로그래머 과정 일색이었지만 최근 들어 그래픽, 기획, 시나리오 등 강좌가 다양해지고 있다.
게임종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게임아카데미는 디자인, 그래픽, 프로그램 등 3개 분야(2년 과정 200만원)를 강의하고 있다.
용산구 남영동의 아트센터는 그래픽, 프로그램, 기획, 시나리오 등 4개 과정(1년 360만원)을 개설했는데, 종합적인 소양을 익힐 수 있도록 다른 전공의 기초과정도 들을 수 있게 한다.
강남구 논현동의 게임스쿨은 프로그램, 그래픽 등 정규 과정 수강료가 1년에 400만원이며, 모바일게임 과목(4개월 210만원)도 개설돼 있다.
게임 업체 한빛소프트가 운영하는,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빛디지털캠퍼스는 특정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전문 개발자 과정을 개설했다.
그래픽 프로그램인 소프트이미지(4개월 수강료 500만원)와 모바일 자바(5개월 450만원) 과정이 있다.
게임아카데미 황경식 본부장은 “게임 개발자의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직종별 특화와 전문화를 위해 교육기관이 강좌를 연이어 개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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