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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정성수 주택은행 자금팀 부장
[페이스] 정성수 주택은행 자금팀 부장
  • 임채훈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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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채, 옛날과 달라요”
은행 경영부담 지적에 수익성 강화 자신… 하반기에도 추가 발행 계획


주택은행이 지난 8월16일 만기 6년의 후순위채 1천억원어치를 시장에 내놓았다.
발행금리가 연 6.9%로 시중 예금금리에 비해 2%포인트 이상 높다.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찾아 헤매던 시중 자금이 주택은행 후순위채로 몰린 것은 당연했다.
주택은행은 별 어려움 없이 1천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모두 판매했다.


하지만 주택은행에서 후순위채 발행을 총괄하고 있는 자금팀 정성수(46) 부장은 썩 밝은 표정이 아니다.
“또 후순위채 발행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후순위채를 남발한다고 지적한다.
후순위채 발행액이 은행의 자기자본 구성항목 가운데 보완자본으로 인정받는 규정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이 수익성을 높인 결과로 자본을 늘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손쉬운 후순위채 발행에만 매달린다고 이들은 비판한다.


최근에는 후순위채 발행이 은행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어 정 부장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고비용 자금조달 수단인 후순위채를 무리하게 발행하면 은행들이 역마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후순위채 발행금리는 만기 3년의 국고채 금리 4.99%보다 2~3%포인트 높은 7~8%다.
이는 은행들의 역마진 상황으로 이어져, 결국 부족해진 자기자본 비율을 메우기 위해 또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한다는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주택은행은 이번뿐 아니라 상반기에도 2천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판매했고, 하반기에 15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물론 지난 6월말 현재 주택은행의 BIS 비율은 10.06%로 우량한 수준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 발행한 고비용 후순위 채권의 잔존만기가 5년으로 짧아지면서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기존 발행액 가운데 해마다 20%씩 보완자본에서 불인정되는 것이다.
최근의 후순위채 발행은 잠재된 BIS비율 하락 요인에 사전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분명 있다고 정 부장은 말한다.
물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기본자본을 늘리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진국 은행들처럼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본자본을 늘리기에는 국내 주가가 바닥을 기는 상황이 부담이 된다.
자본금 규모가 적은 주택은행은 적정 BIS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 항목 가운데 조정하기 어려운 기본자본보다 손대기 쉬운 보완자본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은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이 줄을 잇다보니 8월말 현재 시중은행이 올해 발행한 후순위채가 모두 1조9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 부장은 “후순위채 발행이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지나치게 한쪽 면만을 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외환위기 직후 발행된 후순위채는 지금보다 훨씬 고비용이었고 경영에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발행은 그때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시중금리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서 최근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중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면 후순위채 발행이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금리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가능성은 낮으며, 설혹 떨어진다 해도 0.5%포인트 정도 더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또 올해 발행하는 후순위채를 재원으로 삼아 다양한 대출상품을 개발하는 등 운용법도 충실히 마련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3년 전 위장의 70% 가까이를 잘라냈다.
주변에서는 수술을 받은 이후로 살이 너무 빠졌다며 걱정을 하지만 정작 정 부장 자신은 건강에 자신이 생겼다.
식생활을 개선하며 예전보다 더 조심하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도 한번 대수술을 거친 뒤 체질개선을 했어요. 후순위채 발행이 경영을 악화시킨다면 왜 발행하겠습니까. 이젠 은행들도 경영을 악화시킬 것이 뻔한 일을 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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