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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물 오른 휴대전화 결제시장
[비즈니스] 물 오른 휴대전화 결제시장
  • 김상범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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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유료화 바람 타고 급성장 가도… 하반기 본격 경쟁 예고
우리나라에서 발생해 시장에서 생존력을 인정받은, 독자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까? 이거다 하고 바로 내놓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일단 주목을 받았다 해도 요즘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란 더욱 쉽지 않다.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는 어떤가? 이 서비스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인데다 닷컴 위기론 속에서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긴 하다.
휴대전화 사용자 2800만명이라는 든든한 인프라에 콘텐츠 유료화 바람까지 가세해, 이 비즈니스 모델은 선풍을 일으키며 성공적인 아이디어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등장한 지 이제 꼭 1년이 됐다.
다날, 모빌리언스, 인포허브, 파네즈, 엠차지 등 주요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업체가 시장에 얼굴을 내민 것이 지난해 8월이다.
한돌이 된 2001년 8월 현재 휴대전화 결제는 1500여개에 이르는 인터넷 사이트들에 도입되고, 월 결제액이 100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훌쩍 컸다.
결제액 규모는 서비스 시작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소액 유료 콘텐츠의 결제수단 가운데서는 80%에 이르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서비스에 나섰던 소액 전자화폐는 경기침체와 함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는 짧은 기간에 콘텐츠 유료화의 핵심 결제수단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은 물론, 콘텐츠 유료화를 앞서 이끄는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소액결제 시장 ‘무한질주’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시장은 모빌리언스, 다날, 인포허브 3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올해 5월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하루 결제액 1억원을 넘어섰다.
3사는 각기 500개에 이르는 인터넷 사이트들에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텔레디트 www.teledit.com를 운영하는 다날의 윤선영 차장은 “서비스 초기였던 지난해 8월에 거래업체 20개, 월 결제액 1600만원 정도였던 것이 올해 5월에는 누적 결제액이 100억원을 넘었고 8월에는 하루 결제액이 1억3천만원을 돌파했다”고 비약적인 성장세를 설명한다.
지난해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성장궤도는 올해 초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4월 들어 이동통신 업체들이 결제액 한도를 4만원선으로 상향조정한 데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모빌리언스 www.mobilians.co.kr는 자체 분석 결과 제휴사는 지난해 12월 말 100개에서 올해 7월에는 480개로 늘어났고, 월 결제건수도 같은 기간에 12만5천건에서 120만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제휴사는 4.8배, 결제건수는 무려 10배로 늘어나는 성장이 7개월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건당 평균 거래금액도 같은 기간에 1995원에서 3466원으로 174% 증가했다.
모빌리언스 이강섭 과장은 “올해 7월 조사에 따르면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 10명 가운데 2.5명이 휴대전화로 결제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가 서비스 사용률이 5% 이상이면 빅히트 상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휴대전화 결제는 현재 가장 인기있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각 이동통신 업체들은 지난해 8월 서비스가 시작될 무렵 2만원을 넘기지 않던 월 결제금액 한도액을 올해 4월에 4만원선까지 올리기도 했다.
휴대전화 결제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은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사용현황과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자 수와 휴대전화 사용자 수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프라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콘텐츠 유료화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는 닷컴들의 움직임이 불씨를 지폈다.
유료 콘텐츠의 대부분이 신용카드로 결제하기엔 너무 적은 금액이었고,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는 소액 전자화폐나 계좌이체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사용과 결제 방법이 쉬웠다.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콘텐츠 유료화 결제의 필수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조건은 이미 안팎으로 갖춰진 셈이었다.
와우코인 www.wowcoin.co.kr 서비스를 운영중인 인포허브의 이선진 본부장은 “콘텐츠 유료화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휴대전화 결제시장도 커질 수 있었지만, 거꾸로 휴대전화 결제가 있었기에 콘텐츠 유료화 열기가 이만큼 뜨거워진 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콘텐츠 유료화와 휴대전화 결제가 상호보완적으로 시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업체들이 인터넷 사이트로부터 받던 수수료율도 초기 15~25%에 이르렀던 것이 최근엔 9~12% 정도로 떨어졌다.
이는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었지만, 시장이 확대되는 증가세가 아직은 이러한 수수료 인하를 상쇄해주는 수준을 유지했다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시스템 안정성을 높여라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온 휴대전화 결제 업체들은 오는 10월 이후 휴대전화 결제시장이 다시 한번 큰 도약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포털들의 콘텐츠 유료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포허브의 이선진 본부장은 “10월이면 다음과 야후코리아가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의 포털이 움직인다면 콘텐츠 유료화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한다.
모빌리안스 mobilians.co.kr 관계자도 “9월에만 교육방송, 아이러브스쿨이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 야후 등 대형 사이트들이 10월부터 본격 유료화에 나서게 될 경우 본격 유료화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사이에 러시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기대 속에 휴대전화 결제 업체들은 서비스 개시 1주년을 맞아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나서는가 하면 ARS 결제, 신용카드, 계좌이체, 전자화폐 등 다른 결제 서비스 업체들과 제휴해 독립적인 통합 결제 브랜드를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 8월21일 인포허브는 기존의 ARS 인증방식과 SMS(단문전송서비스) 방식을 결합한 휴대전화 결제 업그레이드 버전인 ‘와우코인플러스’를 발표했다.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의 인증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이동통신사로부터 SMS를 통해 승인번호를 받는 방법과, 자신의 휴대전화로 무료 ARS 전화를 걸어 승인을 받는 방법이 있다.
각각의 방식은 서로 장단점이 있지만 SMS 방식이 더 선호돼왔다.
ARS 인증방식이었던 인포허브는 SMS 방식을 추가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발표한 것이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시스템 안정성이 중요해진다는 점은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업체들이 모두 절실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모빌리언스 이강섭 과장은 “휴대전화 결제는 대중 결제수단이므로 시스템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며 “결제 서비스가 한두시간 중단되면 콘텐츠 제공업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스템 안정화를 가장 우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시스템 안정성과 함께 서비스 업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은, 각기 자사를 종합 결제 솔루션 업체로 부각시키는 마케팅이다.
이를 위해 다날과 인포허브는 다른 결제 솔루션 업체들과의 제휴 마케팅을 선택했다.
신용카드, 전자화폐, 전화결제 서비스 업체들과 제휴해 독립적인 통합 결제 서비스 브랜드로 시장을 공동 개척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다날이 지난 7월 한국통신커머스솔루션즈, 한국통신엔트로플렉스 등과 함께 통합 브랜드인 ‘페이박스’(Pay Box)를 발표한 것이 그 한 사례다.
휴대전화와 ARS 결제, 계좌이체, 신용카드, 전자화폐, 집 전화 결제를 하나의 브랜드로 서비스한다는 공동 마케팅 전략이다.
인포허브 역시 9월 이와 같은 통합 브랜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달리 모빌리언스는 전문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통합 브랜드를 만들기보다, 독립적으로 통합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전체 빌링시스템 구축과 운영,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통합 결제 서비스 업체(PSP)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전략적 제휴를 통하든 직접 통합결제 능력을 갖추든 업체들은 단순한 휴대전화 결제대행업체(PG)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독자적인 ARS 결제 서비스 업체나,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카드 등 결제 서비스 시장의 경쟁자들이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 태세다.
그러나 ARS 결제 서비스는 타깃 사용자 층이 다르고, 스마트카드는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2년 사이에 휴대전화 결제 시장의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휴대전화 결제시장은 2회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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