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2. IR에 죽고 산다
2. IR에 죽고 산다
  • 이정환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FO들 내부관리보다 투자자관리 중요해져…신뢰주지 못하면 기업존립도 위협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는 벤처기업에서 주가관리는 가장 중요한 기업활동가운데 하나다.
이 역시 CFO의 몫이다.
주가가 일종의 성과지표가 돼버린 요즘 CFO들에게는 밖으로 나가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사라고 홍보하는 IR(투자자 대상 홍보; Investor Relations)이안에서 기업재무를 총괄하는 일보다 더 중요해졌다.


IR의 대상 또한 부쩍 넓어졌다.
소수의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만 상대하면 됐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일반인들을 소중히 모셔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개인비중이 커진데다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여력이 시원치 않기때문이다.

성공하는 IR, 뭐가 달라도 다르다 실제로 요즘 상장(등록)된 기업의 CFO들은 많은 시간을 IR에 쏟는다.
네오위즈 CFO 최상온 경영지원실장은 “일과의 대부분을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를 만나 기업내용을 설명하는 데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기자들을 만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뿐만 아니라 불특정다수의 일반투자자들까지 IR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월부터 일주일마다 홈페이지에 IR보고서를 싣는 새롬기술 역시 일반투자자에 대한 IR를 강화한 경우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새롬기술 임태성 재무팀장은 “CFO인 김재환 이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IR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기업 움직임을 자세히 공개하는 주간 IR보고서를내게 됐다”고 말했다.
새롬기술은 한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조차 불친절하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았지만 요즘엔 매주 목요일 오상수 사장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갖고 주주게시판을 통한 문답에도 성실히 응하고 있다.
기업들의 IR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홈페이지 주주게시판에 올라오는개인투자자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이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기업소식을 알리는 서비스도 늘어난다.
기업이 나서서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소그룹 미팅을 갖는 일도 잦아졌다.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는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컴덱스코리아가 열리는 동안 재무팀 전원이 행사장으로 출근했다.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컴덱스코리아의 초대권을 발송한 뒤 전시회를 둘러보러 온 애널리스트들을 안내해 근처 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로 오게 한 것이다.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은 이날의 행사를 인상적인 IR로 기억한다.
옥션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일주일에 두차례 이상 이메일을 보낸다.
자질구레한 기업소식은 물론이고 거래대금 증가추이, 월별 데이터 등 기업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료들이 포함된다.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옥션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전자가 성공적인 IR 사례로 손꼽힌다.
현대전자는 CEO인 박종성 사장이 직접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만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질문에 응답한다.
안팎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이 현대전자에 호감을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넷컴스토리지는 CFO인 조용웅 상무가 업무와 업계동향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산업은 IR 담당직원들의 열성적인 태도가 호감을 주는 경우다.
이밖에도 삼성SDI나 아이엠아이티, 현대정보기술 등이 정기적인 실적공개로 투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뻥튀기 주가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쳐 일시적인 눈가림이나 과대포장으로 일을 그르치는 일도 적지 않다.
최근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난 테라의 경우 최악의 IR 사례로 손꼽힌다.
테라는 지난해 화의를 종결하면서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열었는데 당시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 앞에서 발표한 사업계획의 상당 부분이 거짓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테라는 노텔과 독점배급계약을 맺었다고 떠들썩하게 발표했으나 얼마 후 노텔이 독점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사기 IR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술력도 없는 상태에서 UMS(통합 메시징 서비스)나 금융포털, 심지어는 사이버 증권사까지 본업인 네트워크장비와 관계없는 사업계획을 남발했다.
이 와중에 일부 증권사에서는 ‘UMS 테마주’니 ‘변신하고 있는 기업’이니 하면서 은근히 주가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 주가는 지난 2월 2만3천원에서 8월28일 현재 2770원까지 추락했다.
기업의 주가띄우기 장난에 일반투자자는 물론이고 기관들까지 놀아난 결과였다.
M플러스텍(옛 가산전자)의 경우도 실패한 IR의 본보기로 꼽힌다.
M플러스텍은 최근 대주주가 직원에게 배정하는 우리사주를 차명계좌로 받아 매각하는 등 지분을 위장분산한 것으로 드러나 증권업협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M플러스텍은 특히 대주주의 지분매각 직전에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M플러스텍은 평소에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ㄷ증권의 ㄱ선임연구원은 “몇차례 기업설명회를 찾아가봤지만 수치가 엉망진창이라 도무지 신뢰감이 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실속 없는 기업설명회가 오히려 기업에 대한 불신감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널리스트들은 벤처기업들이 의욕이 앞서 무리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한다.
SK증권 전우종 부장은“사업계획의 절반 정도는 디스카운트해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한 자료들이 많아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들이 오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 기업들의 대부분이 IR에 열성적이지 않았거나 기업정보를 왜곡해왔음이 뒤늦게 드러나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믿을 수 없다’는 낙인이 찍히면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으려고 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일찌감치 멀어지는 것이다.
주가를 뻥튀기하려는 얄팍한 발상은 궁극적으로는 투자자들을 영영 고개돌리게 할 뿐이다.
솔직하게 그리고 믿음직스럽게 IR은 기업과 투자자의 의사소통이다.
사람들 사이의 다른 의사소통이 그렇듯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하게 마련이다.
IR이 부정적인 면까지도 과감히 드러내야 하는 ‘솔직한 마케팅’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글과컴퓨터 CFO 이성훈 상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접근해야만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IR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순간 그릇된 욕심으로 그동안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면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기업존립까지도 위협받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이런 기업 정말 싫다”
애널리스트들이 말하는 실패하는 IR 지난 7월21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전자의기업설명회장. 임원진들이 나와서 직접 경영성과를 설명하고 나름대로 유용한 정보도 많이 제공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웬지 불편했다고 한다.
손님을 초대한 정성보다는 의식을 치르는 듯한 권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공무원 스타일’의 기업으로 통한다.
엄청난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이상, 평소에는 임원진은 고사하고 부장급도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ㅎ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내용은 훌륭하지만 좀처럼 호감을 갖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사소한 친절에도 쉽게 감동한다.
동시에 조그만 실수와 불친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업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발표시점까지 예상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나, 항상 “며칠 있다 전화하라”고 말하는 기업, 유난히 대외비가 많은 기업, 전화하면 다른 회사 욕만 하는 기업, 담당자가 늘상 자리에 없는 기업들은 애널리스트들의 눈밖에 나기 십상이다.
급할 때(전환사채나 유상증자 발행시점)만 기업설명회를 하면서 호들갑 떠는 기업이나 CEO가 전권을 독점하고 정작 담당자는 사업의 진행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기업, 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경영성과를 뻥튀기하거나 현실성없는 사업전략을 남발하는 기업들도 점수를 한참 까먹고 들어간다.
실속은 없으면서 언론홍보에만 치중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려 하지 않거나 공개하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 기업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IR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알리는 작업이다.
동원경제연구소 구창근 연구원은 “투자자들을 사업의 동반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은 주가 또한 별 볼일 없다”고 잘라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