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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획] "한컴은 한글을 살려내라"
[IT기획] "한컴은 한글을 살려내라"
  • 김상범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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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워디안 잇단 출시 지연, 사용자 분노 폭발…“국민이 키운 기업” 신중하게 대처해야
“긴말이 필요없다.
한컴은 아래아한글을 살려내라.”
지난 8월17일 웹진 보물섬 www.bomul.com에 격앙된 제목의 글 하나가 실렸다.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직설적이었다.
98년 6월 한글과컴퓨터가 아래아한글을 포기했을 당시를 회고하며 시작한 이 글은 이후 2년 동안 아래아한글의 업그레이드 제품이 나오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한글과컴퓨터를 강하게 질책했다.

“…애석하게도 한컴은 무언가를 잊고 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불과 2년밖에 안되는 시간에 한컴은 신기하게도 다시 태어났지만, 더욱 신기한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란 아래아한글을 살려달라는 요구였다.
글쓴이는 한글과컴퓨터가 회생의 원동력이었던 국민의 기대를 져버리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사용자들이 원한 것은 한컴이 굴지의 인터넷기업이 되는 게 아니다.
문어발식 경영확장 기술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고자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한컴이 계속해서 아래아한글을 만들어주길 바랐을 뿐이다.
국산 워드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지닐 수 있게 해주길 바랐을 뿐이다.
” 이 글은 다음날 한글과컴퓨터의 홈페이지 주주게시판으로 옮겨졌다.
글의 취지에 동조하는 사용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글과컴퓨터가 주주게시판에서 글을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가세하면서 비난은 강도를 더해갔다.
과연 한글과컴퓨터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네티즌들이 던지는 돌을 맞아야 할만큼 그 잘못은 큰 것일까. 한글과컴퓨터의 계속된 식언 지난 8월13일 한글과컴퓨터는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다음날로 예정된 ‘한글워디안’의 출시 발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약속을 들어 발표를 미룰 수 없다는 영업조직과, 비록 욕을 먹더라도 완전한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발표를 연기해야 한다는 개발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베타테스트에 참여한 한글사용자그룹 ‘한글사랑회’ 쪽도 제품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며 출시 연기를 강력하게 요청한 상황이었다.
8월14일 한글워디안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글과컴퓨터는 침묵함으로써 한글워디안의 출시 연기를 선언했다.
게시판을 통한 공지도 없었고, 연기 배경을 설명하는 안내문도 없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10월9일로 출시가 연기됐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컴을 고발하자.” “안티한컴을 만들자,” 분노의 목소리들이 사이버공간을 휘저었다.
제품 출시가 두달 정도 미뤄진 것에 사용자들의 분노가 이처럼 봇물터지듯 쏟아진 이유는 연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6월에서 8월로, 다시 10월로 발표일정을 미뤘다.
한글과컴퓨터는 이미 지난해 중순과 연말에도 워디안을 선보이겠다며 사용자들을 유혹했다.
한글워디안의 출시 연기는 이미 1년도 넘게 반복돼온 셈이다.
게다가 지난 5월 초부터는 예약팩까지 판매해 4만여명의 고객을 확보한 상태였다.
고육지책 ‘RC버전’ 궁지에 몰린 한글과컴퓨터는 ‘한글워디안 RC버전’ 출시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8월19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글워디안 RC버전을 출시한다고 발표하고, 8월21일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
RC는 ‘Release Candidate’의 약자로 이미 완성돼 출시예정인 제품을 기본적인 기능 위주로 사용해볼 수 있도록 만든 버전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은 한글워디안 출시 지연을 공식사과하고 “완벽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부득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해를 구했다.
“한컴이 아래아한글에서 손을 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순수개발비만 70억원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30억원을 더 투입할 것입니다.
한글워디안은 97버전을 단순히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고 엔진자체를 교체하는, 사실상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입니다.
100만 스텝에 이르는 엔진을 교체하는 일이어서 개발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 한글과컴퓨터에 따르면 RC버전은 총 6만카피가 일반인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전국의 우체국과 한글과컴퓨터 공인대리점(전자랜드21, 티존 등), 예카스테이션, 전국 200개 PC방에서 받을 수 있다.
오는 12월31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으며, 다음달부터 인터넷을 통해 추가기능들이 패치파일로 계속 공급될 예정이다.
한글워디안 RC버전은 한글과컴퓨터를 궁지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출시 연기에 따른 고객들의 따가운 질책을 모면하기 위한 급조물이라는 지적이 한글과컴퓨터를 괴롭히고 있다.
조급한 마음에 악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RC버전이란 게 국내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RC버전을 지정된 장소에서 구할 수 없다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RC버전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식제품에 대한 실망감을 미리 안겨줬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만만찮다.
한글과컴퓨터로서는 한시름 놓으려다 더 큰 시름을 끌어안은 꼴이 됐다.
한컴이 아니라 한글이다.
사용자들의 비난은 한글과컴퓨터가 최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사업에까지 미친다.
아래아한글의 업그레이드 일정도 1년 넘게 맞추지 못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한글과컴퓨터가 한글을 포기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한글과컴퓨터는 펄쩍 뛴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효자를 왜 포기하느냐는 것이다.
실제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아래아한글을 통해 2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액 342억원의 72%에 해당한다.
아래아한글이 포함된 한컴오피스 제품까지 포함하면 아래아한글이 한글과컴퓨터의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은 90%를 넘는다.
전하진 사장은 “아래아한글의 역할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국제적인 제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중국의 연변과학기술대학에 내달 중 연구소를 설립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이 살려준 기업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한글워디안을 한민족 공용워드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출시 지연’, ‘한글위기론’ 이제 안통한다.
비난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걸 반증한다.
한글과컴퓨터의 게시판에 올라온 많은 비난글 가운데는 여전히 아래아한글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는 게 많다.
개중에는 아래아한글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배어나온다.
“이제 너무 늦었다.
시장환경이 예전같지 않은데….” 앞으로는 국민감정이나, 아래아한글에 대한 애정에 호소하는 전략이 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거듭된 출시 지연이 결국 ‘아래아한글 위기론’으로 확산된 셈이다.
10월9일 한글워디안 정식제품이 출시된다 해도, 이를 사용자들이 기꺼이 구매해줄 것인가는 미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불법복제 단속에 힘입어 아래아한글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때 구매자들이 대부분 정부부처와 기관, 학교 등 이었다.
그들이 1년 만에 한글워디안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정부나 기관, 학교 등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안 하기로 손꼽히는 곳이다”고 말했다.
한글워디안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지적은 강력한 경쟁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아래아한글의 업그레이드가 거의 3년간 지연되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MS워드’의 취약점으로 제기됐던 고어의 지원문제나 표 처리기능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국민감정이라는 결정적인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나름대로 공을 들였다.
이미 기업시장은 MS워드가 아래아한글을 저만치 앞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허한범 마케팅부 차장은 “솔직히 한글97까지는 우리가 기술을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워드2000’ 이후부터는 오히려 기능이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출시된 워드2000은 한글 고어 150만자와 중국, 일본의 한자까지 포함해 모두 2만7000자의 한자를 구현한다”며 “국립국어연구원도 이것으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했다”고 자랑했다.
이제 남은 걸림돌은 국민감정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글, 이제부터다.
한글워디안의 개발계획은 사실 97년부터 시작됐다.
아래아한글을 포기한다는 발표가 있기 전부터 ‘한글 5.0’ 프로젝트는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스(DOS) 시절에 개발된 엔진에 계속 기능이 덧붙여지면서 얽히고설킨 엔진을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한글사태’를 거치면서 이 프로젝트는 발이 묶였다.
게다가 당시 아래아한글에 숙련된 개발자들이 적지 않게 한글과컴퓨터를 떠난 상황이어서 엔진을 교체하는 작업이 쉽게 될 리가 없었다.
한글워디안의 출시 지연은 개발자보다는 한글과컴퓨터 경영진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진다.
경영진들이 발표를 위한 발표를 거듭해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번 네티즌들의 비난 역시 출시 지연을 탓하기보다는 한글과컴퓨터의 신중하지 못한 경영전략을 꾸짖는 것이다.
기업은 수익창출을 위한 미래비전에 소홀할 수 없다.
인터넷사업에 대한 비전 수립과 추진은 그 성과나 결과를 떠나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는 존립 자체가 국민과의 약속에 기반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고민은 그래서 영원할 수밖에 없다.
한글워디안 무엇이 바뀌길래
아래아한글은 그동안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HNC 라이브러리’라는 독자적인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구현했다.
한글조합형, 고어 처리를 비롯해 입출력과 관련된 한글만의 독창적인 기능들은 다 이것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윈도우 운영체계 자체의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다른 소프트웨어와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상존했다.
‘OLE’ 기능이 지원되지않는다는 점도 늘 지적돼왔다.
한글워디안의 가장 큰 변화는 HNC라이브러리 대신 윈도우 표준 라이브러리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한글과컴퓨터측은 표 처리 기능 및 웹출판 기능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가 밝힌 한글워디안의 새로운 기능들을 정리했다.
1. 가볍고 빨라져 윈도우 표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고 기능별 모듈화(DLL:Dynamic Link Library)를 이뤄 프로그램 크기가 줄어들고 속도도 빨라졌다.
일반 편집기능을 사용할 때는 그에 필요한 모듈만을 실행하기 때문에 실행속도가 빠르고 메모리를 적게 차지한다.
다른 고급 기능을 사용하면 그에 필요한 모듈이 추가로 실행된다.
2. 호환성 강화 유니코드를 지원한다.
유니코드는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문자코드를 하나의 코드체계로 모아놓은 것이다.
산업표준인 OLE를 지원하여 엑셀,파워포인트 등 MS오피스 제품군을 비롯한 다른 응용프로그램들과의 연동이 매끄러워졌다.
워디안에 그림판 그림을 삽입하면 워디안 메뉴가 그림판 메뉴로 바뀌고, 엑셀 문서를 삽입하면 엑셀 메뉴로 바뀐다.
한글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도 부분적으로 공개한다.
그룹웨어를 사용할 때 워디안을 그룹웨어 문서편집기로 사용할 수도 있고, 기타 다른 프로그램에서 워디안을 불러 사용할 수도 있다.
3. 인터넷과 연동 간단한 HTML 문서 제작과 웹출판이 가능해졌다.
사용 도중 넷피스 www.netffice.com의 사이버폴더로 이동하여 온라인상에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터넷에 연결만 되있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한 파일을 관리할 수 있다.
4. 강력한 표 기능 표 안에 다른 표 넣기, 표 안에 틀을 넣고 편집하기, 표 안에서 제목붙이기 등 표 안에서 본문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다.
표가 한쪽을 넘어갈 때 자동으로 표를 나누어주는 기능이 생겨, 한글을 쓰다보면 한번쯤 경험했을 표가 사라지는 현상도 없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표를 쓰는 기능이 중요해 표만큼은 심혈을 기울여 완벽을 기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이다.
5. 단계별 Undo/Redo 기능 기존 한글에서도 지운 내용을 최대 3회까지 복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나 표를 합치거나 나누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워디안에서는 단계별로 돌아가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표를 나누거나 합치더라도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6. 기타 개선된 기능 인쇄기능이 개선되어 모아찍기나 나눠찍기를 미리보기에서 볼 수 있고, 한쪽에서 최대 16쪽의 내용까지 한꺼번에 인쇄할 수 있다.
평행다단, 배분다단 등 여러 종류의 다단편집이 가능해져 사전, 신문 편집 등이 편리해진다.
글자의 크기 제한이 없어져 최대편집용지인 A0에 꽉 차는 글자도 입력할 수 있다.
A0용지, A3용지, A1용지, 신국판, 타블로이드판 등 다양한 편집용지가 지원되고 스타일기능도 더 화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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