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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AMD 낙숫물은 인텔 바위를 뚫을까
[IT] AMD 낙숫물은 인텔 바위를 뚫을까
  • 유춘희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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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론PC’ 전문업체 늘어…대기업 가세 않는 한 불균형구도는 불변
사실 AMD는 인텔의 하청업체였다.
그러다 ‘펜티엄’ 라이선스를 주지 않자 독자적으로 CPU를 만들어버렸다.
AMD가 펜티엄Ⅲ에 대응하는 ‘애슬론’을 내놓으면서 인텔의 심기를 건들더니, 급기야 1GHz급 CPU를 인텔보다 앞서 발표했다.
1기가 칩은 성능을 나타내는 1기가라는 숫자만으로도 상징성과 의미가 크다.
그래서 음속의 장벽을 뛰어넘은 콩코드 비행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특별하게 1기가 칩은 AMD에게 시장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를 발판으로 내년 말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에서 30%까지 약진하겠다고 욕심을 낸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동안 ‘PC는 곧 펜티엄’을 떠올릴 만큼 인텔의 지배력이 강한 한국에서 AMD는 기를 펴지 못했다.
파워 유저와 전문매체들로부터 “성능이 인텔에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도 싸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AMD 칩을 채용하는 업체는 거의 없었다.
점유율이 1% 남짓 될까 말까다.
마더보드 업체도 ‘제이스텍’ 한곳에 불과하다.

‘안티 인텔 컨소시엄’까지 생겨 그런데 최근에 그 벽이 조금씩 허물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1기가 칩 발표 시점에 맞춰 AMD 칩을 채택하는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대멀티캡, 현주컴퓨터 자회사 미래닷컴, 용산전자상가 업체 푸른나래가 인텔 제품과 더불어 AMD 제품을 함께 공급하고 있고, 쌍용과 은진일렉트로닉스가 합작한 이프리넷 www.toc.co.kr은 아예 AMD 기반 PC만 공급한다.
중소업체가 인텔 눈치를 보지 않는 ‘대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이프리넷은 마더보드 업체인 제이스텍, 부품업체인 코아슨, 오리온정보통신, 외국계인 VIA, HP 등 20여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각자 역할을 나눠 부품에서 완제품 생산은 물론 판매·마케팅까지 일관된 체제를 만들기로 했다.
일종의 ‘반인텔 모임’이라고 할까. 이들은 올해 말까지 전국 대리점을 500개까지 늘려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웠다.
업계는 이프리넷의 출범 자체가 AMD에겐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프리넷의 이홍수 사장은 “인텔 중심의 일방적 CPU 시장 구도는 결국 소비자한테 피해를 입힌다”며 “유통망 구축과 철저한 타깃 마케팅을 펼쳐 판매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프리넷은 올해까지는 메가급인 애슬론 650, 700, 800 제품에 주력하고, 내년부터 1기가급 ‘마이드림 애슬론 1000S’의 판매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AMD가 예전 같지 않으리라는 건 이미 감지되고 있다.
지난 6월 초 연세대 강당에서 열린 이프리넷 1기가 PC 발표회에는 2천여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지난달 초 벤치마크 전문 사이트 www.benchmark.co.kr가 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200여명은 가장 갖고 싶은 CPU로 펜티엄Ⅲ(31%)가 아니라 AMD 애슬론(51%)을 선택하는 뜻밖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AMD 칩 전문업체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러나 아직은 힘이 달리는 게 흠이다.
시장의 80%를 점유한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LG IBM 등 대기업이 가세하지 않는 한 인텔 일변도의 불균형 시장구도는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들은 원활한 CPU 수급을 위해 인텔과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다.
또 당근 구실을 하는 인텔의 ‘인텔 인사이드’ 광고비 지원도 끊기 힘든 마약이 됐다.
인텔의 눈치와 자금에 개의치 않는 대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은 아직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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