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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타임머신] 불법복제 프로텍터
[IT타임머신] 불법복제 프로텍터
  • 유춘희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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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묶어라, 프로그램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이 발효된 것은 87년 7월1일이다.
당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법으로 지킨 나라는 40여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법은 우리나라가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서라기보다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한 결과였다.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은 유럽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소프트웨어를 저작권 보호 대상에 넣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고, 끝내 그것을 관철시켰다.


프로그램 보호법이 시행된 후 첫 저작권 침해 사례는 88년 초에 일어났다.
한국팔란티어소프트웨어는 청계천의 형제컴퓨터와 임마누엘전자가 워드프로세서인 PWP를 복제해 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팔란티어는 두 회사에 해명과 보상을 요구했지만, 이들이 사실을 잡아떼자 고소라는 칼을 빼들었다.
결국 검찰은 두 회사에 각각 벌금 30만원을 물렸다.
불법복제를 사회문제화한 ‘공’에 비해서는 너무 약한 ‘벌’이어서 법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91년 7월에는 불법복제 단속을 주로 하는 이익단체인 미국업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한국 컴퓨터 업체들을 고소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검찰은 BSA의 고소에 따라 서울 이태원과 경기 송탄에 있는 업체들을 기습해 복제된 소프트웨어와 복제하는 데 쓴 PC 20여대를 압수하고 사장 2명을 구속했다.
미국이 미군을 고객으로 둔 업체를 적발한 셈이다.
인터넷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천국 프로그램 저작권을 위반하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다.
시스템 판매를 목적으로 불법복제한 소프트웨어를 끼워주거나,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업무에 쓰기 위해 복제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일반사용자가 자신이 쓰기 위해 복제하기도 하고, 개발자가 다른 개발자의 프로그램을 도용해 원프로그램을 개작하기도 한다.
업체의 불법복제품 판매는 개인사용자의 복제심리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침해 행위로 간주된다.
이런 불법복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나온 제품들이 있었으니, 플로피디스크를 생산하던 SKC의 ‘판도라’가 대표적이다.
같은 소프트웨어형 제품으로 가인시스템의 ‘하드락’이 있었다.
외국회사 제품으로는 ‘코드 세이프’ ‘코드 트랙’ ‘에버락’ ‘카피 프로텍션’ 등이 들어왔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수입품 ‘티락’, 한국컴퓨터통신의 ‘케이락’이라는 제품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디스켓이 오가는 식으로 이뤄지는 시대는 갔다.
PC통신에 잠시 떴다 사라지는 프로그램을 ‘번개처럼’ 잡아내 내려받는 방식도 한물갔다.
CD-RW를 통해 CD에 담긴 프로그램을 그대로 떠내는 방식은 귀찮은 쪽에 속한다.
이제는 인터넷을 이용해 서로의 프로그램을 수시로 주고받는다.
일부 뉴스그룹에는 정품 소프트웨어가 고스란히 올라와 있다.
복제를 막을 방법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친구 것 빌려서 베껴쓰면 ‘무죄’
미국음반산업협회와 MP3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인 냅스터 사이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지적재산을 허가없이 사업에 이용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쪽과, 사용자가 개인 용도로 MP3파일을 내려받을 뿐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쪽의 주장이 맞선다.
아직까지는 서비스 금지가 유보된 상태인데, 이 사건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문제와도 조금 겹치는 면이 있어 흥미롭다.
개인이 비상업적 용도로 남의 소프트웨어 저작물을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개인 사이의 복제 행위는 실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이나 교육기관, 관공서만 불법복제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카세트 녹음기로 음악 CD를 녹음하는 것과 비슷하다.
친구 사이에 불법복제물이 오갈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우정’이란 이름으로 바뀌는 것이다.
현재 빈 테이프와 음악 CD의 가격 비율은 1대 4 정도. 만약 복제행위를 금지한다면 테이프 살 돈 대부분을 CD를 사는 데 쓸 것이다.
90년대 초반 플로피디스켓 1장과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가격 비율은 최대 1대 300 정도 됐다.
이렇게 비싸니 소프트웨어 복제를 저지한다고 해서 거기에 쓰일 돈이 패키지 구매로 몰릴 확률은 거의 없다.
아예 그런 프로그램없이 지낼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복제방지가 시장에 미칠 여파는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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