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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외국계 기업 취업기상도 ‘흐림’
[직업] 외국계 기업 취업기상도 ‘흐림’
  • 이용인
  • 승인 2001.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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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들뜬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대학 교정엔 찬바람이 가시지 않는다.
직장에 첫발을 내디뎠어야 할 학생들은 졸업을 미루고 취업준비에 매달린다.
지난 2월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정부의 발표도 대학을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몰아넣는다.
올해 8월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의 상반기 채용규모도 지난해에 비해 한참 밑돈다.
취업 예비생들은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취업 정보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신규취업자든, 재취업자든 취업뉴스 가운데 희소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최근 들어선 취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외국계 기업마저도 구직자들의 희망을 저버리고 있다.
외국계 IT기업들이 채용규모를 크게 줄이거나 동결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국내 기업보다 나은 근무조건과 보수로 취업 인기순위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던 외국계 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MS 제외하곤 채용규모 크게 줄어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채용규모를 크게 줄일 때도 외국 기업들은 앞다퉈 사람을 뽑았다.
한 네트워크 업체는 우수한 인력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승전가를 불렀다.
하지만 IT업체들이 올 들어 급격한 경기침체에 시달리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IT기업 본사들이 외국 지사에 인력 동결이나 구조조정을 지시한 것이다.
컴팩은 전세계 6만7천명 직원 가운데 7% 수준인 5천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인텔 역시 각 지사에 올해 9월까지 신규 채용을 동결하라고 지시했다.
이 밖에 대다수 글로벌 IT기업들이 ‘살생부’ 작성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실적 부진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국내 취업시장에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닷21>이 국내에 있는 주요 11개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채용규모를 밝힌 곳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6곳은 채용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분기가 지나도록 채용규모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는 “대외적으로는 ‘미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동결이라고 보면 된다”고 고백한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신규 채용은 거의 없는 셈이다.
신규 채용 의사를 밝힌 업체들도 채용규모는 크게 줄였다.
5개 업체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보다 신규 채용을 늘린 곳은 마이크로소프트 하나였다.
모토로라, 휴렛팩커드 등은 거의 절반 가량 채용을 줄였다.
게다가 업체들 대부분은 올 8월 졸업을 앞둔 신규 취업자들보다는 경력자를 뽑을 예정이다.
신규 취업 예정자들에겐 그만큼 취업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그 동안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공채를 했던 IBM 등이 신규 인력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않아 취업예정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한파는 더욱 스산하기만 하다.
외국계 IT기업들이 이처럼 아예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크게 줄인 것은 지난해 워낙 신규 인력을 많이 뽑은 탓도 있다.
외국계 기업들은 올 상반기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해 하반기에 인력을 여유있게 채용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1분기 성적표는 바닥이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너무 많이 뽑았다”는 말로 올 상반기 채용을 동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한다.
하반기에도 사정 비슷할 것 일부 외국계 한국지사는 벌써 감원을 했거나 감원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채용은 차치하고, 기존 직원들조차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인 외국의 B2B 기업은 절반이나 감원을 했다.
한 장비업체도 직원을 10% 가량 줄였다.
명목상으론 자발적 퇴사였지만 실제로는 감원이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초고속 성장을 했던 또다른 장비업체에서도 인력감축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직원은 “4월말께 확정되겠지만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헤드헌터 업계에 따르면 2월께부터 이런 감원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헤드헌터 업체에 이력서를 내미는 외국계 기업 직원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직을 생각하고 있거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사한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한 헤드헌터 업체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이 사람을 뽑지 않아 ‘작업’이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채용기상도가 맑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상반기 영업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이 직접경비가 들어가는 인력채용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을 노리고 있는 예비 취업생들은 취업전략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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