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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사람이 곧 재산이다
[IT] 사람이 곧 재산이다
  • 김윤지
  • 승인 2000.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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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에 사활 건 SI업체…빠른 기술변화 따라잡기가 관건
IMF 한파 때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기업들이야 건물을 팔거나 업무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사람밖에 없는 SI 업체들은 인력조정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이 자산이라는 말이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SI 업체들은 요즘도 그때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감원폭풍 속에서 심리적 공황을 느낀 직원들이 이제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SI 업체들은 이미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인재사관학교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
산업 전반에 걸쳐 정보 인프라를 만들어간다는 고유의 역할 못지않게, 해마다 대규모 인력을 전공에 상관없이 채용해 수준높은 전산전문가로 육성하는 데도 한몫을 했다.
삼성, LG, 현대, 쌍용 등 4대 SI 업체들의 인재양성 시스템을 보면 우리나라 IT산업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SI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람을 뽑고 키워내는 것일까. 기술보다는 현장업무가 더 중요 4대 SI 업체들 가운데 신입 기본교육에서 두드러지는 곳은 LG-EDS이다.
합작사인 미국 EDS의 교육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LG는 지옥훈련으로 불리는 10주간 합숙교육을 통해 전반적인 프로그래밍 기술과 방법론뿐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 고객 서비스 방법 등을 꼼꼼이 가르친다.
1차 낙오시 2차 입소, 2차 낙오시 퇴사라는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힘이 든 만큼 관문을 통과한 사원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교육생들에게는 3년 옵션을 걸어 3년 안에 직장을 옮기면 교육비용을 환급하도록 못박고 있다.
삼성SDS는 올해부터 9주간 해오던 신입교육을 3주 과정으로 줄였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9주라는 기간은 너무 길다는 판단에서다.
자칫 현장에선 이미 쓰지 않거나 뒤떨어진 기술을 교육할 수 있다.
기본 3주 교육을 마치면 현업 부서에서 자기에게 알맞은 교육을 신청해 들을 수 있다.
현장 중심의 실전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와 SI산업의 활황에 따른 인력난을 두루 만족시킨 셈이다.
SI산업이 고객업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삼성은 사내단기파견제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교육과정을 신설할 때 현업에서 전문가를 불러들여 교육과정 개설에 참여하도록 했다.
최대한 현업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실전형 교육을 지향하는 셈이다.
고객과 교육을 밀착시키는 것은 현대정보기술의 특징이다.
3개월 동안 하던 신입사원 IT 트렌드 교육을 2주 과정으로 줄이고, 대신 지역·산업별로 교육과정을 특화해 선택적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IT실 신입사원들에게는 선박건조 시스템에 필요한 교육을 따로 하는 식이다.
IT 트렌드가 빨리 변화하는데다 전산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까다로워진 고객의 요구에 알맞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교육도 그에 따라가야 했다고 한다.
쌍용정보통신은 4주 과정의 집합교육 후 8주 과정의 현장교육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조직에 항상 10퍼센트 정도의 여유 인력을 주어 교육으로 이어지게끔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최고라는 판단에서 만든 제도이다.
무조건 신입사원을 프로젝트에 배치하면 현장에서 거부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회사 부담으로 인원을 배치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프로젝트별로 손익평가를 할 때 원가부담을 주지 않는다.
나중에 업무 인계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환영한다고 한다.
“컨설팅은 해야 하고 사람은 없고…” 다른 산업에서 e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과 SI 업체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다.
다른 산업의 e비즈니스 전환은 산업 형태에 대한 발상 자체를 바꾸는 것까지 생각할 만큼 큰폭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고객 업무를 시스템화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SI 업체에게는 관련된 기술을 좀더 빨리 습득해야 하는 차원의 문제이다.
새로운 기술의 핵심은 역시 웹과 자바이다.
일거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온다.
SI 업체들은 자체 e비즈니스 교육을 통해 웹과 자바기술을 강화하고 CRM, SCM, 네트워크, 데이터마이닝 따위의 솔루션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LG-EDS는 최근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제휴해 이 대학의 이커머스(e-commerce) 1년 과정을 자체 교육과정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컨설팅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각 업체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 컨설팅 교육과정은 그다지 잘 개발되어 있지 않다.
주로 외국 패키지 제공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기술을 전수받는다.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컨설팅 쪽에 최고의 고급인력을 채용하고,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현재 수요를 메우고 있다.
SI 업체들은 IT를 기반으로 한 접근을 통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컨설팅을 전개할 수 있는데도 ‘SI기업’이라는 인식의 한계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외국 컨설팅 업체의 이름값에 맞서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서든 무엇을 통해서든 스스로의 위상을 강화하는 작업이 과제로 등장한다.
빠른 기술 변화, 강사 부족 그리고 이직 요즘 SI 업체 교육 담당자들의 고민은 대체로 엇비슷하다.
기술변화에 맞춰 커리큘럼을 만들어내기에도 급급한데 강사마저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대정보기술 문철 교육센터장은 “어느 교육센터에서든 교육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가장 어렵다.
써먹을 만하면 쓸모없는 지식이 돼버리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한다.
삼성 멀티캠퍼스 이시룡 인재개발팀장은 “어렵게 과정을 개발했는데 강사로 오기로 한 사원들을 현업에서 보내주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면서 부족한 강사를 확보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IMF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깨지면서 이직이 활발해진 것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LG-EDS 기술대학원 김호룡 차장은 “한마디로 허탈하다.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교육을 계속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을 받고 나가 경쟁자로 돌아오는 현실을 보면 적군을 키워낸 기분”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IT 열풍이 사회 전체에 일면서 여기저기에서 관련 교육과정이 생기고 있지만, 들이는 비용만큼 내용있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들 한다.
그나마 대형 SI 업체들의 교육이 실무와 이론이 겸비된 비교적 내실있는 교육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을 이들이 모두 챙기기엔 벅차 보이기도 한다.
그런 점들을 반영한 듯 최근 이들의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형 SI 업체는 많은 협력업체들과 공조하며 이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생들에게도 매니지먼트 능력, 즉 통합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SDS는 요즘 리딩그룹에 대한 관리자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유연한 인성, IT에 대한 비전과 열정
담당자들이 말하는 “이런 사람이 SI 인재” 물을 3분의 1쯤 채운 컵이 있다.
어떤 사람은 ‘이만큼이나 남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것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경영학에서는 전자가 경영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한다.
낙관적인 성향이 경영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SI에서도 똑같이 적용될까? “이 물이 점점 줄어서 다 떨어질 수도 있다거나 혹은 점점 물이 늘어나 꽉 채워질 수 있다라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변화를 볼 줄 알아야 해요.” 현대정보기술 문철 교육센터장은 논리적인 사람보다는 유연하게 사고하는 사람이 SI에 더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SI라는 산업의 특징 때문이다.
SI는 단순히 전산이 아니라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시스템을 만들려면 생산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회계시스템을 만들려면 회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LG-EDS는 미국 EDS와 합작해 만든 회사라 EDS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
EDS는 직원을 전공에 상관없이 채용하는 전통이 있다.
미국에도 전산과가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전산기술만 갖고 있을 경우 고객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은 더 떨어진다는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고객의 산업과 유사한 학과 사람들이 더 유리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창기에 전산실 위주로 SI가 이뤄질 때에는 전산과 중심 인력구조였으나, 점차 SI산업이 확대되면서 전공을 묻지 않는 풍토가 자리잡았다.
SI가 고객 업무를 대신 개선해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LG-EDS 인사팀 구동휘 과장은 “사회학이나 역사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더 잘해요. 논쟁에 익숙해 고객과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하거든요”라며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SI산업에서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IT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달라진 면도 있다.
쌍용정보통신 SI지원팀 노경한 부장은 빠른 기술변화 때문에 새로운 지식에 대한 습득능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명문대 출신으로 자꾸 눈이 가게 된단다.
게다가 요즘엔 전산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많이 확대되었기 때문에 관련 학과가 아니더라도 전산을 좀더 친숙하게 여기는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고 한다.
벤치마킹 대상이 모두 해외사례여서 어학실력은 기본이라고 한다.
인재양성 담당자들은 무엇보다도 SI가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돼 업무강도가 세기 때문에 IT산업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까다로운 고객 욕구를 프로세스화하는 것이어서 인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된다고도 한다.
당신은 어떤가. 패러다임을 그때 그때 바꿀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을 갖고 있고, 변덕스런 고객과 문제를 해결해나갈 자신감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SI에서 원하는 인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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