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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경제 대통령으로 불러다오
[머니] 경제 대통령으로 불러다오
  • 이수정(씽크풀 해외증시팀)
  • 승인 2000.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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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의 사령탑 월가 애널리스트...세계 경제를 한손에 쥐고 막강한 영향력 행사
증권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흔히 전장의 참모이자 장기판의 훈수꾼으로 불린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이들의 역할은 단순한 참모나 훈수꾼을 뛰어넘는다.
미국 금융자본 경쟁력의 주축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막기도 하고 터주기도 하는 이들은 주식시장의 진정한 실력자로서 손색이 없다.
골드만삭스 최고투자전략가(CIS)인 애비 조셉 코헨은 증권시장뿐 아니라 미국, 나아가 세계경제 예측에 탁월한 분석력을 발휘한다.
그는 단지 실력있는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도 워싱턴에서 열린 전미비즈니스경제협회 회의에서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마틴 베일리 경제자문위원회 회장, 로버트 맥티어 달라스연방은행 총재와 나란히 참석해 위세를 뽐냈다.
소신있는 분석과 전망이 탄탄한 신뢰쌓아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투자분석이나 의견에 대한 시장 반응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반도체주를 둘러싼 주가파동에서 그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반도체주의 대표적인 업종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98년 10월부터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으나 7월5일 반도체주 거래규모가 가장 큰 살로먼스미스바니 애널리스트 조나산 조셉이 몇몇 반도체주의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하자 9%가 넘는 폭락세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날 제이피모건, 에이비앤암로 애널리스트들이 나란히 반도체주의 건재함을 수치로 보여주자 다시 4.5%나 상승했다.
애널리스트간의 분분한 의견 속에 여름을 하락과 반등으로 보낸 반도체주는 9월5일 US뱅코프파이퍼제프레이 애널리스트 에쇼크 쿠마가 인텔의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하자 필라델피아지수로 1.8% 하락했다.
9월19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리처드 위팅턴, 베어스턴즈의 로버트 메이어, 체이스H&Q의 서딥 밸레인 등 내로라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등급과 평가를 상향조정하면서 거꾸로 8.12%나 폭등했다.
그야말로 반도체주는 여름 내내 애널리스트들의 입김으로 폭등과 폭락을 오간 셈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반도체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산업동향에 관한 정보를 수집·분석해 최적의 투자처를 찾는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은 주식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거액의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그들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상황은 어떤가? 97년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 증권시장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역할과 자질이 도마에 오르면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후로 증권업계에서도 애널리스트의 역량과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 전체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찌된 일인지 증권사에서 내놓는 투자의견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다시 애비 조셉 코헨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96년과 98년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다른 애널리스트들과는 달리 소신있게 상승을 전망했고 그런 두번의 큰 시험대를 거쳐 월스트리트의 앨런 그린스펀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고, 최선을 다해 분석하고, 그 결과를 소신있게 주장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한다.
이는 비단 애비 조셉 코헨만의 노하우는 아니다.
미국 애널리스트들이 금융시장의 사령탑이 되기까지에는 그런 노력들이 숨어 있었다.
소신있는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뚜렷한 목소리가 한국 증시에서도 들리는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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