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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더]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대표이사
[디지털리더]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대표이사
  • 김상범
  • 승인 2000.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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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을 모르면 최고가 될 수 없다"

종합 보안 솔루션 업체 수장으로 탈바꿈한 ‘벤처 모범생’…올 10월 해외진출, 내년 초반 상장계획
  • 예전부터 바꾸려 했던 것으로 아는데 드디어 회사 이름을 바꾸셨어요. 결국 종합 보안 솔루션 회사로 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
    지향점이죠, 아직은 아니고. 종합 보안 솔루션 업체로 가겠다고 한 것은 ‘앤디’를 개발하면서 잡은 방향인데, 이제 앤디의 안정화 작업을 끝냈고, 계속 바이러스연구소로 가기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사명을 바꿨지요. 아직도 바이러스만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곤란하잖아요. 전체적으로는 핵심역량 자체가 넓어진 거죠. 지금은 백신, 앤디와 같은 PC보안, 그리고 보안 컨설팅 이렇게 크게 세가지 사업을 축으로 삼습니다.
  • 솔루션보다는 이제 컨설팅에 주력하는 겁니까? 우리는 여전히 솔루션 개발이 메인입니다.
    보안 컨설팅은 솔루션 창구를 제공하는 거죠. 고객이 원하는 데 제공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컨설팅을 받고 다른 제품이 들어갈 수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협력하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컨설팅은 다른 보안업체와 같이 일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는 거죠. 훨씬 더 좋은 모델이라고 봅니다.
    우리에게 없는 솔루션은 갖고 와서 영업할 수 있는 그런 협력을 위한 창구죠.
  • 바이러스 백신시장에서야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그것이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요. “백신업체가 보안을 해?” 뭐, 이런 것 말이죠. 풀어야 할 숙제죠. 그런데 다른 외국 업체들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요. 맥아피나 시만텍이나 처음에는 다 백신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그게 발전모델이니까요. 지금은 독립적인 백신업체는 없어요.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거니까…. “V3 무료공개는 계속 간다”
  • 안철수식 경영이란 얘기를 하는데, 합작사 세워서 같이 나가는 그런 모델 말이죠. 그런 모델을 계속 추구하실 겁니까?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시장이 문제예요. 저는 시장 위주로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요구가 커지는데 우리가 그 요구에 맞출 수 없을 때 합작을 하지요. 시장의 요구가 아직은 적지만 가능성이 많다고 하면 직접 투자해서 만듭니다.
    회사는 핵심역량을 계속 넓혀나가야 크는 것이고, 자기가 할 수 있는데 남들한테 떼주는 건 저는 반대합니다.
    혼자 해서 도저히 시장의 요구를 따라잡을 수 없는, 그래서 시기를 놓치겠다 싶으면, 합작을 해서 같이 1위 업체를 만드는 게 낫잖아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 PC통신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V3는 계속 가져가시는 거죠? 그럼요, 그게 저희 창립철학이잖아요.
  • 그런 창립철학이 혹시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물론 단기적으로 보면 손해죠.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아요. 특히 보안업체는 그런 것 같아요. 의사도 그렇지요. 의사가 병든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우리도 바이러스가 많았으면 좋겠다, 바이러스가 많아야 장사 잘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기업가라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플러스 싸움으로 가는 쪽을 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보급하지 않으면 몇백억 더 벌 수 있겠죠.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피해가 몇천억 더 날 거예요. 그러면 사회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싸움이죠. 그리고 국내 시장만 있습니까? 해외도 있잖아요. 저희도 발전하고 사회도 발전할 수 있어야죠. 저도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의사하면서, 그리고 백신업체하면서 이 업종은 사명감 가지고 철학적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사회악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기업은 시장상황에 흔들리면 안된다”
  • 해외진출 얘기가 나왔는데, 꽤 오래 전부터 말씀을 하셨지만 진척은 안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98년 11월 중국 공안부에서 인증을 받고, 1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전시회를 열었죠. 그런데 작년에 국내 시장이 갑자기 커지면서, 전 인력을 국내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자칫 1, 2등이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해외에서 아무리 실적을 올려도 국내에서 기반이 없어지면 완전히 물건너 가는 겁니다.
    그래서 해외진출은 일단 보류하고 작년 1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한국 시장을 잡았구요. 그 덕분에 회사가 안정되고, 중견 소프트웨어 업체가 된 거죠. 이제 다시 해외진출에 집중합니다.
    해외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새로운 인력을 뽑았습니다.
    현지 연락사무소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지사 형태가 될 수도 있는데 10월부터 하나씩 실제로 작동할 겁니다.
  • 2년 전인가요, 적정가를 주지 않으면 PC업체에 OEM(번들 공급)을 안 하겠다고 했죠. 출혈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는데. 지금도 안 하고 있습니다.
    제값 못받으면서 뭐하러 합니까? 사실 큰 모험이었어요. 그때 시만텍에서 2년 후에 시장은 우리 거라고 자신했어요. 그런데 아무 영향을 안 받았어요. 나름대로 도박이었는데, 확률높은 도박을 한다고 생각했죠. 백신은 일반 애플리케이션과 성격이 달라 사후 유지보수가 더 중요하죠. 그래서 승산이 있는 도박이었어요. 다행히 맞았구요. 그때 그 가격으로 번들해가지고는 도저히 못먹고 살겠더라구요.
  • 상장계획은 어떻습니까? 2001년 초반쯤 하겠다는 계획에 변동이 없습니다.
    내년 초반이면 해외 여러 곳에 현지법인들이 생기고, 이제 종합 보안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니까 펀딩이 많이 필요해요. 제 생각으로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시장상황하고 증시상황하고 연동시키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회사마다 적절한 펀딩 시점이 있고 규모가 있는데, 거기에 맞춰 해야지 안 그러면 회사 망가집니다.
    미처 준비도 안돼 있고, 돈쓸 데도 없는데 대규모 펀딩을 받으면 경영력 떨어지고 전투력도 상실하죠. 회사상황에 따라 정말 펀딩이 필요할 때 적절한 펀딩을 받으면 회사가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내년 초반이 제일 적당해요. 그래서 증시가 지금보다 더 안 좋아도 우리는 갈 겁니다.
  • 요즘 유행어인 닷컴 위기가 솔루션 업체들한테도 영향을 끼치지 않나요? 왜 다들 위기라고 하는지. 저는 굉장히 불만이 많아요. 지금이 왜 위기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당장 2년 전하고 비교해보면 돼요. 작년 말 올해 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으니까 그걸 싹 잊어버리면 지금은 너무 좋은 거예요. 2, 3년 전에 중소기업에 지분 투자하는 사람이 어디 있었어요? 다 빌려만 주지. 대기업에 있는 연구원은 어떻게 빼내옵니까? 못하잖아요. 저는 올 초나 작년 말하고는 비교 안 했으면 좋겠어요. 벤처투자는 2, 3년이 기본이잖아요. 바이오는 10년이고. 게다가 지금 증시가 바닥이라면 올라갈 일만 남았어요. 그럼 좋잖아요? 벤처기업 전반을 놓고 보면 닷컴기업이 있고,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고, 보안기업이 있고, 바이오벤처도 있고 하드웨어 업체도 있는데, 요즘 보면 활황을 불러일으킨 것도 닷컴기업이고, 위기의 주범으로 몰린 것도 닷컴기업이에요. 마치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기가 반도체 경기에 묻혀 안 보이듯이, 벤처기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는 상반기에 순이익 굉장히 많이 났구요, 하반기도 낙관해요. 그리고 제조업체 중에 탄탄한 데 많거든요. 닷컴기업들도 어차피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리스크가 있게 마련이고, 환경은 늘 나쁘다고 생각해야 되잖아요. 사업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투지를 불태웠으면 좋겠어요. 지금 잘하면 기업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작년 말 올해 초에 잘했다고 누가 기업가로 인정해줍니까? 지금은 기회라구요.
  • 벤처 선배다운 말씀이시네요. 예전부터 해오신 분들은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저도 하면서 배웠지 처음부터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었던 건 아니지요. 아마 벤처기업가 중에서 가장 실패 확률이 높았던 사람이었을 거예요. 제가 저를 봐도.(웃음) 공부하는 비즈니스맨, 한길을 간다
  • 지금은 비즈니스맨 안철수가 된 것 같습니까? 저 아직 배울 것 참 많구요, 그리고 저는 항상 제 자신을 스스로 경계하는 편입니다.
    실패의 지름길은 자만심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계속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면 남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고,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고 있고, 내가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지를 정말 뼈저리게 느끼게 돼요. 책을 봐도 그렇고 남들 하는 거 봐도 그렇고.
  • 안철수식 경영, 안철수식 조직문화 여러가지 주목할 만한 실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결과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데 실패할 수도 있어요. 당연하잖아요,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저는 이게 정답이고, 이렇게 해야만 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저는 어떻게든 노력해서 성공시켜 가지고 벤처기업이 취할 수 있는 여러가지 선택 중에 하나로 자리잡게 하면 그만큼 공헌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굉장히 실례된 표현인데 아주 모범생 스타일이십니다.
    자기 성격대로 살아야지요. 기업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남들 다 잘되는 것처럼 보이니까 조바심내고, 그러다 보면 무리할 수도 있구요. 조바심내봤자 그게 어떻게 쉽게 됩니까? 자기 한계가 있잖아요. 자기가 쓸 수 있는 자원, 능력은 한계가 있고, 회사도 인력, 자본이 정해져 있고. 다른 회사하고 비교 안 해요. 다른 기업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도 없구요. 예전에 한 일간지에 제가 마치 닷컴기업들을 비판한 것처럼 나왔는데, 전 내가 옳으니까 너희들 틀렸다고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게 안 비쳤으면 좋겠어요.
  • 이미지 마케팅이랄까 이런 것도 필요한 거 같아요. 지금까지 좋았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가기 위해서 그것도 굉장히 힘드시겠어요? 네, 머리 염색하고 올렸던 것도…. 그건 정말 하긴 싫었는데.(하하) 개인이 아니라 회사대표로 선택을 한 거지요. 이런 쪽으로 평가는 별로 안 해주는 것 같던데, 우리나라에서 무료 소프트웨어로 출발해 유료로 성공한 회사는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게 엄청나게 큰 벽이거든요. 인터넷이 대표적이잖아요. 무료로 회원 많이 끌어모았는데 수익모델이 엄청난 벽 아닙니까? 근데 우리들은 그것을 이미 5년 전에 깼어요. 그게 얼마나 넘기 힘든 벽이라는 것은 다들 공감하고 있을 텐데, 저는 마케팅 이론을 다룬 교과서로 공부했고, 그 이론대로 접근해 결국은 해냈어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텍스트가 필요없대요, 마케팅 이론은 필요없다는 거죠, 그대로 안된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저는 반대예요. 바둑 1급 정도 되면 정석대로 두면 안돼요, 하지만 정석을 마스터하지 않으면 정석에 변화를 줄 수가 없어요. 마찬가지로 교과서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죠, 텍스트도 모르면서 무조건 안된다고 하면 잘못되기 쉽다고 생각해요. 교과서 모르는 사람이 그런 말 하면 굉장히 열받아요.(웃음) 그래서 물어보면 모르잖아요.
  • 계속 끊임없이 공부하신다고 그랬는데, 과학자의 꿈을 접고 비즈니스맨이 되신 것에 후회는 없으십니까. 후회는 없어요. 열심히 살다보니까 여기까지 결정해서 오게 된 거구요. 그래서 10년 후에 뭐할지는 저는 모르겠어요. 근데 열심히 살다보면 계속 만족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메추리알을 가슴에 품었던 소년의 꿈컴퓨터를 웬만큼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안철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어쩌다 들른 식당 종업원들까지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할 만큼 안철수는 유명세를 내고 있다. 왜?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낸 사람이니까? 그 백신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한 사람이라서? 아니면 인기인이면서도 겸손하고 상냥한 이미지가 좋아서? 그 어떤 것도 안철수를 팬으로 삼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모습들이 한데 어우러져 ‘안철수표 신뢰’를 만들어낸다는 데 고개를 끄덕인다. 어릴 적 안철수는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집안의 물건이란 물건은 모두 분해 대상이 되었다. 라디오나 시계 같은 것은 새로 장만하기가 무섭게 산산이 해체돼 잡동사니로 변하기 일쑤였다. 에디슨처럼 메추리알을 가슴에 품기까지 했다. 그가 그 당시 에디슨 전기를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설사 그랬다치더라도 에디슨 전기를 읽었다고 모두 메추리알을 품지는 않는다. 그렇게 호기심 많고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안철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순수 의학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의사가 되더니, 지금은 컴퓨터 보안사령관을 꿈꾸고 있다. 의대생 안철수에게 컴퓨터 바이러스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바이러스는 당연히 연구대상이 됐고, 그를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에서 컴퓨터의 병을 고치는 의사로 변신시켰다. 그는 어쩌면 컴퓨터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단지 컴퓨터가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컴퓨터에 심취했지만 그가 연구소를 만들고 경영인이 되기까지는 V3와 V3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말없는 요구가 있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의사나 과학자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계속 만족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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