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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펀드매니저를 중심에 세우겠다"
[페이스] "펀드매니저를 중심에 세우겠다"
  • 박종생
  • 승인 2000.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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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벤처투자 설립한 연병선 사장의 새로운 시도
국내 대표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 가운데 한사람인 연병선 전 한국아이티벤처투자 사장이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지난 6월 초 대주주와 불화로 한국아이티벤처투자를 떠난 그는 최근 ‘연&벤처투자’라는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연 사장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국내에서는 드물게 정통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추구하는데다 대주주(오너)로부터 독립된 벤처캐피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도는 ‘연&벤처투자’라는 회사 이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성을 회사이름에 넣은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연 사장이 나름대로 이름값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속뜻은 다른 데 있다.
그는 벤처투자를 직접 하는 펀드매니저가 중심이 되는 벤처캐피털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펀드매니저 지분 51%까지 끌어올리겠다” “국내 벤처캐피털은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본금 100억원으로 만든 창투사가 있다고 칩시다.
여기에 대주주가 있죠. 그리고 이 창투사는 300억원 정도의 펀드를 조성합니다.
여기에는 이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있습니다.
그런데 100억원짜리 회사의 대주주가 300억원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를 지배합니다.
펀드매니저는 물론이고 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 벤처캐피털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국내 벤처캐피털과 같은 형태는 오히려 예외라고 한다.
연 사장은 “미국 벤처캐피털 대부분은 펀드 형태이며 펀드를 운용하는 제너럴 파트너(펀드매니저)들의 연합체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들이 대주주 눈치를 살피지 않고,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가 움직이는 벤처캐피털’이란 꿈은 그의 경험에서 나온 듯하다.
연 사장이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가 전 직장인 한국아이티벤처투자를 떠난 이유도 대주주인 한국통신의 경영간섭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국내 벤처캐피털에서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은 4, 5년마다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시장이 불황일 땐 대주주들이 전문가들에게 맡기지만, 활황 국면에 접어들면 스스로 해보겠다는 욕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대주주들이 벤처캐피털 업무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경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 벤처캐피털은 기본적으로 전문가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벤처기업 가운데 유망한 기업을 선택하고, 투자와 경영지원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가는 일을 상식이나 요행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벤처캐피털에 진출해 성공한 경우란 한두개를 빼놓고는 없다”며 “그것은 대주주들이 여러 연으로 연결된 회사들에 투자하라고 압력을 넣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 사장은 펀드매니저 중심의 벤처캐피털을 만들기 위해 펀드매니저 지분을 51% 이상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현재는 그를 포함해 3명의 펀드매니저들이 자금여력이 부족한 탓에 전체 자본금(100억원)에서 2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는 이들 펀드매니저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연 사장은 “투자에 참여한 주주들에게 앞으로 우리가 요구할 경우 지분을 넘겨주고, 펀드매니저들의 성공보수를 국제적 수준인 수익금의 20%로 하기로 약속을 받았다”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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